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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raveler

Buen Camino!

도화 김소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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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3년 01월 호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하나의 길 위에서 만난다. 이들은 모든 걸음과 순간에 행복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엔 카미노’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800km를 함께 걸으며 철학적 탐구와 사유에 빠져든다. 고단한 몸은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안긴다. 매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세라믹 아티스트 도화 김소영 작가는 걷고 있으면서도 그립고, 떨어지면 더 사무치게 그리운 곳이라고 표현한다. 11년이라는 시간, 8번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도화 김소영 작가가 만난 평화와 안녕의 순간들을 전한다.

도화 김소영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화가가 꿈이었다. 종일 그림을 그리는 게 일상이었고 입시 미술을 공부했으며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기까지 오로지 한 길만 걸었다. 그녀는 현재 세라믹 파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한 길만 걷는 것이 그녀에게는 크게 낯설지 않다. 간절한 바람으로 첫발을 디뎠던 산티아고 순례길도 이제는 매년 걷는 하나의 길이 되었으니 말이다. 2011년에 시작한 산티아고 여행은 올해로 8번의 기록을 세웠다.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를 읽고 순례길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당시 학생이었지만 푼돈을 모아 울릉도, 부산, 해남 등으로 일주일씩 걸어 다녔어요. 고행을 경험하며 배낭여행의 매력에 빠졌죠. 그러다 졸업 후 잠시 시간이 생겼을 때, 산티아고에 다녀온 분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가라’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 말에 당장 통장을 털어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그렇게 첫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게 됐어요.” 준비가 미흡했던지라 첫 순례길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좋았던 기억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순례길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세라믹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잠도 못 자고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순례길에 대한 염원과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렇게 8번의 순례길을 걸었지만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늘 좋았고 더 행복했다. “묵시아와 피스테라, 포르투갈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순례길을 걸어봤어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루트는 역시 프랑스길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보니 8번 모두 방문했죠. 메인 루트여서 함께 걷는 이들이 많고 순례길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전용 숙소)도 곳곳에 있어 머무는 걱정을 한결 덜 수 있어요. 처음 가는 분들에게는 프랑스길부터 먼저 걸어보길 추천드려요.” 여러 번의 여행에도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녀는 대부분 혼자 여행하는 이들이 많은 순례길에서 우연히 두 명의 친구를 만났다. 2017년 세 번째 순례길에서 그들은 여행의 절반을 함께 걸었다. 힘든 순간마다 보폭을 맞춰주었던 친구들 덕분에 여행은 한결 더 행복한 기억으로 완성됐다. 2주간 쌓인 끈끈한 정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좌절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과 위안이 되고 있다.

도화 김소영 작가의 특별한 인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여행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순례길 굿즈를 만들어 판매해왔다. 그중 자신이 그린 엽서 300장을 순례길 여행자에게 나눠주기도 했는데, 이때 순례길의 한 상점 주인이 엽서를 보더니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녀의 작품을 그 상점에서 판매하게 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상점들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까지 총 네 군데 상점에 입점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직접 가기 어려운 분들께 그림으로나마 힐링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다녀온 분들께는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따뜻한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그녀의 마지막 순례길은 지난가을이었고, 지금은 다음 순례길 여정 준비가 한창이다. 올봄쯤 출발해 여름까지 이어질 다음 여정은 두 달 동안 걸을 예정이다. 여러 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길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 설렘이 크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저에게 있어 고향 같은 곳이에요. 사람들이 매년 부모님을 찾아 뵈러 고향에 가듯, 고향에서 향수와 안정감을 느끼듯 저는 산티아고에서 그런 감정을 느껴요. 또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의 감정 같기도 해요. 제 심장의 절반은 산티아고라고 말하고 싶어요.”

  • 에디터 김영은
  • 사진 도화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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