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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남영에서의 이런저런 흥취

아시아 > 대한민국 > 서울

발행 2021년 05월 호

어둡고 험난한 역사가 지난 자리에도 봄은 온다.
꽁꽁 언 땅을 뚫고 꽃을 피운 남영역 부근의 숍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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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단단한, 오츠커피 용산

60년 된 주택이 슈퍼가 되었다가 편의점이 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다시 또 카페가 들어섰다. 오츠커피 용산의 이야기다. 3년 전 오픈한 오츠커피 용산은 이 건물의 역사를 간직하면서 브랜드 콘셉트를 녹여냈다. 이 건물의 가장 큰 매력이던 바닥과 천장, 테라스를 최대한 살린 것. 이 과정에서 숨어 있던 다락방도 발견했다. 화장실 문도 원래 달려 있던 것이다. 공간 자체는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는 오츠커피의 구성원과 많이 닮았다. 힘을 빼고 단단한 모양새를 갖췄다. 이는 ‘오츠커피’라는 이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츠’로 끝나는 단어를 찾는 와중에 ‘오츠’가 입에 잘 붙어서 이름을 결정했다. 알고 보니 영어로 ‘귀리’를 뜻하기도 했다고. 오츠커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환대 정신’이다. 공간과 브랜드를 경험하러 오는 손님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건 결국 사람에 의해 남겨지는 기억이란 생각에서다. 주말에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귀한 발걸음을 해준 손님들에게 짧은 대화만으로도 좋은 기억을 선사하고 싶다. 확고한 브랜드 철학 말고도 오츠커피가 유명해진 건 아인슈페너 덕도 있다. 블렌딩한 크림 한 덩이를 음료 위에 얹고 스푼을 꽂아 기존의 아인슈페너보다 좀 더 스타일리시한 시그너처 메뉴로 업그레이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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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츠커피 용산의 내부 전경. 나무와 고택의 절묘한 조합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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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츠커피에서 로스팅해 판매하는 원두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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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그너처 메뉴인 아인슈페너와 오츠라떼.
    오츠라떼는 오츠커피의 구성원들이 좋아하는 커피와 우유를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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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한 끼, 이치젠덴푸라메시

망원동에 튀김 덮밥(덴돈)을 전문으로 하는 ‘이치젠’이 있다면, 남영동에는 튀김 정식(덴푸라메시)을 전문으로 하는 ‘이치젠덴푸라메시’가 있다. 이곳에 둥지를 튼 지 막 1년 6개월 정도 된 이치젠덴푸라메시는 남영동 뒷골목을 일본 시골의 고즈넉한 거리로 만든다. 가게를 오픈할 때만 해도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가게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골목이 활기차게 변했다.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파란색 지붕. 파란색 배경의 현수막과도 잘 어울리는 지붕은 보자마자 단번에 마음을 빼앗길 만하다. 내부는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ㄷ’자 형태로 꾸렸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부심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튀김을 준비하고 튀겨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모든 재료는 당일 준비해서 그날 소진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튀김옷을 얇게 만드는 것이 인기 비결. 게다가 튀김을 한 번에 튀기면 온도와 식감 유지가 안 되다 보니 손님의 식사 속도에 맞춰 두 번 나눠서 낸다. 적산가옥이 풍기는 묵직하고 중후한 분위기에서 먹는 갓 튀긴 따끈따끈한 튀김과 정성스레 지은 밥 한 끼는 이래저래 든든하다.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72길 11-21
tel
070-4128-6321
info
운영시간 매일 11:30~21:00(브레이크타임 14:30~17:30), 일요일 휴무 가격 이치젠 정식 1만원, 에비 정식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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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오픈키친 형식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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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젠덴푸라메시의 스페셜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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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츠젠덴푸라메시의 외부 전경. 일본의 어느 골목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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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아지트 같은 카페, 데일리루틴

숙대입구 전철역에서 바로 나오면 ‘남영 아케이드’라고 크게 적힌 허름한 건물이 있다. 남영 아케이드는 100년은 족히 넘는 일본식 건물로, 본래는 마구간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어두컴컴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로 만든 높은 천장이 마구간의 흔적을 증명한다. 안쪽에는 상가들이 자리하는데, 문을 연 점포는 2개 정도. 그중 하나인 데일리루틴은 지난 3월 2일 오픈한 신규 카페다. 내부 좌석은 바를 중심으로 단 7석,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엔 상가 밖에 스탠딩 테이블을 배치한다. 골목 안쪽에 자리해서 그런지 조용하고 멋스러운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는 어느새 일상의 일부분이 됐다. 데일리루틴은 매일 즐기는 커피를 취향대로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다양한 스페셜티 원두를 연구 중이다. 원두의 산미를 살리되 단맛을 부각하는 로스팅을 중심으로 메뉴를 다채롭게 채웠다. 베리 그라니타는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는 음료인데, 커피를 얼려서 으깬 후 각종 베리를 얹은 것이 특징. 피치프로마쥬는 복숭아와 치즈 크림을 넣어 만든 크림 라떼다. 디저트도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경험에서 착안해 직접 만든다. 카페에서는 커피 맛이 좋은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커피가 맛있는 카페’라는 얘기를 가장 듣고 싶단다. 그만큼 자신도 있다.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84길 5-8
tel
02-795-9998
info
운영시간 평일 09:00~21:00, 주말 11:00~20:00 가격 베리 그라니타 5000원, 피치프로마쥬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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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루틴이 자리 잡은 남영 아케이드 골목의 풍경.
    대부분이 공사 중이라 아직은 스산하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이곳을 보기좋게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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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루틴이 자리 잡은 남영 아케이드 골목의 풍경.
    대부분이 공사 중이라 아직은 스산하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이곳을 보기좋게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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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 아케이드의 허름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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