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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다이버가 사랑한 바다

칸쿤

북아메리카 > 멕시코 > 칸쿤

발행 2023년 01월 호

끊임없이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게 여행이다. 가끔은 어딘가에 머물고 싶다는 작은 꿈을 꾸기도 한다. 여행자라면 한 번은 꿈꾸었을 작은 소망, 그 꿈이 현실이 된 이들이 있다. 커피가 좋아서, 스쿠버다이빙이 좋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혹은 그저 그곳에 반해서. 각기 다른 이유로 그리고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다섯 명의 인생 2라운드가 펼쳐진 곳은 어디일까. 삶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행과 물놀이를 즐기던 여행자는 어느 날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 취직을 했다.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곳이었다. 바로 칸쿤이었다. 해야 할 일은 허니문 전문 여행사의 가이드였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달랐고 바로 그만뒀다. ‘온 김에 여행이나 하고 가야겠다’ 하며 잠시 머물려던 게 어느덧 5년이 되었다. 멕시코의 대표 휴양지 칸쿤에서 다이빙 숍을 운영하고 있는 전슬기 다이버의 이야기다.
여행이 좋고 다이빙이 좋아 여행을 즐기던 여행자는 어느 날 멕시코의 칸쿤에서 살게 되었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처음 하려던 일이 생각과 달라 그만둔 후로 여행이나 하면서 즐기려는 마음으로 지냈죠. 그러던 어느 날 다이빙을 하러 갔는데 스쿠버 숍에서 멕시코인 강사랑 친해졌어요.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저에게 같이 다이버 숍을 운영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그곳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숍이 없었거든요.”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 가본 멕시코, 너무도 아름다운 바다와 따뜻한 사람들에게 반했다. 멕시코에서의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멋진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기왕이면 여름의 바다가 있는 곳이길 원했고요. 필리핀의 보라카이에서 1년, 마이크로네시아의 팔라우에서 1년을 보낸 후 좀 더 큰 나라로 가고 싶었는데 그 소망이 멕시코의 칸쿤에서 이루어진 거죠. 정이 많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까지, 칸쿤은 제가 기대했던 모든 것들을 채워줬어요.”

멕시코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칸쿤은 멕시코 최고의 휴양도시이자 카리브해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해마다 40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바다색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주변에는 마야문명 유적지도 많아 몇 년을 살아도 심심하지 않았다. “칸쿤은 자연 지형을 잘 살린 천연 워터파크, 짚라인이나 ATV 등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각종 테마파크가 많아요. 마야문명을 엿볼 수 있는 피라미드도 곳곳에 있고요. 정글 속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생성된 천연 우물인 세노테가 몇 천 개나 되는데 이 천연 수영장에서 수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죠. 수리, 펠리컨, 앵무새, 거미원숭이, 코아티(긴코너구리), 악어 등 많은 야생동물을 만날 수도 있어요. 심지어 호텔에도 이구아나와 라쿤, 공작새들이 야생으로 돌아다닌답니다. 무엇보다 칸쿤은 공기가 너무 맑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아요.”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고 몇 년 동안 가족들을 보지 못했다.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나 스페인어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낯선 환경을 즐긴다고 자부했지만 적응하기까진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끔 한식이 그리운 건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가장 기본적인 어려움이다. 칸쿤에 살면서 멕시코에 대해 가졌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치안이 좋지 않다는 선입견, 멕시코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했다. 엄청난 땅덩어리를 가진 멕시코는 각 도시마다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럼에도 멕시코 사람들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흥이 많고 유쾌하다. 옛 문화를 잘 간직한 채 살고 있고, 참으로 순박하다. “멕시코시티를 갔었어요. 정말 큰 도시였죠. 박물관, 미술관, 성당, 공원, 시장 등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 가득했어요. 멕시코는 바다, 산, 정글, 사막, 호수 등 다양한 모습의 자연을 간직한 나라예요. 그래서 이 나라 하나만 제대로 여행하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멕시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흥이 많아요. 그들 특유의 친근함과 유머가 있거든요.”

우리에게 멕시코는 늘 범죄가 많아 위험한 나라로 인식된다. 전슬기 스쿠버다이버도 살아보기 전에는 그랬다. 5년 동안 살면서 다행히 큰일이 없었고 이젠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멕시코 여행을 추천할 수 있다. 다이버로서의 삶도 행복했다. 그렇지만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스쿠버다이빙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에 그림과 디자인을 배우고 있다. 칸쿤에서 시작한 인생 2라운드가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지금처럼 앞으로도 행복할 거란 생각은 변함없다. 카리브해의 뜨거운 태양만큼 열정적인 전슬기 스쿠버다이버, 마치 칸쿤은 그녀의 진정한 소울메이트처럼 느껴진다.

  • 에디터 김춘애
  • 사진 전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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