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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raveler

세계 스타벅스 정복기

프로수집러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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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10월 호

전 세계 스타벅스를 돌아다니며 굿즈를 사 모으는 것이 퍽이나 즐거운 여행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책을 들여다볼수록 그저 단순한 여행기만은 아니었다. 방석을 놓은 좌식 배치에 황룡사지 9층 석탑을 인테리어에 활용한 경주, 100년이 넘은 고택에 자리 잡은 교토, 좌석마다 하나씩 라디에이터가 달려 있는 모스크바, 연꽃 사원 안에 위치한 발리에서 만난 스타벅스는 거리에서 쉽게 만나는 카페가 아닌, 문화와 융합된 하나의 랜드마크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위로와 삶의 동기를 얻는 집요한 탐닉의 프로 수집러, 앨리스를 만났다.
일본 사이타마 가와고에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Morumotto / Shutterstock.com

누구든 무언가를 집요하게 좋아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와닿는 의미가 남다른 그 무언가는 끊을 수 없는 연대와 특별한 위로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앨리스에게는 스타벅스가 그런 존재였다. 세계에 3만40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는 이제 단순히 커피를 파는 매장을 넘어 약속 장소로, 경제의 지표이자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커피 매장인 스타벅스지만 앨리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10년 전 파리에서 두 달간 교육을 받으면서 기숙사에 머문 적이 있어요. 낭만이 가득할 것 같았던 파리였지만 인종차별로 차갑게만 느껴졌고 급격히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 겨울날 수업 후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고 한참 동안 걸었어요. 때마침 해가 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죠. 이러다가 대책 없이 아플 것 같아 다급히 들어간 곳이 가장 익숙하고 만만한 스타벅스였습니다. 스타벅스라면 미국식 이름을 가진 메뉴들이 있으니 어눌한 프랑스어 발음에 인종차별을 당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죠. 역시나 무난하게 주문했고 온기로 가득한 스타벅스에서 익숙한 맛과 분위기에 편안하게 녹아들었습니다. 힘들었던 마음이 너그러워지더라고요. 그 이후 긴 여행을 하면서 향수병이 돋을 때면 언제 어디서든 스타벅스를 찾게 되었어요.”

가장 힘들 때 위안이 되었던 스타벅스는 앨리스에게 맹목적인 사랑의 대상이 되었고 어느 여행지든 꼭 스타벅스를 방문하게 됐다. 그렇게 하나둘 해당 지역의 스타벅스 굿즈를 차곡차곡 모아 리뷰를 하다가 전 세계 스타벅스를 아카이빙한 책도 출간했다. 특히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생긴 이후로는 리저브 로스터리가 있는 시애틀과 뉴욕, 밀라노, 상하이 등을 방문했다. 결혼 이후 미국에 정착한 그녀는 올겨울이 오기 전 미국 최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있는 시카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첫 시작은 스타벅스에서 얻은 위안 덕분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현지 특유의 색을 입은 스타벅스 매장이 늘어나면서 현지화된 독특한 모습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어요. 현지의 옛 건물에 맞춰 세부 인테리어를 변경한다든지 지역 고유의 디저트가 있다거나 하는 부분을 경험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융합된 스타벅스를 보는 것만큼 지역 고유의 커피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앨리스는 수많은 나라 중에서도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기억한다.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붐비는 에스프레소 바, 안초비 피자와 함께 곁들이는 커피 한 잔,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되는 커피 등 이탈리아인들의 다채로운 커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는다. 그녀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10년 차 마케팅 경력으로 한국과 원격으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낯선 땅임에도 씩씩하게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 또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스타벅스 여행 덕분이라고 말하는 앨리스.

그녀가 가장 애정하는 굿즈는 시티 카드다. 시즌마다 나오는 카드는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모으기도 했고 현지 방문이 어려울 땐 각 나라에서 카드를 모으는 사람들의 SNS를 찾아가 교환을 요청하는 등 꽤 열정적으로 수집을 해왔다. 심지어 해당 지역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알아서 챙겨주거나 부탁을 통해 공수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시즌의 변화를 알리듯 스타벅스 카드가 꾸준히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요. ‘스타벅스 덕질’ 덕분에 무료할 것 같았던 미국 새댁 생활에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카드, 머그 수집 외에도 플레이모빌, 한정판 몰스킨을 모으고 있다는 프로 수집러 앨리스. 특별한 스타벅스를 여행하기 위해 시카고, 버지니아 비치 여행을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중남미를 여행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건물에 문을 연 과테말라 안티아구의 스타벅스와 라틴 아메리카 최초로 재활용된 선적 컨테이너에 문을 연 페루 리마 스타벅스 등 그녀에게는 여전히 탐닉할 숙제가 남아 있다.

  • 에디터 김영은
  • 사진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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