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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도시를 여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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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07월 호

여름이 되면 해가 무심하게 길어지고 밤이 얕게 스치는 도시들이 있다. 백야 현상은 북극권에서는
하지 무렵부터 길게는 6개월가량 지속된다. 잠들지 않는 도시를 여행하는 몇 가지 기술을 톺아봤다.

[스웨덴 | 스톡홀름] 특별한 바에서 보내는 하얀 밤

스웨덴은 북유럽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한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해 있다. 마치 북극곰을 닮은 스칸디나비아에서 북극곰 모양의 갈비뼈와 앞다리 부분에 스웨덴이 있다. 스웨덴 여행의 출발지이자 중심지이며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스톡홀름은 앞다리 중에서도 앞꿈치 부분이다. 이곳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밤 10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유럽 여름의 무더운 날씨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한여름에 여행해도 선선한 날씨를 자랑한다. 스톡홀름의 하얀 밤을 보다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이색적인 바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스웨덴어로 ‘증기선 부두’라는 뜻의 ‘옹보츠브뤼간(Ångbåtsbryggan)’은 증기선과 바지선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이자 레스토랑이다. 섬이 많은 스웨덴에서 증기선은 도심과 주변 섬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옹보츠브뤼간은 물 위에 있어 파도에 출렁이는 물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마치 항해하는 선원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부두에 정박해 있는 하얀 요트와 서서히 물드는 노을을 감상하며 마시는 와인은 더없이 달콤하다. 조금 출출하다면 아이올리 소스를 곁들인 대구살튀김(Friterad torskrygg)을 추천한다. 킹크랩과 북유럽 새우, 굴이 함께 나오는 해산물 트레이도 여럿이서 즐기기 좋다.
스톡홀름 쇼핑가 스투레플란(Stureplan) 맞은편에는 도심 속 녹음을 간직한 훔레고든(Humlegården)이 있다. 이 공원 안에 자리 잡은 칵테일 바 훔란(Humlan)은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싱그러운 휴식처가 되어준다. 초록빛 녹음이 우거진 스톡홀름의 자연을 보며 수박이나 딸기 등 신선한 과일을 곁들인 칵테일을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스톡홀름의 명물, 엘 타코 트럭(El Taco Truck)이 만든 멕시코식 핑거 푸드도 별미다. 힐튼 호텔에서 운영하는 에켄(Eken)에서는 스톡홀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스톡홀름의 구시가지부터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까지 내려다보인다. 힐튼 호텔에서 운영하는 만큼 주류 라인업도 화려하다. 특히 스웨덴 맥주 브랜드 오브로(Åbro Bryggmästarens)의 유기농 라거와 닐 오스카(Nil Oskar)의 IPA도 맛볼 수 있다.

[캐나다 | 유콘] 여름밤에 즐기는 액티비티

해가 떠 있는 것을 낮이라 부른다면 캐나다 유콘의 여름은 낮이 20시간 이상이다. 북극권에 속하는 유콘 준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산과 세계에서 가장 넓은 빙원, 그리고 모험심을 불러일으키는 유콘강 등 위대한 자연을 품고 있다. 여름에 하늘이 어두워지는 시기는 겨우 3시간 남짓. 자정이 다 돼서도 사방이 새하얗다. 또 여름의 기후는 어떤가. 평균기온이 15℃를 웃돌아 카누, 하이킹, 캠핑 등 태고의 자연을 즐기기에 알맞다. 유콘은 옐로나이프와 함께 캐나다의 오로라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백야 시기인 6월에서 8월 사이에는 오로라 관측이 힘들지만 8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수시로 등장해 실패할 일이 없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에 맞춰 보레알 익스플로러(Boreale Explorer)가 운영하는 ‘밤을 잊은’ 하지 프로그램은 자전거로 이동하며 유콘 준주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기획했다. 친환경 텐트 숙소 유르트(Yurt)에 숙박하며 매일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클루아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에는 호수 주변을 따라 캠핑장이 39개 정도 조성돼 있는데 이곳에서 하이킹과 트레킹을 경험하거나 유콘강에서 카누를 탈 수도 있다. 하루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야생 크랜베리, 엘크, 북극곤들메기 등 캐나다 북극권에서만 채집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신선한 요리도 만들 수 있다.
황야의 도시, 혹은 캐나다의 엘도라도라 불리는 화이트호스(Whitehorse)로부터 남쪽으로 약 86km 떨어진 카크로스(Carcross)에서는 19세기 말 알래스카와 유콘에 성행했던 골드러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당시 세운 건물과 철도 등이 남아 있고 기념품점에서는 근처 광산에서 캔 금광석 조각을 판매하기도 한다. 오늘날 카크로스 사막에는 광부 대신 샌드보드를 타거나 베넷 호수(Bennett Lake)에서 낚시를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모인다. 이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사막으로, 약 11만 년 전 빙하호가 있던 자리에 얼음이 녹으면서 호수 바닥이 드러났고, 근방에 있는 베넷 호수의 모래가 쌓이면서 사막을 형성했다고 전해진다. 샌드보딩 등 다양한 액티비티 투어도 각광받고 있다.

[핀란드 | 로바니에미] 밤이 오지 않는 산타 마을

산타 마을로 유명한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마을과 허스키 썰매, 오로라 헌팅 등 겨울 여행지로 가장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침공으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지만, 전후에는 핀란드가 낳은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신도시가 건설되었다. 핀란드 북부의 여느 도시들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 도시의 간선도로는 순록의 뿔을 닮았다. 이곳은 보통 6월부터 백야가 시작되지만 빠르면 5월 말부터 밤이 사라진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온종일 야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제트스키부터 승마, 수영, 유람선과 순록 농장 체험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한밤중에 떠 있는 태양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로바니에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촛불 다리인 야트칸퀸틸래(Jätkänkynttilä)나 오우나스코스키(Ounaskoski) 강변, 아르크티쿰(Arktikum) 뒤편 북극 가든(Arctic Garden) 등의 스폿에서 강물 위에 떠 있는 아닌 밤중에 태양을 경험할 수 있다. 또, 45분 정도 하이킹 코스가 마련돼 있는 오우나스바라(Ounasvaara) 언덕은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황금빛 태양이 넘실거리는 풍광을 지녔다.
로바니에미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산타클로스 마을(Santa Claus Village)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산타클로스를 믿었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어린 날의 낭만을 간직한 이곳이 산타클로스의 도시로 탄생하게 된 것은 3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터키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선물을 주었고, 그의 선행이 북유럽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인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며 성 니콜라스의 이름이 산타클로스로 변형된 것. 순록을 타고 선물을 주는 모습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오딘’과 결부시켜 착한 이에게 베풂을 실천한다는 선행의 문화를 탄생시켰다. 이 문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만든 산타클로스 마을에는 총 7개의 숙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핀란드 북부의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글램핑도 가능하다. 겨울철 하얀 설원 위의 핀란드도 좋지만, 해가 지지 않는 짧은 여름의 핀란드도 꽤나 매력적이다.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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