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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10월 호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지나온 날을 돌아보고 싶을 때도 있다. 숲속에서 가만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거나 낯설지만 다정한 사람들과 따스한 미소를 나누는 일.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감성이 청양에서는 되살아난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칠갑산 자연휴양림
푸르면서도 볕이 잘 드는 청양(靑陽). 그곳에 들어선 순간부터 야트막한 산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그중에서 칠갑산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989년 가수 주병선이 리메이크한 노래 ‘칠갑산’이 유명세에 한몫했다. 그러나 칠갑산이라는 이름은 알지만 정작 칠갑산이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청양의 봄은 일찍 분홍 꽃망울을 터뜨려 강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칠갑산 장곡사 벚꽃길에서 절정을 맞는다. 여름엔 칠갑산 계곡인 지천구곡의 물줄기가 더위를 식힌다. 가을이 오면 오색 창연한 단풍을 볼 수 있고, 함박눈이 대지를 덮으면 칠갑산 자락에 있는 알프스 마을이 겨울왕국으로 변한다.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아낙네의 심금을 울린 칠갑산은 청양에서 구슬픈 노랫말과는 다른 모습을 그린다. 늦여름에 찾은 칠갑산 자연휴양림은 산새와 매미 소리로 가득했다. 그것들은 휴양림 계곡 양옆에 늘어선 메타세쿼이아에서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 중이었다. 여름의 끝자락을 즐기는 건 자연만이 아니었다. 칠갑산 자연휴양림으로 휴가를 온 여행객들이 첨벙거리며 물놀이했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맨 칠갑산 등산객들도 기지개를 켰다. 계곡 끝에 다다르면 울창한 송림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부터 칠갑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채비를 마친 등산객들은 이 길을 통해 561m 높이의 칠갑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 종착지인 천장호 출렁다리에서 산행을 마무리할 것이다.
- location
- 충남 청양군 대치면 광대리 산73
- tel
- 041-940-2428
- info
- 성인 1000원, 청소년 및 군인 800원, 어린이 500원

칠갑산 산마루 아래, 천장호 출렁다리
천장호 출렁다리는 207m의 길이를 자랑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은 고작 5분 안팎이지만 천장호 위로 낮게 뻗은 다리를 건너는 내내 초록빛 호수와 푸른 칠갑산의 전경에 매료된다. 천장호 출렁다리에서는 자연 외에 볼거리도 많다. 천장호 출렁다리 중간에 있는 높이 16m의 고추·구기자 탑,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아기를 내려주는 용호장군 잉태바위, 알프스 마을로 이어지는 긴 호수 산책로도 색다른 재미다.
- location
-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 info
- 무료
두 개의 대웅전, 장곡사
장곡사의 첫인상은 고요한 산사였다. 가끔 바람이 불면 처마 끝에 달린 풍경에서 맑은 소리가 날 뿐이다. 신라 문성왕 12년(850년)에 보조선사 체징이 창건한 천년 고찰치고는 규모가 크지 않고 화려한 미감도 없지만 소박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일주문을 지나자 탁 트인 대웅전 앞마당이 나타났다. 사찰이라면 흔히 있을 법한 탑이 없는 덕분인지 대웅전 마당이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합장을 한 채 대웅전 가까이 가자 ‘하대웅전’이란 표지판이 나타났다. ‘사찰엔 대웅전이 하나다’라는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장곡사는 상대웅전과 하대웅전 두 개의 대웅전이 있는 국내 유일한 사찰이다. 일주문 가까이 위치한 대웅전이 하대웅전, 그 위가 상대웅전이다. 장곡사가 어떻게 해서 두 개의 대웅전을 가지게 됐는지에 관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고, 칠갑산에 자리한 또 다른 사찰인 도림사가 임진왜란 때 불에 타 남아 있던 대웅전을 장곡사로 옮겼다는 추측만 전해진다. 하대웅전에서 나와 언덕을 조금 더 오르면 상대웅전이다. 널따란 마당이 없어 고택처럼 안락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내부에는 국보 제58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와 보물 제17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부석조대좌가 봉안돼 있다. 두 개의 보물이 나타내는 위용만큼이나 웅장한 고목도 상대웅전 돌담을 떠받치고 있다. 고목 너머로 시선을 넘기면 옹기종기 모인 하대웅전과 그 옆에 있는 승방인 설선당, 종무소가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을 내어준다. 일주문 입구부터 천천히 걸어오는 스님이 보인다. 삿갓을 쓴 스님 뒤로는 하얀 백구가 꼬리를 친다. 장곡사는 여전히 고요했고, 사찰을 휘감은 평온한 기운도 오래 머무를 것 같다.
- location
-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길 241
- tel
- 041-942-6769
- info
- 무료
고요한 일상으로의 초대, 방기옥 가옥
장곡사에서 만난 고즈넉한 분위기는 방기옥 가옥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방기옥 가옥은 1776년 조선 후기 조대감이 지었지만, 방기옥이라는 현재 주인장의 이름을 따 방기옥 가옥이라 불린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가 하나로 연결된 ‘ㄷ’자 형태로 중앙에 작은 마당이 있어 아늑한 전통 가옥의 모습을 보인다. 지역의 유명한 고택들처럼 규모가 크지 않지만,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279호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 방기옥 가옥엔 주인장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주인장은 거주 지역 외의 공간을 전부 열어뒀다. 더불어 가옥 입구에 한옥 카페 ‘지은’을 오픈하고 대청마루, 누마루, 정원을 차실로 꾸며놓았다. 소담스럽고 정갈하게 놓인 차 세트를 들고 누마루에 올라앉는다. 활짝 열린 누마루 창문으로 방기옥 가옥의 풍경이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과 찻잔에 대추차 따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여유를 찾는다.
- location
- 충남 청양군 남양면 나래미길 60-4
- tel
- 010-5283-8764
- info
- 무료
- website
- 향원재.kr
찻잔 속의 꽃, 꽃이 머무는 자리
청양의 까치내 계곡 근처에 자리한 카페 ‘꽃이 머무는 자리’는 사시사철 꽃향기를 내뿜는다. 카페 앞 농원에 핀 노란색, 보라색, 빨간색 등 갖가지 색깔의 꽃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카페로 들어서자 김연이 대표가 꽃차 한 상을 내어줬다. 자그마한 찻잔 위로 비트차가 소담스럽게 담긴다. 차향을 한번 맡고 차를 마시자 미각이 예리해진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비트차 향에 그간 쌓인 여독이 잠시 사라졌다. 뒤로도 아카시아꽃차, 목련차, 작두콩차를 음미한다. ‘꽃이 머무는 자리’는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 (주)찬고을의 김연이 대표가 운영하는 꽃차 카페다. 10여 년간 꽃차를 마시던 김 대표가 2021년 카페와 꽃차 아카데미를 오픈하며 꽃차의 풍미를 전파하고 있다. 그녀는 카페 앞 농원에서 직접 채취한 꽃잎을 가공하지 않고 직접 덖는다고 했다. 꽃잎을 따고, 오랜 시간 덖은 뒤 또 한참을 말려야 비로소 꽃차의 재료가 만들어지지만, 그녀에게 이런 시간은 행복이다. 김 대표의 꽃 사랑과 노력 덕분에 꽃차의 맛이 더욱 깊어진다. 카페에서는 꽃차 외에도 꽃 비빔밥, 꽃 김밥, 꽃 샌드위치도 판매한다. 예부터 손맛이 좋기로 소문난 김 대표는 카페 운영 전 장아찌 식품 기업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때의 손맛을 살려 꽃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인다고. 향이 진한 꽃차만큼이나 음식 맛 역시 깊다. 말린 꽃잎이 뜨거운 물을 만나 천천히 익어가는 시간. 그 오랜 시간이 만든 아름다운 색깔과 향에 매료되는 건 찰나다.
- location
- 충남 청양군 대치면 사수터길 99-12
- tel
- 010-5102-0851
- info
- 비트차 5000원, 꽃 비빔밥+우엉차 1만5000원
- website
- yk3139.modoo.at/?link=cwfwrec7
하루하루 익어가는 풍미, 향온
꽃차만큼이나 오래 익어야 하는 게 있다. 전통 술 청주다. 맑고 고운 청주를 빚기까지 인내하는 시간만큼 청주의 맛과 향도 깊어진다. 청양의 전통주 체험장인 향온에서는 청주가 무르익고 있다. 향온의 성욱 대표는 오랫동안 술을 공부한 후 전통술 체험장을 오픈했다. 청양에 전통술 체험장이 없어 자신이 직접 양조장과 체험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그다. 성 대표가 석탄향(惜呑香)이 나는 청주라며 술 한 잔을 권했다. 석탄향이 특징인 청주라는 말에 텁텁한 향이 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독한 알코올 냄새 대신 달콤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석탄향이란 광산에서 채취하는 석탄이 아닌 ‘차마 마시기 안타까울 정도로 맛있는 향’이라는 뜻이다. 청주 두 잔에 볼이 발그레해졌다. 향온 청주는 18도로 도수가 높다. 달콤하다고 마구 마셨다가는 금세 취할 수 있다. 체험장 옥상에서는 청주의 주재료인 누룩을 햇볕에 말리고 있고, 창고에서는 항아리 가득 술이 숙성되고 있다. 청주가 익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며 청주를 마셔보고 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향온에 들러보길 바란다.
- location
- 충남 청양군 대치면 상갑1길 7-3
- tel
- 010-8948-4945
청양 로컬 여행의 모든 것, 청보리 협동조합
청양에 귀농·귀촌한 사람들의 작은 모임이 마을 여행사로 발전했다. 청양에 거주하며 보고 들은 지역의 매력을 여행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을 여행사, 청보리. 청양에서 놀아보리, 쉬어보리, 살아보리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로컬 트레킹과 여행 상품을 선보인다. 청양의 매력을 속속들이 알려주고 싶어 하는 마을 여행사, 청보리와 함께라면 청양의 숨겨진 여행지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다. 조명의 공해에서 벗어난 야간 산행 ‘달빛 트레킹’, 청양의 역사와 유적 등을 알아보는 문화유산 나들이 ‘버스 타고 청양 나들이’, 청양 읍내 곳곳에서 발견하는 제비집과 함께 알아보는 문화 탐방 ‘제비집 여행’ 등 진짜 로컬 여행을 제안한다.
- location
- 충남 청양군 청양읍 고리섬들길 63 2층
- tel
- 010-7110-3870
- website
- greenbarley.imwe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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