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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시티를 여행하는 법

Walking in th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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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06월 호

켜켜이 쌓인 무수한 세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가 있다. 시간이 멈춘 유적지이자 살아 있는 박물관.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올드시티는 천천히 걸으며 감상해야 제 맛이다. 오래된 도시가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또한 도보 여행의 색다른 묘미다.

[크로아티아 | 두브로브니크] 견고한 성벽의 도시

‘만일 지상의 낙원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오라.’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말이다. 영국 시인 바이런이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이름 붙인 곳. 크로아티아 최남단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에 가보면 왜 버나드 쇼가 이곳을 진정한 낙원이라 일컬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반짝이는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촘촘하게 자리하고 있는 붉은 지붕들. 두브로브니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일 것이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세운 견고한 성벽은 두브로브니크의 상징이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한 요새라 불리는 이곳은 크로아티아를 방문할 때 빼놓지 않는 대표적인 장소다. 2km에 달하는 성벽을 따라 걸으며 햇살에 반짝이는 아드리아해와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성벽 투어는 일생에서 손꼽을 만한 특별한 기억이 될 것.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성벽 투어는 tvN <꽃보다 누나>를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꽃누나들이 찾은 이후 이곳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 필수 코스가 된 카페, 성벽의 북문 부자 관문(Buza Gate) 맞은편에 자리한 ‘부자 카페’에 들러 잠시 숨을 돌리다 보면 ‘여기가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르겠다’는 배우 김희애의 말처럼 신비로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품은 두브로브니크를 조금 더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 전망대까지 올라가볼 것을 추천한다. 도시에 황홀한 색감을 흩뿌리는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올드시티를 내려다보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절벽 위 신기루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아치 모양의 필레 관문(Pile Gate)을 지나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탁 트인 광장 플라차 대로가 나온다. 메인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마주하는 상점과 레스토랑은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또 다른 재미. 올드타운 곳곳에는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수많은 유적지가 자리한다. 거리 끝에는 한때 재정 업무를 담당하던 세관이었으나 지금은 수많은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스폰자 궁을 만날 수 있다.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된 이곳은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힌다. 도시의 수호 성인 성 블라이세를 기념하는 성 블라이세 성당, 최고통치자를 일컫는 렉터가 머물던 렉터 궁전도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다.
  •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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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 탕헤르] 파란만장한 첩보 영화의 도시

모로코의 최북단에는 항구도시 탕헤르가 자리하고 있다. 지브롤터 해협과 맞닿아 있는 탕헤르는 저 멀리 스페인 땅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유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도시, 모로코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다. 탕헤르의 국제공항 이름이 ‘이븐 바투타 공항’이라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중세 후기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매력적인 지리적 위치가 역사 속 가장 위대한 여행가를 배출한 것이 분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탕헤르가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땅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인지 탕헤르는 고대 페니키아의 식민도시로 세워진 이후 로마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한 도시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탄지아, 탕제, 타제르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 것만 봐도 파란만장한 지난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구시가지 메디나(Medina)에 들어서면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전이 펼쳐지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제임스 본> 시리즈, <007> 시리즈의 주요 촬영지이자 <인셉션>의 배경이 된 6개국 중 한 곳이다. 메디나의 골목골목을 탐험하다 보면 각자 자신만의 비밀을 품은 첩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중요한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현지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척에서 엿볼 수 있는 사람 냄새 가득한 골목 탐험은 필수. 진귀한 과일과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면 탕헤르의 중심지인 1947년 4월 9일 광장이 나온다. 1947년 4월 9일은 무함마드 5세가 모로코의 독립을 선언한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탕헤르의 속살을 알고 싶다면 광장을 뒤로하고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올라 카스바로 향해보자. 오래된 스페인식 건물들을 끼고 계단을 오르다 보면 탕헤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래된 성채, 카스바를 만날 수 있다. 지브롤터 해협을 내려다보며 다채로운 도시의 풍경을 담기 좋은 곳이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근교에 자리한 도시 아실라로 향해볼 것을 권한다. 모로코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아실라는 흰색,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해변 도시로 매년 여름 벽화 축제가 열려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여 벽화를 그린다. 다양한 문화를 품은 벽화는 도시에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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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아를] 고흐의 흔적을 따라서

예로부터 예술가들은 영감이 샘솟는 도시로 모여들었다. 특히 날씨가 온화하고 주위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머물며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켜왔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 있는 부슈뒤론주에 위치한 아를은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다.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약 15개월 정도 머물렀지만 그 기간 동안 무려 300여 점의 작품을 이곳에서 탄생시켰다. 반 고흐가 평생에 걸쳐 남긴 작품의 3분의 1이 넘는다. ‘밤의 카페 테라스’, ‘해바라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작품도 아를에서 그려진 것이다. 그의 작품 속 ‘노란 집’은 아를에서 실제 거주한 집으로 폴 고갱과 두 달간 함께 지내기도 했다. 아쉽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돼 현재는 부지만 남아 있다. 아를의 색채에 영향을 받아 반 고흐의 그림 스타일도 달라졌다고 알려질 만큼 위대한 예술가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도시. 고흐의 작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니만큼 아를 곳곳에 남겨진 반 고흐의 흔적을 좇는 것은 아를을 여행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아를을 거닐다 보면 예상치 못한 풍경도 마주하게 된다. 로마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원형경기장이 그것이다. 공중에서 보면 로마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아를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세워진 이곳은 오랜 세월 로마의 지배를 받아 로마 시대의 유적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기원전 1세기에 세워진 로마 고대 극장, 콘스탄티누스 목욕탕 등이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 속 작은 로마로 불리는 아를의 유적은 지금까지도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 ©유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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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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