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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Local Trip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 고군산군도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2년 10월 호

희뿌연 안개 사이를 유영하듯 오밀조밀한 수십여 개의 섬이 아득히 줄지어 있다. 신선놀음이 연상될 만큼 황홀하기까지 하다. SNS 속 예쁘다는 카페에 앉아 낙조만 감상하고 돌아오기에는 분명 아쉽다. 그러한 이유로 섬 곳곳을 탐색하며 만난 절경은 수천만 년의 시간 여행을 떠난 듯 경이롭기만 하다. 근대 문화 도시로 손꼽히는 시간 여행의 도시, 군산에서 더 깊고 먼 태고의 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정. 독보적인 경관과 유구한 역사의 가치가 담긴 고군산군도로 떠나보자.
TRAVEL INFORMATION

한눈에 보는 고군산군도

군산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고군산군도는 선유도, 신시도, 무녀도, 장자도, 방축도, 대장도 등 12개의 유인도와 40여 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꼽히는 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이곳까지 들어갈 수 있다. 섬들은 150m 이하의 낮은 구릉성 섬들이 대부분인데 안개에 덮여 가려질 때면 한층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장봉이나 월영봉에 오르는 트레킹을 하거나 야경, 낙조 사진을 담기에도 탁월해 수려한 경관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서해인 만큼 저녁에 지는 붉은 해를 감상할 수 있는 카페, 펜션 등이 즐비하다. 군산시에 머물며 1박 2일 또는 2박 3일 정도면 주요 섬을 고루 관광할 수 있고 낚시, 해수욕, 스킨스쿠버 등 액티비티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벽화거리부터 트레킹과 갯벌 체험까지, 신시도 벽화마을

고군산군도의 섬 중 가장 면적이 넓은 신시도에는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물이 얕고 깨끗해 어자원이 풍부한 이유로 이맘때면 바다낚시를 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진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는 갯벌 체험이 인기다. 특히 씨알이 굵고 담백해 육질이 좋기로 유명한 바지락을 캐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바닷가 마을의 아담한 골목 사이로는 건물들을 따라 벽화가 펼쳐진다. 한두 해 전 아름다운 주거 환경 및 경관을 보장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섬마을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생겨나면서 지금의 벽화마을 거리가 조성됐다. 고군산 최고봉인 월영봉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의 명산. 총 9.2km로 4시간 정도 소요되며 대각산을 기점으로 월영재를 지나 왕복하는 코스다. 고군산의 초입에 위치하는 봉우리로 정상에 오르면 고군산 일대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리 120
website
www.신시도어촌체험마을.kr
  • 신시도 어촌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벽화.
    벽화거리가 있는 신시도 어촌 마을은 민가이므로 소음에 주의하자.
  • 신시도 어촌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벽화.
    벽화거리가 있는 신시도 어촌 마을은 민가이므로 소음에 주의하자.

시선을 사로잡는 무녀도의 명물, 무녀2구마을버스

신시도에서 선유도로 넘어가는 길에 위치한 무녀도지만 노란 마을버스를 보는 순간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첫 방문이면 노란색의 마을버스부터 들러볼 것.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버스 내부에는 다양한 그라피티와 오브제로 꾸며져 있고 창밖으로는 서해 전경이 펼쳐진다. 대표 메뉴로는 풍성한 속재료를 넣은 수제 버거와 감자튀김, 와플, 커피 등이 있는데 버스 내부 구경은 꼭 음식을 주문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면 버스 뒤쪽에 크게 자리 잡은 카페로 향할 것. 올드카 마니아라면 좋아할 만한 빈티지한 버스가 포토제닉하게 연출되어 있다. 카페는 무녀도 여행의 시작점으로 ATV, 스쿠터, 전기 카트 등 다양한 탈것을 대여해주고 있다. 덕분에 무녀도 여행 전 카페에서 배를 두둑이 채우고 출발하기 딱 좋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동길 117
website
인스타그램 @munyeo2gu_village_bus
  • 무녀도의 명물이라 불리는 무녀2구마을버스 뒤로 쥐똥섬이 보인다.
  • 빈티지한 올드카가 그 자체로 인테리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무녀2구버스카페.
  • 무녀2구버스카페 내부 곳곳은 휴양지 무드가 물씬 풍긴다.
  • BTS가 군산을 방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종배 작가가 군산 곳곳에 BTS 멤버들의 얼굴을 그라피티로 남겼다.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지질공원 명소, 쥐똥섬

만조 때면 두 개의 섬으로 보이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물이 빠지면 하나의 섬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쥐똥섬. 이름이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90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무녀도 속 태고의 자연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40여 개에 이르는 무인도 중 하나로, 길이 열려야만 오갈 수 있으며 바위 가장 위쪽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아래로는 화산활동과 수없이 몰아친 바닷물로 인해 만들어진 거친 표면의 바위가 기이한 형상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볼 땐 초라해 보이지만 막상 들어서면 바위산의 미니어처를 보는 듯 나름 험준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바닷물이 들이치는 곳에 소나무가 살 수 없을 법도 한데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리
조형물 포토존 안쪽으로 쥐똥섬이 쏙 들어온다.

섬 중간에 위치한 유일한 캠핑장, 무녀도 오토캠핑장

고군산군도를 여행할 때 보통은 군산 시내에 베이스를 두고 오가곤 한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20~30분이면 고군산군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섬 구석구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섬 내 머물 곳이 필요할 수 있다. 만약 캠핑을 좋아한다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오토캠핑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고군산군도에서 차로 오갈 수 있는 곳 중 유일한 무녀도 오토캠핑장은 사이트마다 전기 시설과 주차장이 있는 18개의 파쇄석&데크 사이트가 있고 프로 캠퍼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카라반, 이글루 모양의 돔 캠핑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캠핑장과 연계된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곳에 입실하면 5kg의 망과 호미 등을 대여해준다. 캠핑장에서 도보로 10여 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갯벌에서 체험이 가능한데 투숙객에게만 열리는 곳이라 더욱 특별하다. 캠핑장 사이트 가격은 3만원대부터 15만원대까지 크기별로 다양하며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리
website
www.mcamp.kr
둥근 이글루 모양이 이색적인 무녀도 오토캠핑장의 돔 캠핑.

끝없이 펼쳐진 해안이 만들어낸 절경, 선유도해수욕장

길쭉하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선유도해수욕장은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명소다. 그렇다 보니 주변으로 다양한 먹을거리부터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이곳은 선유 8경에 속하는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 명사십리란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10리에 걸쳐 있는 해수욕장을 일컫는다. 10리는 약 3.9km의 거리를 이르는데, 사실 선유도해수욕장은 1.5km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사십리해수욕장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간조 때면 길게 뻗은 해수욕장에 유리알처럼 고운 흰 모래가 모습을 드러내고 맑고 깨끗한 물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기 때문. 100여 m까지 나가도 물이 허리까지밖에 차지 않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선유도해수욕장에서는 대한민국의 명승 중 하나인 망주봉도 볼 수 있다. 망주봉 역시 선유 8경에 속하는데 이곳에 올라 보는 낙조가 일품이라 많은 이들이 찾는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선유도해수욕장의 커다란 게 조형물은 아이코닉한 느낌을 주는 포토존이다.

경쾌한 몽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숨겨진 해변, 몽돌해수욕장

선유도해수욕장의 고운 모래와는 반대로 둥글둥글한 모양의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 있다. 몽돌은 남해안이나 동해안 일부 등지에서 볼 수 있는데 수많은 세월 동안 바닷물에 의해 둥그렇고 부드럽게 깎인 몽돌이 해안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선유도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전월리 갈대밭을 지나 남악리 마을 뒤편으로 넘어가는 굽이진 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몽돌해수욕장에서는 크기도 아담해서 프라이빗하게 해변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물가로 내려가면 파도가 칠 때마다 몽돌이 부딪치며 내는 청아한 소리가 들린다. 좁은 길을 통해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어 ATV나 스쿠터, 전기 카트를 대여해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 여유가 있는 여행이라면 고군산길 도보를 따라 트레킹하며 들어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선유1교차로정류장에서 선유도해수욕장과 어촌체험마을을 지나 몽돌해수욕장까지 총 5.4km의 코스로 그리 어렵지 않아 누구든 도전해볼 만하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 둥근 몽돌이 가득한 몽돌해수욕장으로 세찬 파도가 부딪친다.
  • 수천 만년 동안 깎여 둥글게 모양이 난 몽돌해수욕장의 몽돌.

고군산군도 속 금문교, 장자대교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두 개의 다리가 있는데 이를 모두 장자대교라 부른다. 새로 만든 다리는 고군산군도의 금문교라 불릴 만큼 거대한 규모와 수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현대식 다리이며 다른 하나는 기존에 있던 다리로 현재는 보행교로 사용되고 있다. 장자대교는 선유 8경에 속하는데 이곳에 서면 아름다운 일몰과 망주봉, 장자봉, 선유봉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멋들어진 자태의 장자대교를 조망하고자 한다면 굳이 높은 곳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은 전망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장자도 여객터미널이 그것.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육로로 고군산군도에 들어올 수 있게 된 이후 유람선에 차를 싣고 오는 일이 잦아져서인지 여객터미널에는 인적이 드물다. 바로 이곳에서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장자대교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간조 때면 볼 수 있는 여객터미널 옆의 이름 없는 해변조차 이국적인 매력을 뽐낸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산78-1
장자도 여객터미널에서 바라보는 장자대교.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담는 봉우리, 대장봉

선유도 주변 섬들은 모두 인도교로 연결되어 있는 데다가 작년에는 방축도까지 잇는 출렁다리가 생겼다. 덕분에 도보로 고군산군도를 모두 둘러보는 하이킹 여행이 가능해졌다. 무녀봉, 망주봉, 대장봉 등 얕은 산들은 정상까지 길이 잘 나 있어 1시간 내외로 오를 수 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아늑한 어촌 마을 대장도의 대장봉이다. 섬 여행의 출발점인 신시도의 월영봉에 오르면 고군산군도가 한눈에 담기듯 대장봉은 고군산대교의 마지막 지점에서 보는 고군산군도를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르다. 대장봉은 142m 정도의 높이로 20~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다 만날 수 있는 장자 할매바위도 놓치지 말 것. 멀리서 보면 기이한 형태로 대장봉 능선에서 혼자 우뚝 솟은 돌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아이를 안고 서울로 떠난 남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같다 하여 할매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곳곳에는 할매바위의 전설이 담긴 안내판을 볼 수 있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대장도리 1
대장봉 정상으로 오르는 데크에서 내려다본 고군산군도.

섬과 섬을 잇는 짚라인 체험, 스카이SUN라인

고요할 것만 같은 잔잔한 선유도해수욕장에 고공을 가르는 날쌘 소리가 하늘을 채운다. 강철로 만든 줄에 의지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짚라인이다. 높이 45m, 길이 700m 규모로 국내 짚라인 중 가장 길다. 선유도해수욕장에 도착하면 단번에 눈에 띄는 높이라 찾기 어렵지 않다. 선유도에서 내려간 짚라인은 700m 건너편인 양주봉 입구에 다다른다. 올해 6월부터는 사진 촬영 서비스가 시작되어 더욱 인기가 많아졌다. 12층은 짚라인 출발점이고 10층은 전망대로 활용되고 있다. 섬 지역의 숙박 이용 등으로 10만원 이상 사용한 영수증이 있으면 짚라인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고 짚라인 이용 시에는 전망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짚라인을 하지 않고 전망대만 들어갈 경우에는 어른 2000원, 7세 이상 어린이부터 1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북길 136
tel
063-471-9800
짜릿한 짚라인을 경험할 수 있는 선유도해수욕장의 스카이SUN라인.

바다의 참맛을 느끼는 시간, 장자도 어촌체험마을

1km도 채 안 되는 고즈넉한 정취의 어촌 마을인 장자도는 섬 끝에 위치해 더없이 맑은 바닷물이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와 배를 타고 들어가는 관리도에서도 어촌 체험이 가능하다. 바지락, 굴, 칠게 등 연안 서식 생물이 풍부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마음껏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채취량은 2kg으로 정해져 있으며 호미, 바구니, 조개 등을 담을 망을 무료로 제공한다. 바다낚시도 빼놓을 수 없다. 수면 위로 힘 있게 뛰어오르는 물고기 떼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주변 곳곳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내릴 수 있는데, 선상낚시를 경험하고 싶다면 어촌체험마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볼 것.
location
전북 군산시 옥도면 장자도1길 26-2
고군산군도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간조 때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 에디터 김영은
  • 사진 김정호
  • 자료제공 라마다 군산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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