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샹젤리제, 서울에 가로수길이 있다면 하얼빈에는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쇼핑거리인 중앙대가가 있다. 러시아 연해주와 가까워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인 만큼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가득해 역사적 산물을 볼 수 있는 거리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맛집과 길거리 음식, 기념품숍, 카페 등이 즐비하고 보행자 전용 거리이다 보니 차가 드나들지 않아 복잡하지 않은 거리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소설 <하얼빈>을 쓴 이효석 작가가 1940년 하얼빈 여행 중 자주 이 거리를 걸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가 보고 느낀 감흥은 <하얼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문과 소설로 피어났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이효석의 발자취를 따라 중앙대가를 걸어보자. 마치 러시아에 여행을 온 듯 이국적인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겨울이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화려하게 조명이 켜져 낭만적인 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UN이 선정한 음악 도시 하얼빈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이자 오페라하우스다. 2015년에 완공되면서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건축상을 휩쓸 만큼 유려하면서도 웅장한 건축 디자인이 돋보인다. 또한 하얼빈의 추운 날씨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내벽은 자연광이 들어와 온도를 높일 수 있도록 유리창으로 구성했다. 밤이 되면 은은한 불빛이 낮은 지붕 안으로 스며들어 꽤 우아한 광경을 연출한다. 물이 흐르듯 유연한 모양새로 뽐낸 데크 계단도 인상적이다. 옥상과 정원 등이 넓게 조성되어 있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하얼빈 시내를 볼 수 있다. 1600여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과 4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소극장으로 나뉘며 발레와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1907년에 건축된 성 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이다. 하얼빈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성당이다. 1903년 중동철로가 개통되면서 제정러시아 보병 사단이 하얼빈에 들어오자 병사들을 위한 군 예배당을 목적으로 지어졌다. 붉은 벽돌과 양파 모양의 돔형 지붕, 시계탑 등은 단번에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떠올릴 만큼 이색적이다. 제정러시아의 동북 침입 역사의 산실로 하얼빈의 근대 역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져 2016년에는 제1기 중국 20세기 건축유산에 등재되었다. 오랜 세월을 견딘 만큼 개보수를 위한 재건축이 빈번했는데 옛 모습을 기록한 흑백사진이 성당 내부에 전시되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사가 진행되지 않고 하얼빈의 건축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얼빈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가볼 만한 근교 여행지가 있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유명한 치치하얼의 학 공원이나 공업도시 무단장의 경박호, 야부리 스키장은 중국 대륙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하얼빈 근교 명소 중 하나다. 그중 스노 타운, 쉬에샹 빌리지 또는 중국 설향이라고 부르는 동화 같은 마을을 추천한다. 스노 타운은 하얼빈이 위치한 헤이룽장성 속 작은 마을이다. 과거에는 황폐한 임업 농장이었으나 산림 자원과 정책 덕분에 현재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관광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4월에야 그치기 때문에 온 마을이 하얀 이불을 덮은 듯 수북하게 쌓인 눈이 인상적이다. 통나무집과 소나무, 설산이 어우러져 알프스라고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동화 속 풍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