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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Local Trip

오롯이, 청양 02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청양의 이야기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2년 10월 호

청양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가 뜻밖의 유쾌함을 선사하고, 순한 사람과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청양에서 그저 먹고 쉬며 포근한 감정을 느껴본다.

소박하고 따뜻한, 주식회사 이플아토

청양 읍내를 향기로 물들이는 가게가 있다. 문을 연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이플아토다. 파스텔 톤 컬러의 비누와 아기자기한 왁스 향초가 민트색 벽면을 가득 채웠다. 손이라도 대면 그 아름다움이 망가질까 봐 멀리서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향기를 천천히 맡는다. 청양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던 그윽한 향에 취한다. 이플아토는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공예품을 제작한다. 비누, 향초, 인센스, 매듭 공예, 레진 아트 등 예쁜 것을 한데 모았다. 한쪽엔 청양군 캐릭터인 ‘청양이’를 활용한 인형, 실내화, 스티커, 키링, 메모지도 있다. 청양 고추구기자축제에서 만난 거대한 청양이 탈도 이플아토의 작품이다.
1층 매장을 한참이나 기웃거리다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에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널찍한 공간에서 여성들이 비누를 포장하고 있다. 그들 중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이 눈인사를 건넸다. 1층은 판매장, 2층은 클래스 장소라며 비누와 인센스 재료를 내어줬다. 이주 여성인 선아 씨와 니읏 씨가 천천히 클래스를 진행한다.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배양한 성분인 EM 비누로 항산화와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며 재료를 나눠주었다. 여러 향료와 좋은 성분으로 배합한 재료를 섞은 후 손으로 주무르며 모양을 잡는다. 별것 아닌 듯 휙휙 모양을 잡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플아토의 허지혜 대표는 좋은 향기를 맡으면서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행동이 마음을 치유한다고 말했다. 청양에서 만난 낯선 향기에 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청양, 공예품, 이주 여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가 이플아토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가는지 허지혜 대표에게 물었다.
location
충남 청양군 청양읍 중앙로열길 3
tel
010-9455-7307
info
비누 원데이 클래스 2만5000원
  • 청양군의 ‘청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 이플아토의 1층 공방에서는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 이플아토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EM 비누를 제작한다.
  • 인센스와 비누 만들기 클래스 수업 중인 이플아토의 허지혜 대표와 직원들
TIP!

[INTERVIEW 1] 주식회사 이플아토, 허지혜 대표

Q 주식회사 이플아토를 소개해주세요.
A 이플아토는 파티 플래너의 역할도 수행하는 천연 수제 공방이면서 지역 청년·여성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입니다. 이주 여성 2명, 경력 단절 여성 1명이 이플아토의 구성원이며, 얼마 전까지는 학교 밖 청소년도 이플아토에서 근무했습니다.

Q 여성·가족·청소년 삶의 질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사업하는 곳이라고도 알려졌습니다.
A 청양엔 이주 여성이 많지만, 그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어요. 다문화센터에서 방문 지도자로 활동할 때 많은 이주 여성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하곤 했다고 해요. 사실 이주 여성들은 모국에서 엘리트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이플아토에서 근무하는 이주 여성은 간호사 출신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제가 외국에 나가면 이주 여성이 되죠.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많고 성실히 일하는 그녀들을 보며 함께 이플아토를 꾸려가야겠다고 결정했어요. 학교 밖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아이 역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대학에 갔죠. 그러다 보니 학교 밖 청소년들과 소통하게 되고 그런 청소년과 사회의 연결고리가 될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조언을 해주거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죠.

Q 2022 관광두레 으뜸두레에 선정됐습니다. 좋은 제품과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겠죠?
A 전국 300여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 중 10곳 안에 들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관광두레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도 몰랐을 거예요. 이플아토 초창기와 청양이 굿즈를 만들 때 마음고생을 조금 했는데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물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들고요.

Q 대표님에게 청양은 어떤 곳일까요?
A 청양에 내려온 지 13년이 지났습니다. 청양은 제가 앞으로 살아갈 곳이고 제 아이들이 돌아와서 살 고향입니다. 청양은 자연도 아름답고 공기도 맑죠. 천식으로 고생했던 제 아이도 청양에 와서 치유됐습니다. 그래서 더욱 청양에 애착이 갑니다. 또한 청양에 재능 있는 청소년과 청년이 많습니다. 앞으로 제 역할은 이플아토를 잘 꾸려나가는 것 외에 청양의 젊은이들과 청양의 매력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식회사 이플아토, 허지혜 대표

청양을 생각하는 요리, 휴식 레스토랑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 백제에프앤비(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휴식’을 운영하며 청양 지역 농산물을 알린다. 휴식 레스토랑의 메인 셰프인 김장익 조리기능장은 오래전부터 청양의 음식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청양의 로컬 푸드로 이탈리안 요리를 만들겠다는 도전은 2018년에야 비로소 이룰 수 있었다.
휴식 레스토랑의 모든 메뉴는 로컬 푸드로 만들어진다. 가장 잘 알려진 메뉴 큐브 스테이크와 매운 알리오 올리오 감바스 파스타에 들어간 채소는 전부 청양의 농장에서 수급한다. 또한, 모든 요리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온 식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담백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청양 특산물인 구기자를 활용한 빵도 만날 수 있다. 청양 구기자 천연 발효 빵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효소가 좋은 미생물의 활동과 생성을 증가시켜 건강한 빵으로 알려졌다.
location
충남 청양군 청양읍 월촌길 56-2 백제에프앤비(주)
tel
041-942-5773
info
큐브 스테이크 1만8000원, 매운 알리오 올리오 감바스 파스타 1만9000원
  • 매운 알리오 올리오 감바스 파스타와 큐브 스테이크
  • 아늑한 분위기의 휴식 레스토랑

오색찬란한 레트로 카페, 장터커피

청양 오일장이 열릴 때나 닫을 때나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청양 사람들을 만나는 장터커피. ‘청양의 봄, 청춘’ 협동조합에서 오픈한 장터커피는 청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만든다. 청양 특산물인 맥문동 가루를 넣어 만든 수제 에그 타르트와 청양 맥몬드 카푸치노, 구기자와 오미자로 만든 청양 구미자 주스가 그 주인공이다. ‘내 집에 오는 손님에게는 좋은 것을 내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지역 농산물 활용으로 이어진 것. 좋은 식재료를 고집해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것이 장터커피의 모토다. 이 외에 커피믹스처럼 보이지만 흑설탕과 연유로 만든 장터커피, 쓴맛 없는 냉침 커피 등도 만날 수 있다. 청양이빵도 장터커피에서만 만날 수 있다. 청양군의 캐릭터인 청양이의 모양을 본떠 만든 귀여운 빵으로 안에는 팥과 슈크림이 들어 있다.
location
충남 청양군 청양읍 중앙로5길 20-1
tel
010-7767-9088
info
장터커피 4500원, 청양 맥몬드 카푸치노 4500원, 청양 구미자 주스 4800원
  • 장터커피의 이색 메뉴인 청양이빵과 맥문동 카푸치노
  •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터커피
TIP!

[INTERVIEW 2] 오롯한 청양을 만들기 위한 여정, 청양 관광두레 박영혜 PD

Q 청양에서 재미있는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A 청양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청양관광두레 박영혜 PD입니다.

Q ‘관광두레’와 ‘관광두레 PD’라는 직업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세요.
A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관광두레’라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커다란 볼거리나 리조트를 관광 사업이라 생각해 외부 업체에서 지역의 관광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자생력이 생기지 않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미미했어요. 그래서 정부 주도하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사업체를 만들고 그 성과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관광두레’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Q 어떤 주민 사업체가 관광두레에 선정되나요?
A 지역 주민 최소 3인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업체로 지역성과 공동체성을 평가하고, 아이템의 사업성, 관광두레가 끝난 후에도 사업이 계속되는 지속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현재 청양에는 기념품, 식음료, 여행사, 숙박 등 다양한 분야의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가 있습니다.

Q 청양을 속속들이 알고 있겠어요.
A 16년 전 청양에 내려왔으니 웬만큼은 알고 있어요. 그때 요양차 청양에 잠깐 머물다 가려고 했는데 청양에서 하고 싶은 일이 연달아 생기면서 관광두레 PD까지 되었네요.

Q 청양에서 오랫동안 일하게 된 원동력이 있을 거 같아요.
A 과천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했어요. ‘여성문화예술기획’ 단체에서 연극 콘서트를 주로 기획했고,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 예술 기행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했는데, 청양에 내려오니 심심하더라고요. 청양은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생동하는 일이 없다 보니 자꾸 일을 꾸미는 궁리를 하게 돼요.

Q 그 첫 번째가 ‘학교 아이들과 제주도 가기’ 프로젝트죠?
A 청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 친구들이 비행기를 못 타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행기표값을 마련하기 위한 바자회를 열었죠. 그때 청양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자신을 표현하고 싶지만, 기회가 너무 없다는 것, 기회만 있다면 열심히 참여하고 그다음의 일을 도모한다는 것을요.

Q 여성과 아이에 더욱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청양 아이들과 엄마들을 보고 있으면 재미난 일을 꾸미고 싶어요. 그래서 13년 전 청양 주부들끼리 모여서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팜파티를 열기도 했죠.

Q 그러면서 ‘달빛 마켓’이 탄생하게 된 거군요.
A 2016년쯤 ‘청양 사회경제 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고 ‘달빛 마켓’을 열었어요. 농촌 직거래 장터는 천편일률적으로 모양도 똑같고, 장터에 들어간 상품들도 괜히 개성이 없어 보이잖아요. ‘달빛 마켓’은 그런 개념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어요. 농부들이 각자 스타일대로 부스를 꾸미고, 공연이나 벼룩시장도 함께 열리는 축제 같은 마켓이요.

Q 주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A 올해로 ‘달빛 마켓’이 3회를 맞이했는데, 1회 때부터 꾸준히 오는 방문객들도 있고, 판매자들 역시 수익이 좋은 마켓이 아닌데도 계속 참여해요. 사실 ‘달빛 마켓’은 상당히 불편하거든요. 일회용품도 못 쓰고, 고객이 설거지해야 하고, 장바구니도 직접 챙겨 와야 하고요. 그런데도 ‘달빛 마켓’이 한결같이 인기리에 막을 내리는 걸 보면 꽤 흥행 중인 마켓 아닐까요?(웃음)

Q 청양에서 한 일을 쭉 들어보니, 청양 관광두레 PD가 될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
A 작년에 관광두레 연합 동영상을 제작했어요. “청양에 가보리 살아보리 놀아보리 청보리~”라고 업체별로 성격에 맞는 작사를 하면 주민 사업체 주인장들이 음악에 맞춰 랩을 하는 프로젝트였죠. 처음에는 자신이 어떻게 랩을 하냐고 다들 손사래를 쳤는데 막상 또 잘하는 거예요. 제가 무언가 하자고 하면 주인장들이 열심히 따라와줘요. 저는 그럴 때 고맙고 행복해요.

Q 그런 면면들이 청양 사람의 매력인 거 같아요.
A 청양 사람들이 정말 양반이에요. 정적이고 점잖으신데, 일을 도모할 때면 어디서 그런 욕심이 나왔는지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해요. 저는 사람이야말로 청양 최고의 자원이라고 생각해요.
  • 청양 관광두레 박영혜 PD
  • 마을 여행사 청보리 직원들과 비건 라이프 투어를 진행 중인 박영혜 PD

매콤달콤 청양으로, 청양 고추구기자축제

매년 여름 3일간 청양 군민들의 쉼터인 백세건강공원 일대에서 청양 고추구기자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청양 고추구기자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중단했던 현장 축제를 3년 만에 재개한 만큼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구기자존에서는 청양 구기자왕의 구기자, 구기자 화분, 구기자 공산품 등 다채로운 전시를 진행했다. 고추존에서는 세계고추전시장, 역대 고추왕 전시회 등을 선보여 매운맛 애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외에도 천원의 행복 고추를 담아라!, 고추 탑 쌓기, 매운 음식과 김치 만들기 등 특산물 관련 행사도 선보였다.
한편, 청양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분지 지형으로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기 때문에 고품질 고추와 구기자 재배에 적합하다. 청양고추는 칠갑산을 중심으로 부식질이 많은 산간 계곡 등지에서 자라 맛있게 매운맛이 특징이며, 구기자는 노화 방지와 면역 증강에 효과를 지닌 열매로 하수오, 인삼과 함께 한방의 3대 명약으로 불린다.
location
충남 청양군 청양읍 읍내리 377-10 백세건강공원
tel
041-943-0710
info
무료
website
칠갑마루.com/festival/
  • 청양 고추구기자축제
  • 청양 고추구기자축제
  • 청양 특산물인 청양고추
TIP!

[INTERVIEW 3] 청춘의 꿈터, 청년협동조합 ‘청양사람’ 이재영 대표

Q 청양으로 청년들을 불러 모은다고 들었습니다.
A 청양에서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청년협동조합 ‘청양사람’의 이재영 대표입니다. 도시에는 재미있는 사업을 할 기회가 적지만, 청양에서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자꾸만 재미있는 사업이 생겨요. 그래서 청양은 청년에게는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요.

Q 그래서 고향인 청양에 돌아온 거네요.
A 취업 후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청양에 기회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향인 청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청양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청양사람’을 조직하고 ‘똑똑똑 플랫폼’ 앱을 만들었죠.

Q ‘똑똑똑 플랫폼’ 앱을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청양군에서 다양한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공유 공간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정작 모두가 사용하지 않거나 힘 있는 단체가 공유 공간을 점유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똑똑똑 플랫폼’ 앱을 개발했어요. 은행에서 비밀번호가 계속 바뀌는 OTP 카드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공유 공간의 디지털 도어록에 적용했죠. 앱에 사용 공간, 날짜 등을 예약하면 사용 시간 60분 전에 도어록 비밀번호가 공개되는 시스템이에요.

Q 아이디어가 남다른 거 같아요.
A 아이디어가 좋다기보다는 청양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아이템이 떠올라요. ‘청양맛집’도 그래서 탄생한 거고요. 청양 식당 정보는 온라인에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아요. 포털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식당들도 허다하고요. 그런데 청양 식당 주인장들도 포털 사이트에 공지를 올리거나 리뷰를 달고 싶어 해요. 그래서 방학을 맞은 외지 청년들을 불러 모아 청양 식당들의 메뉴판을 찍고 정보를 수집한 후 ‘청양맛집’이란 청양 식당 플랫폼 앱을 개발했죠.

Q ‘한 달 창업 in 청양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고요.
A 2021년에 운영한 귀농·귀촌 프로젝트인데요. 청년 20명과 청양 청춘거리에 ‘청.맛.동’ 점포 네 곳을 오픈했어요. 청양다방, 운곡한약방, 화성양조장, 비봉방앗간 등인데요. 이곳에서 한 달간 청년들이 청양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 음식을 개발하고 원하는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어요. 창업의 1부터 10까지 전부 청년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는 프로젝트였죠.

Q 그 후로 청양에 남아서 활동하는 청년도 있겠어요.
A 프로그램이 막 끝났을 때는 17명의 청년이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7~8명 정도가 청양에서 활동 중이에요. 어떻게 보면 청년들이 한 달 동안 청양에 거주하다가 전출을 가버려서 안타깝긴 한데요. 저는 당연하다고 봐요. 도시 청년들이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떠난 거니까요. 그리고 청년들이 떠났다고 해서 청양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청양에서 행사가 열리면 다시 청양을 찾아오고 있거든요. 청년들 마음에 ‘시골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여지를 남겼으니 그것으로 된 거죠.

Q ‘시골이 대안이다’라고요.
A 관광두레 박영혜 PD님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남은 청년들이 청양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누군가는 ‘청양 사회경제 네트워크’에 소속돼 사무국 일을 하거나 또 누군가는 ‘청양사람’에서 저와 함께 일을 도모하기도 하죠. 또 다른 청년은 예술 활동을 하거나 자신만의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꿈을 실현하고 있어요.

Q 남은 청년들이 요즘 청양의 대표 문화 프로그램인 ‘오늘은 알프스’의 주축인 거죠?
A ‘오늘은 알프스’는 청양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시작된 문화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문화쌀롱’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청년들이 재능을 기부할 수도 있고 평범한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뭔가를 꾸밀 수도 있죠. 저희가 짜놓은 판에 청양 주민들이 와서 원하는 문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어야만 일방적인 문화가 아닌 새로운 문화, 청양이 원하는 진짜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대표님이 그리는 청양의 모습이 궁금해요.
A 청양에 청년이 2000명쯤 되거든요. 평소에 거리에서는 잘 안 보이는데 다들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제가 청양에 막 돌아왔던 3년 전보다 청년들이 훨씬 많아졌죠. 어떻게 보면 ‘똑똑똑 플랫폼’, ‘청양맛집’, ‘한 달 창업 in 청양군’, ‘오늘은 알프스’처럼 다양한 기회가 청양에 있고 그것을 열심히 알리는 청년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청년들이 불안함 없이 평생 살 수 있는 청양을 만들고 싶어요.
  • 청년협동조합 ‘청양사람’ 이재영 대표
  • ‘청.맛.동’ 점포가 위치한 청양 청춘거리

평온한 하루, 어슬티굿밤

대문간에서 달려 나와 밥은 먹었냐며 따뜻하게 안아주던 할머니. 할머니 품에서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을 자고, 아침에는 구수한 밥 냄새에 눈을 떴다. 그런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어슬티굿밤에서 온전히 쉬어가는 하루를 보냈다.
하얀 백구와 고양이 남매가 어슬티굿밤 마당에서 뛰놀고 있었다. 낯선 방문객이 다가가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동물 친구들. 그 너머로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 어슬티굿밤의 주인장 삼인방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중을 나왔다.김종길 할아버지가 웰컴 드링크라며 얼음이 동동 뜬 수정과를 내어왔다. 김정옥 할머니와 권기순 할머니가 손수 담근 수정과 한 잔에 경직됐던 몸이 사르르 풀렸다. 그제야 어슬티굿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커피숍, 펜션, 사랑방으로 구성된 단출하지만 아기자기한 공간들이었다. 어슬티굿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래된 집을 직접 재건축해 완성한 체험형 펜션이다. 최대 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독채 펜션 한 동, 아침 식사가 준비되는 식당, 카페, 캠핑존, 커뮤니티 공간인 사랑방, 팜파티가 열리는 잔디밭, 간이쉼터 등이 있다. 멀리서 보면 투박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인장들의 손때가 가득 묻어 있다. 뒷산에서 가져온 나무 그루터기는 테이블이, 바위는 의자가 되어주었다.
“어제 아침까지 ‘청양 2주 살기’ 하는 젊은 친구들이 잔뜩 있다가 오후에 나갔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제 저녁부터 적적하더라고. 한 20명 북적북적하다가 갑자기 없어졌으니까. 헤어질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서울에서 살다가 70세가 넘은 나이에 청양에 내려온 김종길 할아버지와 김정옥 할머니, 그리고 청양 토박이 권기순 할머니는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했다.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아침에 할 일이 있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벌레도 종종 보이고, 가구도 매끄럽지 못하며, 모든 게 느리다. 하지만 “숙소는 괜찮아요?”라고 물으며 문단속을 두 번 세 번 해주는 할아버지, 수정과가 맛있다는 한마디에 수정과를 잔뜩 싸주는 할머니 덕분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location
충남 청양군 운곡면 어슬티안길 71-15
tel
041-944-0701
info
독채 펜션 25만~35만원
website
어슬티굿밤.com
  • 김종길 할아버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어슬티 카페
  • 어슬티굿밤의 커뮤니티 공간인 사랑방
  • 어슬티굿밤의 주인장 삼인방. 왼쪽부터 권기순 할머니, 김종길 할아버지, 김정옥 할머니
  • 어슬티굿밤의 웰컴 드링크 수정과 한 상
  • 초록빛 연꽃잎들이 무성히 자란 어슬티굿밤의 저수지
TIP!

어슬티굿밤 이용 팁

➊ 식사는 며칠 전부터 주인장들이 품을 들여 재료를 준비하기 때문에 갑자기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지 말자.
펜션 예약 시, 팜파티를 함께 신청하면 어슬티굿밤의 메인 요리인 항아리 삼겹살 구이도 맛볼 수 있다.
➋ 전통 식혜 만들기, 낚시, 수제 고추장 만들기 등의 체험도 진행한다. 펜션 예약 시 함께 체험을 신청하면 된다.
➌ 널따란 캠핑존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고 싶다면 사전에 예약하자. 비용은 한 사이트당 3만원이다.

스님의 식탁, 소찬 협동조합

수인 스님의 비건 체험이 열리는 공간을 찾았다. 문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낯선 방문객을 반겼다. 수인 스님과 신도들이 맛있는 요리를 하는 중이다. 수인 스님은 약 20년 전 출가 후 암자를 찾는 신도들을 위해 사찰 음식을 손수 만들었다. 수인 스님의 사찰 음식이 맛 좋다고 소문났고, 곧 스님은 부산과 경남에 채식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그러나 수행자의 길을 걸으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스님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손을 떼고 청양으로 와 향적선원이란 암자에서 머물기 시작했다. 수인 스님은 향적선원을 방문하는 몇몇 신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채식 요리를 내어줬는데, 그 맛에 반한 신도들이 수인 스님과 함께 소찬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청양에서 채식을 알린다.
오늘의 채식 체험 요리는 구기자순 케일 부리또와 곤드레 팔라펠 버거다. 쌈 채소 위에 된장과 참깨를 섞은 타히니 소스를 바르고 구기자순, 파프리카, 사과 등을 골고루 올려 돌돌 말면 구기자순 케일 부리또 완성. 한 입 베어 물면 청양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곤드레 팔라펠 버거는 채식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삶은 병아리콩과 삶은 곤드레를 주재료로 만든 채식 패티는 웬만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맛볼 수 있는 햄버거 패티와 비슷한 맛을 냈다. 이 외에도 소찬 협동조합에서는 구기자 김밥, 구기자 바람떡, 구기자 포두부 라자냐 등 다양한 채식을 경험할 수 있다.
소찬 협동조합의 채식 체험 과정은 조금 번거로울 수 있다. 휴지와 물티슈 대신 다회용 손수건을 사용한다. 자신이 사용한 접시는 직접 설거지하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해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휴지를 쓰지 않으며 환경에 일조하자는 마음이다. 사찰 음식을 채식으로 확장하고 세계의 요리와 접목해 채식의 경계를 허문 소찬 협동조합. 청양의 맛을 알리며 사람과 환경을 담은 스님의 식탁 위에선 따뜻한 정성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location
충남 청양군 운곡면 갈산길 9-15 향적선원
tel
041-943-0995
website
청양산채.com
  • 소찬 협동조합의 수인 스님
  • 곤드레 팔라펠 버거
TIP!

소찬 협동조합 비건 레시피, 구기자순 케일 부리또

재료 쌈케일, 구기자순, 파프리카, 깻잎, 사과

➊ 통깨에 된장, 아가베 시럽, 매실 효소, 물을 넣고 부드럽게 간다.
➋ 구기자순을 손질한다.
➌ 파프리카, 사과, 케일 줄기 부분을 곱게 채 썬다.
➍ 케일 뒷면에 소스 1/2큰술을 넓게 펴 바른 후, 채 썬 채소와 구기자순을 골고루 올린다.
➎ 풀어지지 않게 잘 말아서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는다.
깻잎 안에 청양 농산물을 넣어 돌돌 싸는 과정

  • 에디터 박신영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대전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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