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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NEWS

INTERVIEW

The wave of water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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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07월 호

그림은 찰나의 순간을 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 것을 창조한다.
여행의 길 위에서 떠오르는 것을 그려온 김물길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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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_요즘 어떻게 지냈나요?
A _올해 9월에 맞춰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작년 한 해 쉬는 바람에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이 많아서 한 달간 전시를 할 예정이에요. 11월에는 제 그림이 들어간 여행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고요. 적당히 바쁘고 즐겁게 잘 지내고 있어요.

Q _혼자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하루를 어떻게 쪼개서 생활하는지 궁금해요.
A _저만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어요. 보통 정오 무렵에 일어나는데 글을 쓰는 작업은 낮에 하는 편이고요, 해가 질 때쯤 그림을 그려요. 빠르면 새벽 1시 정도에는 마무리 짓고, 늦으면 새벽 2~3시까지 할 때도 있어요.

Q _24시간을 온전히 본인이 컨트롤해야 하는 게 어려워 작업실을 빌려 다른 작가들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작업할 때 애로사항은 없나요?
A _저도 큰 공간을 빌려 다른 작가들과 함께 작업실을 쓰기도 했어요. 그때 자꾸 옆 사람을 신경 쓰게 되는 거예요. 노래를 마음껏 크게 틀 수도 없고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싶어 뭐든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돼서 작업할 때 제한이 있었어요. 그렇게 2년 조금
안 되게 있다가 작은 오피스텔에서 혼자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원룸 정도 되는 공간이다 보니 그림의 사이즈를 정할 때 제약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초, 아예 독립을 해서 지금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거실도, 방도 마음껏 다 작업실로 쓰다 보니 정말로 큰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가로 100cm를 넘지 않는 선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요즘에는 그에 비해 네다섯 배 정도 크게 그리게 돼서 작업하는 데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나 봐요.

Q _작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건 스물넷에 떠난 세계 일주였죠. 원래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 있는 편이었나요?
A _아니요. 여행은 늘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어요. 저는 아직도 학창 시절 은사님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모두 다 여행 후의
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셨어요. 작고 마르고 힘없이 다니던 제가 이렇게 씩씩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니 놀랄 수밖에요.

Q _그런데 어떻게 1년 10개월의 큰 모험을 감행하게 된 건가요?
A _우연히 대학교 때 친한 친구의 권유로 신청한 워크 캠프에 선발됐고, 프랑스에 있는 한 시골에서 3주의 시간을 보냈어요. 혼자서 해외를 간 것도 모자라 각국에서 모인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지역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목표를 달성하고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한 것도 처음이었죠. 모든 게 다 첫 경험이었어요. 집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의 반복이었던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두 눈을 사로잡았고 낯선 감정이 피어 올랐어요. 사실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 이곳에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딱히 생각하지 않았는데, 일기를 쓰려고 가져간 무제 공책에 자꾸만 그림을 그리게 되는 거예요. 그게 저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입시 미술이나 대학 과제에 치여 살다 보니 진짜 ‘제 그림’을 그릴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누구도 제 그림을 평가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표현의 틀이 없는 여행지에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그렇게 그곳에서 느낀 것들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는 여행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었고요. 그래서 훌쩍 떠나기로 마음먹었죠. 처음에는 세계 일주라는 목표보다도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물결에 비친 달빛을 표현한 수채화.

Q _예산은 어떻게 충당했나요?
A _여행을 목표로 갖고 나서부터 쉴 새 없이 일을 했어요. 처음에는 학업과 병행하다 마지막 1년을 남기고 휴학을 했어요. 주중에는 양말을 만드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틈틈이 벽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린고비처럼 돈을 차곡차곡 저금했어요. 꼬박 1년 반 동안 2500만원을 모았어요. 모든 비용을 제 손으로 마련해서 여행을 떠나니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원하는 것을 하려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며 이곳에 왔고, 앞으로 내가 원하는 일만 할 순 없을 텐데 하고 싶은 일조차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며 악착같이 여행을 이어갔죠. 모은 돈을 다 쓰고 왔어요.

Q _그 예산으로도 버거웠을 것 같은데요. 남미나 아프리카 쪽은 이동하는 데 비용이 엄청 비싸잖아요.
A _그래서 비행기를 어떻게든 안 탔어요.(웃음) 처음 출국할 때 인도행 티켓을 끊었는데 중간에 경유지를 태국 방콕으로 설정해 3주 동안 머물다 인도로 넘어갔어요. 인도에서 두 번째로 아프리카행 비행기 티켓을 샀고, 아프리카부터 유럽 끝까지는 전부 다 육로로 이동했어요. 그 이후 유럽 끝자락에서 남미로 가는 비행기를 탔고 또 미국까지는 히치하이킹으로 다녔어요. 아무것도 몰랐을 때니까, 스물넷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알고 나서는 제가 한 여행 방법을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Q _히치하이킹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닌가요?
A _히치하이킹이 가장 힘든 건 시간을 예상할 수 없다는 거예요. 빠르면 5~10분만에 차가 잡힐 때도 있었지만 어떨 땐 1박 2일을 기다린 적도 있어요. 스페인 소도시를 여행하던 중 고속도로 중간에 휴게소에서 내렸는데 거기서는 차를 못 잡으면 나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잤어요. 다음 날 차를 잡았는데 안도감과 서러움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요. 나쁜 사람들도 많이 만났죠. 물건을 뺏긴 적도 허다해서 경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고요. 며칠씩 앓아누운 적도 있어요.

Q _그럴 땐 어떻게 스스로를 다독여요?
A _버스 놓치고 돈도 날리고 카메라, 휴대폰 등을 잃어버리는 건 그냥 일상이었어요. 그 순간에는 물론 너무나 힘들죠. 지금 당장 날린 10만원이 세상에서 제일 아깝게 느껴질 정도고요. 그런데 또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고 나면 그 일이 너무 별일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어차피 지나갈 일’이라는 생각이 굳은살처럼 배겼어요. 일이 벌어진 당시에는 물론 고통스럽지만 아무 일 없는 듯이 일상을 보내고 있을 미래의 나를 만나고 오면 회복 속도가 조금씩 빨라져요. 어차피 지나갈 일에 마음 쓰지 말자. 이게 삶과 마주하는 제 방식이기도 하고요.

Q _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A _아무래도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히 마다가스카르요. 아프리카에만 8개월 정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마다가스카르에 갈 계획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여기까지 와서 그 섬에 가지 않는다는 것에 의문을 품더라고요. 저 역시 ‘도대체 거기에 뭐가 있는데?’라는 호기심에 즉흥적으로 가게 됐어요. 제가 자연을 정말 좋아하는데, 마다가스카르의 자연은 특별해요. 바오밥나무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외에도 이곳에 있는 70%의 동식물이 오직 마다가스카르에만 존재할 만큼 유니크한 것들이 많아서 자연과 동물을 마음껏 보는 데에 마음이 동했죠. 게다가 현지인의 순수함에 감동도 많이 받았고 그들의 친절에 저 역시 기쁜 마음을 나누기도 했어요.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이 여행에 지친 저를 품어줬던 기억이 강렬해서 그 나라를 생각하면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명확하게 떠올라요.

Q _세계 일주를 끝마치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잖아요. 1년 10개월 동안 낯선 곳에서 여행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작가님에겐 어떤 변화의 지점이 있나요?
A _여행을 통해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바뀌는 거지 남들이 바라보는 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고 늘 부족한 부분만 생각했어요. 당연히 자존감도 낮았고요. 그래서 주변 누군가와 끝없이 비교하며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요.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삶의 형태와 방식, 길이 다 다르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됐고 그때부터 남과 저를 온전히 분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예전엔 저 자신을 다독이고 사랑하는 걸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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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본 부비새. 바다를 담고 있는 부비새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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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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