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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09월 호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 낯설고 혼란스러운 곳으로 이동하는 일을 여행이라 정의한다면 결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개인에게 집중됐던 일상에서 벗어나 둘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결혼에 앞서 그들의 여행은 일종의 예행연습과도 같았다. 싱어송라이터 아내와 공대 출신 북디자이너 남편의 아주 특별한 신혼여행기.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 이탈리아 돌로미티 사진 한 장이 시작이었다. 싱어송라이터인 아내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하기 위해 돼지국밥 식당에서 만난 그날, 첫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한 것처럼 결혼도 그러했다. 첫눈에 반한 돌로미티로 향하기 위해 그들에게는 명분 있는 장기간의 휴가가 필요했고 그 해결책으로 결혼을 선택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 결혼식을 했다’고 말하는 안수지・전병준 부부. “3년간의 연애 기간 동안 한국 곳곳으로 캠핑을 다녔어요. 그래서 그런지 돌로미티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미지의 공간에서 보낼 모험에 대한 상상이 그려지더라고요. 캠핑은 자연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불편함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죠. 그러니 당연히 신혼여행도 캠핑이어야 했어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줄 여행이 될 테니까요.”

그들은 여행과 결혼을 함께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수년간 여행 리포터 생활을 겸해온 아내와 고행에 가까운 여행을 좋아했던 남편의 시너지는 꽤나 좋았다. ‘30일 체류, 체코 인&아웃, 목적지는 돌로미티’ 이 세 가지만 정하고 떠난 여행은 매일 새로운 도전과 계획의 연속이었다. 여러 나라를 자동차로 탐색하며 매일 지도를 보고 계획을 세워나가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각 나라마다 다른 고속도로 이용법, 주차나 제한속도 등을 익히는 것과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유럽 각국의 표지판을 이해하는 것도 숙제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캠퍼에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날씨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었다. 심지어 잘츠부르크 캠핑장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쳐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또 하나, 체력 관리도 중요했다. 알프스 산을 넘고 넘어 이어지는 캠핑에는 반드시 트레킹이 동반되었기에 여행 전 체력을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여행 중에도 영양제만큼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시행착오 끝에 이윽고 돌로미티에 도착한 부부. 외계 행성을 만난 듯 장엄한 자연에 감탄하며 산행을 이어나갔고 해가 저물기 전 우연히 만난 작은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둘이 함께한 해외에서의 첫 산행, 숙소 예약이 안 된 불안한 상태에서 만난 기적 같은 순간은 30일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는다. 한 달 동안 부부는 산에 머물면서 도시가 그리울 땐 도시로, 자연이 그리울 땐 다시 자연으로 다니며 마음껏 알프스를 누렸다. 그리고 이들은 얼마 전, 리마인드 여행으로 다시 그곳을 찾았다.
“신혼여행 이후 수년이 지났으니 우리는 더 이상 신혼부부도 아니고 초행자도 아니었죠. 초행 때보다 긴장이 줄었고 좀 더 여유 있게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어요. 신혼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어서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정말 매일 웃었고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섭섭할 정도로요!”
“신혼여행 이후 수년이 지났으니 우리는 더 이상 신혼부부도 아니고 초행자도 아니었죠. 초행 때보다 긴장이 줄었고 좀 더 여유 있게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어요. 신혼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어서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정말 매일 웃었고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섭섭할 정도로요!”

신혼여행 때는 도시와 자연을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인적이 드문 낯선 여행지를 찾아 들어가며 부부가 좋아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유럽 캠핑 여행 노하우를 <유럽 30일 캠핑>이란 책으로 펴냈다. 실제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참고가 될 만한 정보 서적을 찾았지만 의외로 많지 않았던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부부는 싱어송라이터, 북디자이너의 기질을 살려 북뮤직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여행과 음악 이야기를 통해 책 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관객들과 소통하며 공유하고 싶은 그들의 바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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