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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raveler

청춘 간호사의 세계 병원 탐방기

김진수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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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11월 호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유형의 여행자들이 존재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전거 여행가, 대형 반려견과 함께 유럽을 누빈 여행가, 세계의 스타벅스를 방문하며 수많은 굿즈를 모으는 컬렉터 등 그들의 여정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가득 담겨 있다. 김진수 간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의료 환경과 문화를 탐색하는 여행을 하고 있다. 투철한 직업 정신과 특유의 열정으로 세계 속 병원 여행을 기록하며 어쩌면 길이 남을 의료 역사의 현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진수 간호사를 만났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수술간호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진수 간호사는 본인을 ‘청춘 간호사’라 소개한다. 그의 당찬 눈빛과 어투는 청춘이라는 단어와 제법 잘 어울려 보인다. 김진수 간호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경험을 통한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어렸을 적 “교도소 가는 것 빼곤 뭐든 해봐라”라고 말씀하신 부모님의 지지 덕분에 갖게 된 신념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듯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김진수 간호사는 일반 여행자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평소 궁금해하던 세계 병원 투어를 시작했다. “대학생 때 인도의 첸나이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첸나이에서도 작은 외딴 마을에 머물며 2주간 의료 교육과 봉사활동을 했는데, 당시 마을에는 병원이 없었어요. 병원을 가려면 산 넘고 물 건너 2시간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가야 했죠.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의 발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먼지가 잔뜩 묻은 손으로 식사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로 저는 그들의 병원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들의 상처를 소독하고 위생교육을 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인해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때문일까요.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의료 환경이나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여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만의 여행 콘셉트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과 호기심으로 계획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투어를 이어갈수록 세계의 수많은 의료 환경에 더 진지하게 귀 기울이게 됐다.

‘어느 나라에나 병원이 있겠지만 각 나라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다. 세계 병원 투어에 있어 정해진 루트는 없었다. 의료가 존재한다면 그곳은 어디든 방문할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국내를 시작해 아시아, 남미, 유럽 등 전 세계의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여행자가 아닌 환자가 된 경험도 있다. 스위스 마터호른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다가 발목을 접질려 인터라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페루 쿠스코에서도 무릎을 다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낯선 나라에서 익숙지 않은 의료 시스템에 의지해야 하는 건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김진수 간호사는 이 경험을 통해 높은 수준의 한국 의료 시스템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체계적인 의료보험, 최신식 의료기기, 정밀한 진단 등 한국이 진정한 의료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평소 환자들을 간호하다가 막상 환자가 되어보니 의료진으로서는 보지 못했던 점들을 깨닫게 되어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았다. 하나 더, 김진수 간호사가 발견한 병원 투어의 매력이 또 있다. “병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대표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트 파우 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으로 기록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는데요. 지난 2009년까지 병원으로 쓰이다가 문을 닫은 뒤, 2014년부터 박물관과 문화센터로 사용하고 있어요. 건물 곳곳에는 병원으로 쓰였던 공간의 모습이 재연되어 있고 역사의 발자취를 들여다볼 수 있어 가볼 만한 곳으로 꼽습니다.”
김진수 간호사는 수십 개의 병원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놀라운 건 그의 여행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더 넓은 세계의 병원을 꾸준히 여행하며 그곳에서 배운 의료정책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공부를 겸하고 있다. 김진수 간호사는 가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이가 없는 나라이길 기대하며 보건 의료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이제는 호기심이 아닌 하나의 철학이 된 세계 병원 여행. 최근 들른 신혼여행지에서도 병원을 다녀왔다고 말하는 김진수 간호사는 개정판을 통해 두바이와 모리셔스의 병원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 에디터 김영은
  • 사진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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