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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함양

선비 문화 탐방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1년 05월 호

선조의 멋과 풍류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선비의 고장, 함양.
길 위에서 만난 선비들의 이야기를 따라 유유자적 걸어보았다.

멋스럽고 유려한 함양의 선비 문화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경상남도 함양. 산세가 웅장하고 경치가 뛰어나 예부터 선비들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유명하다. 함양은 ‘좌(左) 안동, 우(右) 함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선비 문화가 발달한 곳이자, 뛰어난 학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한 곳이다.
안동의 선비 문화가 전통적이면서도 직선적인 느낌이라면, 함양의 선비 문화는 좀 더 멋스럽고 유려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깊은 골짜기를 따라 늘어선 정자에서 술 한잔, 노래 한 가락을 읊었을 옛 선비들을 상상하니 덩달아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우렁차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거진 노송과 만발한 꽃 사이에서 그렇게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함양은 선비 마을답게 곳곳에 선비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그중에서도 화림동 계곡은 정자 문화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해발 1508m 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이 각종 기암괴석 사이를 흐르며 담과 소를 만들고 시원하게 펼쳐진 너럭바위 위에 세워진 운치 있는 정자의 모습은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2006년에는 화림동 골짜기를 따라 길이 6km의 ‘선비문화탐방로’가 조성돼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숲과 계곡을 비롯해 8개의 정자를 둘러볼 수 있다. 선비문화탐방로는 1640년에 지은 화림동 계곡 최초의 정자인 거연정에서 출발해 군자정과 동호정, 경모정 등을 거쳐 함양 정자 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농월정(弄月亭)까지 이어진다. ‘달을 희롱한다’는 의미를 지닌 농월정에는 많은 문인과 묵객이 거쳐 갔는데, 밤이면 은은한 달빛이 물 아래로 흐르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앞에는 ‘달바위’라고 불리는 넓은 반석이 어우러져 있는데, 그 넓이가 무려 천평에 이를 만큼 거대해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선비문화탐방로는 1640년에 지은 화림동 계곡 최초의 정자인 거연정에서 출발해 군자정과 동호정, 경모정 등을 거쳐 함양 정자 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농월정(弄月亭)까지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선비의 길을 걷다

경남유형문화재 제433호로 지정된 거연정은 당시의 정자 건축양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계곡 주변 기암괴석 위에 들어선 거연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누각으로 방을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계곡의 풍경이 펼쳐진다. 인조 18년(1640년)에 처음 세워져 19세기에 재건립됐고 20세기 초에 또 한번 증수되어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변함이 없다. 희고 기묘한 형태의 바위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소용돌이치는 깊은 소(물웅덩이)가 특히 인상적이다. 조선 후기 학자 임현희는 <고산문집>의 ‘거연정기’에서 “영남 명승 중 화림동이 최고이며, 그중 거연정이 단연 으뜸이다”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사방이 탁 트인 거연정에서 녹음이 우거진 탐방로로 발걸음을 옮기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아름드리나무가 깊숙이 드리워진 고요한 탐방로를 따라 걷는 길은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향긋한 꽃향기와 고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걷다 보면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잘 정비된 탐방로 덕분에 걷기도 편하고 계곡과 상당히 가까워 경치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한가롭게 거닐다 보면 벼가 넘실대는 황금빛 논길이 이어지고, 족히 수백 년은 됐을 법한 송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탐방로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2시간 이상이 소요되니 여유있게 천천히 둘러보길 추천한다. 목적지보다 그 과정이 더 기억에 남을 테니 말이다.
  • 녹음이 우거진 탐방로를 따라 걷는 동안은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 에디터 민다엽
  • 사진 민다엽, 황인범
  • 자료제공 함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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