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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코니아일랜드에 보내는

작은 안부

북아메리카 > 미국 > 부르클린

발행 2021년 05월 호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가까운 휴양지 코니아일랜드. 활기찬 여름의 열기는, 스산하고도 달큼한 바람은,
쉼없이 돌아가는 대관람차는 모두 안녕한지 안부를 띄워본다.

코니아일랜드의 첫인상

놀이공원은 언제나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래전 살던 동네 근처의 공릉유원지가 그랬고, 소래포구에 있던 낯선 유원지도 그랬다. 더욱이 비성수기거나, 혹은 망해서 반강제로 폐장한 테마파크나 놀이공원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철 지난 바닷가 부근이라면 더욱더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뉴욕에서 가장 가까운 휴양지이자 테마파크인 코니아일랜드(코니아일랜드 놀이공원은 코니아일랜드 해변을 비롯해 루나파크, 디노스 원더 휠 놀이공원 등을 아우른다)도 처음엔 그랬다. 1993년 1월, 코니아일랜드와 처음 마주했을 때는 조금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차라리 슬픈 풍경에 가까웠다. 시즌이 지나서 그래서였는지 낡은 놀이공원의 기구들은 구슬픈 노랫가락처럼 들리던 바람 소리와 그 바람에 힘없이 날아다니는 비닐봉지가 전부일 뿐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낮은 구름과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로 커다란 롤러코스터는 마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커다란 성처럼 서 있었다. 그런데 이걸 페이소스(Pathos)라고 해야 할까? 나는 휑하던 코니아일랜드의 첫 방문 이후 이상한 멜랑콜리와 페이소스 사이에 휩싸여 뉴욕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르게 되었다.

천국으로 가는 길

코니아일랜드는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가까운 휴양지라 할 수 있는데, 위치는 브루클린 남쪽 끄트머리에 있다. 재미있는 점은 브루클린 지역에 있는 롱아일랜드 반도가 꼭 악어의 생김새와 비슷한데, 코니아일랜드는 그 악어의 엉덩이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겠다. 맨해튼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코니아일랜드에 닿을 수 있다. 그중 아무래도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지하철(뉴욕 지하철은 MTA라고 부른다)로, 노선도 다양하다. 코니아일랜드역엔 D, F, N, Q 노선이 있고, 맨해튼에서 출발해 대략 40여 분 정도가 소요되니 뉴욕을 여행 중이라고 해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먼저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의 지하 터널을 건너거나 맨해튼 브리지를 건너는 지하철을 타면 이윽고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시종일관 차창 밖 풍경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브루클린은 맨해튼의 할렘처럼 위험한 지역이었다. 여러 유색인종과 러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면서 타운을 형성한 후 자연스레 뉴요커들의 발걸음이 끊겼고, 점점 이민자와 원래 거주자 사이에 이해 충돌이 생기면서 조금은 거칠게 변한 게 사실이다. 나도 1992년 처음 브루클린에 갔을 때 다들 안전에 유의하라고 신신당부한 상황이었다. 그런 역사와 사회적 배경은 어쩌면 코니아일랜드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코니아일랜드는 19세기 후반부터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요, 해변이었다. 여름이면 해수욕장과 근처 놀이동산을 방문하기 위해 많은 이가 이곳을 찾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맨해튼에 불기 시작한 뮤지컬 열풍과 브로드웨이 쇼 그리고 영화 산업이 코니아일랜드의 손님을 빼앗아가는 바람에 1990년대 말, 아니 2000년대 초까지 여름에만 반짝 활기를 띠는 공원으로 전락했다. 자연스레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적막하고 한산한 분위기를 넘어 폐허의 기운마저 풍겼다. 그러다가 존폐 위기에 놓였는데, 뉴욕시는 이 공원을 버리지 않고 리모델링해 2010년 이후로 다시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꾸어놓았다. 부근엔 아무래도 러시아 식당이 많은데,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하는 핫도그 가게가 바로 네이선즈(Nathan’s)다. 코니아일랜드 종착역(Coney Island-Stillwell Avenue Station) 바로 앞에 있는 이곳은 역사가 어느덧 100년을 넘겼다. 이 가게가 유명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매년 7월에 열리는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때문이다. 언젠가는 내로라하는 한 덩치 하는 먹보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동양 여성이 참가해 1등을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무튼 여기서 핫도그 하나를 베어 물고 천천히 놀이공원이나 해변가를 거닐고 있으면 대도시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 에디터 박진명
  • 안웅철
  • 사진 안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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