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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로키산맥의 대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행

캐나다

북아메리카 > 캐나다

발행 2022년 11월 호

흔히들 말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그럼에도 선뜻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여유를 갖고 오롯이 나를 위해 떠났던 여행이 얼마나 될까. 이런저런이유로 미룬 여행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자고로 용기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진심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며 여행을 떠났던, 흥미로운 나 홀로 여행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틈만 나면 캠핑을 떠난다. 겨울이면 스키를 메고 스키장을 찾아다닌다. 어쩌다 집에 있는 날이면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빠지는 로맨티스트, 여행은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늘 떠나고 싶은 그의 직업은 출판사 대표다. 20여 년 여행기자로 일했고 제법 많은 책을 냈다. 가을이면 그는 더 바빠진다. 캠핑도 가야 하고 자전거도 타야 한다. 와중에 책도 써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에 그치는 여행이 아니라 몇 번이고 그곳을 방문해 마음 속에 그 여행지를 각인시키는 여행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도 여행했던 곳을 꼽으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알래스카 3개월 자동차 여행, 미 서부 국립공원 순례, 4개월간의 중남미 배낭여행, 네 번에 걸친 북한 금강산과 개성 여행, 다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부탄, 럭셔리의 끝판왕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루 트레인 여행 등이 생각난다고. 그는 4개월간의 중남미 배낭여행의 이야기를 엮어 <안녕, 체>를 썼다. 자전거와 캠핑 여행에 관한 책도 여러 권이다. <여행의 선율>이라는 뮤직 에세이는 여행지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했던 책이다. 사무실에 제법 근사한 스피커를 두고 커피와 음악을 즐기는 것도 그의 취미다.

김산환 대표는 지금 로키산맥을 여행 중이다. 역시나 혼자 떠난 여행이다. 자연과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그에게 캐나다 로키는 그야말로 제격이다. 멋진 자연이 있는 국립공원인 캐나다 로키에는 이 자연을 누릴 수 있게 40여 개의 캠핑장을 만들어놨다. 하루에 최대 1만 명이 캠핑을 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인 셈. 그는 이곳에 올 때마다 캠핑을 한다. 아침저녁으로 텐트 곁에서 풀을 뜯는 거대한 야생동물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록 500m가량 손수 짐을 운반해야 하지만, 폭포와 마주하며 지내는 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감동적이다.
가끔 그렇게 훌쩍 혼자 떠나는 여행의 매력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혼자 여행은 자유로운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의 자유 의지대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여행하게 됩니다. 물론 자유에 따른 책임도 크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입니다. 다만, 마음을 잘 다독일 줄 알아야 합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혼자만의 쓸쓸함을 이겨내야 하고, 여행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치미는 화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점점 축소되는 책 시장, 출판업의 목을 죄는 각종 규제때문이다. 좋은 책을 내고,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그의 꿈은 여전하지만 출판사 일을 이어가는 건 늘 그에게 많은 고민을 안긴다. 그 많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면 훌쩍 떠난다.
“이번 가을의 캐나다 로키는 세 번째입니다. 이 가운데 이번이 날씨가 가장 좋네요. 캐나다 로키는 해발 1500m에 위치한 산악형 국립공원이라 가을이 짧아요. 아스펜이나 자작나무처럼 노란색으로 물드는 단풍(빨간색으로 물드는 캐나다 단풍 메이플은 동부)이 정말 아름다운데요. 이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자마자 눈이 오기 때문에 진짜 가을을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첫눈이 늦게 내리면서 10월 중순까지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네요. 제겐 아주 큰 행운입니다.”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는 산속에서의 여행, ‘혼자’라는 자유로움과 맞바꿔야 할 외로움.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는 경이로운 자연에 감탄하고 밤이면 고요한 세상에서 도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김산환 대표는 오늘도 로키산맥에 포근하게 안겼다. 그는 로키를 찾을 여행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사실 캐나다 로키는 먼 곳에 있는 여행지입니다. 그러나 꿈을 현실로 바꿀 용기만 있다면 멀지 않습니다. 참고로 고도가 높은 곳에 있어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금방 추워집니다. 여름에도 보온에 신경 써서 도톰한 옷을 준비하는 게 좋아요.”

  • 에디터 김춘애
  • 사진 김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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