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은 종종 중국 상하이의 전통 거리보다 나을 때가 있다. 제한된 지역에 명확한 콘셉트로 형성된 마을은 문화의 정수를 본고장보다 빼어나게 보존한다. 먹거리도 볼거리도 짧고 임팩트 있게 즐기기엔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이다. 오세아니아 원시 자연의 흐름을 훑기에는 영국이다. 식민의 역사로 형성된 이 동네의 사정은 씁쓸하지만 바깥에서 볼 때 더욱 명확해진다. 런던의 자연사박물관, 대영박물관 등에는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구하지 못하는 귀중한 고대사 자료가 있다. 침략과 전쟁의 반죽으로 빚어진 인류의 문화사는 어쩔 수 없이 주객 전도의 운명을 지닌다. 아프리카의 문화 역시 그렇다. 비행기, 배, 차를 갈아타고 오지의 오지로 들어가면 물론 아프리카 고유의 문화 현장을 볼 수 있겠지만 민속학자가 아니고서야 그 날 선 풍경이 반가울 리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다듬어지지 않은 순도 100%가 매번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프리카 문화는 유럽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영국 런던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바틀(Battle)에는 페스탈로치 인터내셔널 빌리지 트러스트(Pestalozzi
International Village Trust)에서 주관하는 아프리칸 음악 축제가 있고, 프랑스 론(Rhône)에서는 매년 라피 발라(Lafi Bala)란 이름의 서아프리카 지역 문화 페스티벌이 열린다. 음악과 음식, 미술과 역사 등 장르별로 유럽 각국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관련 축제가 매년 100여 개다. 식민과 이주의 역사에서 비롯된 문화 전파는 아프리카를 오지의 영역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독일 뷔르츠부르크에 유럽 최대의 아프리카 음악 축제가 있다. 매년 5월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1989년 시작됐다. 당시에는 아프리카 관련 문화의 토대가 빈약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기반을 잡아나가 2000년 넘어 유럽 내 아프리카 열풍을 만들어냈다. 비슷한 이름의 페스티벌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났고, 아프리카를 잘게 쪼개 지역별로 파고드는 축제도 생겼다. 한때 아프리카 침략의 주범이었던 유럽이 이제 문화 보존과 향유의 최전선이 된 셈이다. 다소 찜찜하긴 해도 뷔르츠부르크의 아프리카 페스티벌은 이 역할의 소임을 일종의 ‘빚 갚기’로 다하고 있다. 매년 특정 지역을 골라 문화탐구 프로그램을 가지며,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이모저모를 무대 위로 올려놓는다. 올해의 지역은 세네갈과 카보 베르데(Cape Verde). 뷔르츠부르크의 아프리카 페스티벌은 빼앗은 시간에 대한 환원으로서의 축제인 셈이다. 아프리카 페스티벌이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 전반을 훑는 것은 과거에 대한 현재의 책임의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축제가 시종일관 무겁고 진중할 순 없다. 아프리카 페스티벌은 일단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무대 중심에 올린다. 오픈 스테이지와 이브닝 콘서트 자리는 하이 퀄리티 아프리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이다. 올해는 세네갈 전통 북을 연주하는 모두 섹(Modou Seck), 카보 베르데 출신의 싱어 송 라이터 마뉴엘 로페스 안드라데(Manuel Lopes Andrade) 등이 공연을 펼치며, 이브닝 콘서트에서는 세네갈과 카보 베르데 출신 뮤지션들이 재즈와 팝, 전통 음악과 타악기 협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힙합의 시작은 흑인음악이다. 재즈의 한 뿌리도 아프리카의 그루브와 닿는다. 드럼이 중심인 아프리카 음악의 흥은
세계 팝 음악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백분 활용되고 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사실 아프리카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어깨를 덩실덩실 움직이는 리듬. 그 원류가 지금 독일의 중심을 까맣게 물들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