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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시절의 이야기

근대로 떠나는 여행, 대구

아시아 > 대한민국 > 대구

발행 2021년 05월 호

일제강점기와 전쟁,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극렬한 갈등을 맞았던 ‘격동의 시대’. 3·1운동부터 개화, 산업화 등 혼란의 중심에 있던 대구에는 지금도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근대 문화 속 시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 대구 여행.

선교사들의 마을, 청라언덕

푸른 눈의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작은 언덕. 온통 푸른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다고 해서 ‘청라언덕’이라고 불리게 됐다. 1900년 초반부터 선교 활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대구 가톨릭 역사의 중심지다. 개화기 당시, 황무지이던 지금의 땅을 사들인 선교사들은 주변에 병원과 학교를 짓기 시작했고 지금의 청라언덕이 생겨났다. 외국식으로 꾸며놓은 아름다운 정원과 스윗즈주택, 챔니스주택, 블레어주택 등 옛 선교사들이 생활하던 주택과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묻힌 묘지인 은혜정원, 3·1운동만세길 등이 모여 있어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현재 선교사들이 살던 주택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스윗즈주택은 선교박물관으로, 챔니스주택은 의료박물관, 블레어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location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2029

영남 최초의 서양식 성당, 계산성당

계산성당은 대구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이자 서울의 명동성당, 평양의 전동성당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성당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인 푸아넬 신부가 설계해 1902년 완공된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높고 뾰족한 2개의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로 구성된 창이 인상적이다. 성당을 짓기 위해 스테인드글라스나 함석류 등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각종 자재는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했으며, 당시 우리나라에는 양옥을 지어본 경험자가 없어 서울의 명동성당 건설에 참여한 청나라 벽돌공과 미장이, 목수를 데려와 건축했다고 한다. 계산성당은 1911년대구대목구가 설정되면서 주교좌 본당으로 지정됐다. 이후 신도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일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고 한다. 1984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하기도 했다.
외관도 돋보이지만 내부의 모습은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로라하는 해외 유명 성당과 비견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웅장한 것은 물론, 성당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압권이다. 높은 아치와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며드는 은은한 햇살,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에 이르기까지 절로 숙연한 기분이 든다. 지금도 활발히 미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때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니 주의하자. 3·1운동만세길에서 청라언덕으로 이어지는 골목 투어의 시작점인 만큼 가장 먼저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location
대구시 중구 서성로 10
tel
053-254-2300

경북 최초의 개신교 교회, 대구제일교회

청라언덕 꼭대기에 우뚝 솟은 경북 지역 최초의 개신교 교회. 대구 최초의 천주교 성당인 계산성당과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꽤 이색적이다. 1893년에 설립된 대구제일교회는 조선 말 부산 선교부에 주재하던 미국의 선교사 베어드 목사로부터 비롯했다. 초기에는 현재의 위치가 아닌 남성로에 있는 작은 선교관에서 시작, 1996년 지금의 청라언덕 자리로 이전했다. 전형적인 고딕 양식으로 지은 새로운 건물은 총면적 7128m2, 대예배실에서는 신도 3100명이 동시에 예배를 올릴 수 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종탑의 높이는 무려 33m로, 주변 어디에서든 한눈에 보인다. 특히 대구제일교회는 종교적 목적만이 아닌, 근대적 의료와 교육을 함께 전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 효시인 제중원을 설립하며 서양 의술을 전파했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군인이나 전쟁고아를 무료로 치료해주며 기독교의 사랑을 실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location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102길 50
tel
053-253-2615

선교사의 넋이 잠든 곳, 은혜정원

청라언덕에는 14명의 선교사 묘역인 은혜정원이 있다. 낯선 타국에서도 종교적 신념 하나로 헌신적 활동을 펼친 선교사들과 그 가족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죽음 이후에도 이곳에 묻히길 원했던 선교사들의 신념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선교자 순례차 방문한 소수의 신자만이 종종 다녀가는 외로운 묘지이기도 하다. 이름 모를 선교사의 비석에 새겨진 “나는 그들을 사랑할 것이다(I’m going to love Them)”라는 문구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 중에서도 독신 여성 선교사이던 스윗즈(Switzer)에 대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1911년 대구로 선교 활동을 온 뒤로 월급조차 받지 않고 오로지 아이와 부녀자들을 위해 헌신한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선교 활동을 이어갔으며 4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이후, 그녀가 남긴 유산은 일본과 만주 지역의 한인촌으로 선교사를 지원하는 데 이용됐다. 또 동산병원에서 의료 선교사로 활동한 존 해밀턴 도슨은 죽음 직전 가족들에게 “한국에서의 의료 선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고, 한국인을 사랑했다”라며 정원에 안장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location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2029

대구 독립운동의 시발점, 3・1운동만세길

1919년 3월 1일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촉발된 조선 독립 만세 운동은 3월 8일 대구까지 이어졌다. 독립투사들은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청라언덕에 위치한 동산병원을 거점으로 당시 언덕 주변으로 우거졌던 솔밭 길을 비밀 통로로 활용했다. 이날 근처에 있는 서문시장에서 대대적인 만세 운동이 일어났는데, 이는 대구를 넘어 경상북도 전체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구시는 독립 정신을 후세에 기리고자 3·1운동 84주년을 기념해 3·1운동만세길을 조성했다. 현재는 3·1운동에 대한 많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 현장과 생활 모습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청라언덕 꼭대기까지 오르면 대구의 독립 유공자 55인을 기리는 추모의 벽을 만날 수 있다.
location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102길

아기자기한 빈티지 카페, 굿데이마마

입구에서부터 화사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자그마한 빈티지 카페. 청라언덕을 지나 좁은 골목에서 만나게 되는 굿데이마마는 버려진 폐가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귀여운 그림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소담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빈티지 카페일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를 그리움이 느껴지는 공간이랄까. 카페와 마주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는 바로 버터크림 라떼. 달달함이 입안 가득 번질 것 같은 이름과 달리, 의외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크림 라떼류는 입에도 대지 않는 에디터 입맛에도 딱 맞았다. 테이블이 적어 사람이 많은 날에는 조금 붐빌 수도 있지만, 나른한 오후 햇살을 맞으면 잠시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사진 찍기에 제격인 스폿도 많다.
location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401길 1층
  • 에디터 민다엽
  • 사진 남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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