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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포토제닉 안동

느린 걸음으로 떠나는 여행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1년 06월 호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수많은 서원과 고택을 품은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린다.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로 온 듯한 착각에 사로잡힐 정도로 수려한 자연과 고즈넉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길 가다 무심코 문화재를 마주할 수 있는 안동을 여행하다 보면 옛 선비가 된 듯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2021년, 서울과 안동을 잇는 KTX가 개통돼 접근성도 더 좋아졌다. 전통과 자연이 만나 빚어낸 장관에 어디에서든 셔터를 누르고 싶어지는 포토제닉한 안동 여행의 모든 것.

사랑이 이루어지는 다리, 월영교

달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의 월영교는 378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다. 수몰되기 전 ‘달골’이라 불린 안동댐 유역의 지명을 따 월영교라 이름 붙였다. 월영교는 안동 민속촌으로 이어져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다리를 건너 민속촌을 한 바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절경이라 사계절 언제 찾아도 매번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새벽녘 월영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밤에는 조명을 비춰 야경도 환상적이다. 어디서 찍어도 훌륭한 포토 스폿이지만 다리 한가운데 자리한 월영정에 올라볼 것을 추천한다. 정자의 프레임이 액자 역할을 해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3인까지 탑승 가능한 달 모양의 문보트, 조선시대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황포돛배도 인기가 많다.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월영교가 품은 사연 덕분이다.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 사업 당시 분묘 이장을 하던 중 1586년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응태의 미라가 발견됐다. 남편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담은 원이엄마의 한글 편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잘라 엮어 만든 한 켤레의 미투리도 함께 발견돼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며 세상 사람들에게 회자됐다. 월영교는 원이엄마가 지은 미투리 모양을 본떠 만든 형태로 다리를 건너고 나면 상사병(LOVE BOTTLE)이 걸려 있는 원이엄마 테마길도 만날 수 있다.
location
안동시 상아동 569

모네의 그림 속으로, 낙강물길공원

안동 사람들에게 ‘비밀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 환상적인 숲의 이름은 낙강물길공원이다. 볕이 따사로운 날 찾으면 클로드 모네의 그림 속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낙강물길공원을 방문해보면 왜 한국의 지베르니라고 불리는지 실감할 것이다. 연못 위에 놓인 돌다리를 건널 땐 사진 찍는 것을 잊지 말 것. 울창한 메타세쿼이아와 전나무를 배경으로 낭만적인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펼쳐진 초록빛 숲 곳곳에 앉아 한가로이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니 어여쁜 색감의 피크닉 매트를 챙겨 가도 좋겠다.
location
안동시 상아동 423

수몰민들의 애환이 서린, 예끼마을

선성수상길 입구에 푸른 호수를 발아래 둔 아기자기한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안동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된 예안면 주민들이 이주해 형성한 마을로 세월이 흘러 빈집이 늘어난 이곳을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로 조성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늘색 담벼락이 눈에 띄는 마을 곳곳에는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벽화도 많다. 마을 아래쪽에 놓인 선성수상길을 그린 벽화는 트릭아트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유쾌한 포토존이다. 맷돌핸드드립 커피로 유명한 카페 장부당, 안동간고등어정식을 맛볼 수 있는 선비촌한식당, 메밀국수와 육전이 일품인 메밀꽃피면 등 맛집도 곳곳에 숨어 있으니 선성수상길을 걷기 전이나 걷고 난 후에 들러보자.
location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선성길 14

물 위를 걷다, 선성수상길

안동 시내에서 도산서원 가는 길에 위치한 선성수상길은 물 위에 뜨는 데크가 놓인 길이다. 걸을 때 약간 출렁거리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안동호의 수위 변동과 관계없이 수상을 걸을 수 있도록 한 부교이니 안심해도 좋다. 선성수상길은 안동호 위를 산책하며 병풍처럼 펼쳐진 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도산구곡 중 첫 번째 물굽이인 운암곡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다. 2017년, 경북 3대 문화권 사업으로 조성된 안동 선비순례길 1코스이기도 하다. 선성수상길이 특별한 것은 한때 이곳이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선성수상길을 걷다 수몰되기 전 예안국민학교가 있던 자리에 놓인 풍금을 보면 이곳이 수몰 지역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한때 아이들이 뛰놀았을 발아래 운동장을 떠올려보면 어디선가 꺄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선성수상길은 물과 먼 지점에 떠 있는 것이 아닌 물 가까이에 위치해 마치 호수 표면 위를 걷는 것 같다.
location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선성길 24(안동 선비순례길 종합안내소)

사색을 위한 정자, 만휴정

늦을 만(晩), 쉴 휴(休). ‘느지막이 쉬는 정자’라는 뜻의 만휴정은 연산군 6년, 보백당 김계행 선생이 지었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대사성, 대사간, 홍문관 부제학 등 관직을 역임하다 연산군의 폭정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인생의 후반부를 위해 택한 장소는 그야말로 산 좋고 물 좋은 곳. 만휴정이 자리한 곳의 지명 ‘묵계’도 잔잔하게 흐르는 냇가를 뜻하는 것이다.
만휴정을 만나기 위해서는 야트막한 산길을 20분 정도 올라야 한다. <미스터 션샤인> 방영 이후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여느 관광지처럼 시끌벅적하게 붐비진 않아 여전히 고즈넉하다. 외나무다리를 건너 만휴정에서 탁 트인 자연을 바라보면 속세와 동떨어진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책 읽고 사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 청빈한 관리에게만 주어지던 청백리라는 호칭을 받은 그다운 정자다. 만휴정의 백미는 ‘보백당만휴정천석(寶白堂晩休亭泉石)’이란 글씨가 음각된 바위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 보백당이 말년에 쉬는 정자와 산수의 경치라는 의미다.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이라는 문장도 아로새겼다. ‘우리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오직 청백뿐’이라는 뜻으로 김계행 선생이 평생 지켜온 신념을 엿볼 수 있다.
location
안동시 길안면 묵계하리길 42

고택에서 즐기는 차 한 잔, 묵계서원(카페 만휴정)

만휴정의 여운을 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면 인근에 위치한 묵계서원으로 발걸음해볼 것. 김계행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묵계서원은 현재 고택 체험형 카페, ‘카페 만휴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메리카노부터 오미자차까지 다양한 커피와 티를 만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추천하는 것은 안동 금국 국화차를 즐길 수 있는 피크닉 세트를 주문해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읍청루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는 것이다. 다식으로 제공되는 안동 사과빵의 맛도 일품이다. 안동산마와 수리취나물로 만든 마수리떡, 밀가루와 방부제가 없는 안동참마모나카 등 지역의 명물 디저트도 음료와 함께 즐기기 좋으니 참고할 것. 전통 한복이나 유생복, <미스터 션샤인> 속 드라마 의상을 빌려 입고 곳곳에서 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묵계종택, 묵계서원, 만휴정 일대에 숨겨진 보물을 스마트폰 앱과 보물지도를 통해 찾는 문화재 탐방 프로그램 ‘묵계트레저헌터’도 운영하고 있으니 신청해보자.
location
안동시 길안면 국만리길 70
tel
트레저헌터 054-843-1123
website
프립(www.frip.co.kr)
인스타그램
@cafe_manhyujung

  •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희성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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