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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spiration

지친 삶에 위로가 되는 안식처

요세미티

북아메리카 > 미국

발행 2022년 11월 호

흔히들 말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그럼에도 선뜻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여유를 갖고 오롯이 나를 위해 떠났던 여행이 얼마나 될까. 이런저런이유로 미룬 여행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자고로 용기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진심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며 여행을 떠났던, 흥미로운 나 홀로 여행 이야기를 들어봤다.

“행복은 월급 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치는 ‘중년’의 ‘청년’이 있다. 신익섭 요셈 투어 대표다. ‘아, 여행사 대표구나’라고만 생각하기에 그의 이력은 너무나도 화려하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사원부터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부사장까지, 한때 그는 억대 연봉자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모든 걸 접고 요세미티 투어 가이드가 되겠다고 한 지 벌써 7년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요세미티 투어를 전문으로 진행하는 요셈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회사지만 회사 인허가, 투어 차량 관리, 보험, 예약 관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마케팅, 여행 예약 플랫폼에서의 후기 관리, 요세미티에서의 숙박을 위한 산장 관리, 여행자들의 식사를 위한 재료 구매와 식사 준비 등 생각보다 할 일이 무척 많다. 그는 지금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다. 신익섭 대표는 요세미티를 소개할 때면 마치 재미난 놀이에 한창 신이 난 아이 같다.
“미국 캘리포니아 동부의 시에라 산맥에 자리하고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옐로스톤, 그랜드캐니언과 함께 미국의 3대 국립공원으로 꼽힙니다. 1864년 링컨 대통령 당시 요세미티 그랜트가 제정되면서 보호를 받게 되어 이후 미국 최초의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나중에 국립공원이 되었지요. 미국의 주립·국립공원 시스템이 탄생한 곳이 바로 요세미티인데요. 참고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 밸리까지 차로 4시간, LA에서는 6시간쯤 걸려서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요세미티를 다녀오죠.”

아직은 여행사보다 직장인으로 살았던 삶이 더 길다. 평범한 중년의 신사처럼 보이지만 그의 오랜 취미는 살사 댄스다. 이렇게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살사 댄스 실력을 보면 더 놀란다. 게다가 사진 실력도 수준급이다. 요셈 투어의 고객들에게 최고의 사진 선물로 감동을 주곤 한다. “저는 혼자 여행을 가면 사진을 많이 찍어요. 걷다가 눈에 띄는 풍경이 나오면 멈춰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가이드를 시작한 이후로는 혼자 여행을 갈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네요. 일을 좀 줄이고 여행을 더 자주 떠나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아요.”
그에게 가정이 생긴 이후로 혼자의 여행은 급격히 줄었다. 그래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요세미티에서도 혼자 떠나고 싶을 때 찾는 곳이 있다. 요세미티 인디언 부족의 마지막 추장의 이름을 딴 테나야 호수(Tenaya Lake)가 바로 그곳. 요세미티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호수의 길이가 약 1.6km 정도인데 물이 수정처럼 맑고 주위를 둘러싼 암벽과 나무가 물에 비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한 번은 밤에 근처에서 차박을 했는데 새벽에 호숫가에 나와서 보니 하늘의 은하수가 호수에 비치고 있었어요. 고요한 호수 위에 뜬 은하수와 별들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멋진 장면이었죠. 친한 친구들이 오면 가끔 그곳에 가서 카약을 타요. 호수를 돌아보고 라면을 끓여 먹고 오는데, 정말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그에겐 요세미티가 아주 특별하다. 미국에서 첫 사업 실패로 지쳤던 그를 위로한 곳이 요세미티다. 여행 사업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준 곳도 이곳이다. 미국의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요세미티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롯데타워 두세 배의 거대한 바위 절벽과 아파트 40층 높이의 자이언트 세콰이어 나무들, 수정처럼 맑은 알파인 지대의 빙하 호수와 송어들이 헤엄치는 강물, 드넓은 초원과 그 배경이 되는 빽빽한 침엽수림, 해발 4000m가 넘는 눈 덮인 시에라 산맥이 펼쳐 보이는 풍경들은 늘 봐도 항상 새롭다. 혼자 떠났던 요세미티 공원에서 그는 둘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혼자의 시간이 필요할 땐 공원 어딘가로 차를 몬다. “평생 이곳에서 지낼 생각으로 사랑하는 아내와의 결혼 장소 역시 이곳을 선택했죠. 요세미티는 제게는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입니다. 언제나 새롭고 항상 경이로운 이곳에서 남은 삶을 보낼 생각입니다.” 힘들어 찾을 때마다 요세미티는 따뜻하게 그를 위로했다. 결혼 후에는 가끔 아내가 일을 돕게 되었고 덕분에 투어는 훨씬 풍성해졌다. 신익섭 대표가 힘들 때마다 요세미티에 안기듯, 일상에 지칠 땐 자연의 품에 살포시 안기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 에디터 김춘애
  • 사진 신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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