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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09월 호
다른 나라나 도시 한 곳에 머물면서 현지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는 ‘한 달 살이’ 여행은 로컬 환경과 현지인의 일상을 더 가까이, 더 오래 눈에 담고 느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보통날의 일상도 여정이 될 수 있는 긴 여행. 떠나는 이유도, 구성원의 조합도 가지각색인 다섯 팀의 한 달 살이 이야기는 여행 곳곳에 보이는 쉼표와 숨 고르기 덕분에 여유와 편안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어쩌면 한 달 살이 구성원의 조합이 일반적이지(?) 않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홀로 또는 연인과 함께 혹은 가족 전체가 움직이는 한 달 살이가 아닌 모녀 3대의 발리 생활기라니 당연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엄마 그리고 딸과 함께 한 달 살이를 떠난 전문의 안보라. 발리행의 이유는 오로지 가족 때문이었다. 남편은 교수로, 그녀는 전공의로 일하며 7년간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왔다. 전공의라는 직업 특성상 당직이 잦았기에 딸아이 양육에 모친의 도움은 매우 큰 힘이 됐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노력한 시간과는 달리 딸이 유치원에서 그린 가족 그림에 아빠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일에 대한 회의가 들던 찰나 딸의 그림을 보니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이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따라왔다. 의사 일을 그만두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딸의 어린 시절에 아빠와 엄마의 기억이 튼튼히 자리했으면 하는 결심을 굳혔고 마침내 가족은 7년 만에 한집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생활하게 됐다. 가족 셋의 일상이 점점 안정될수록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넓은 세상과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곧바로 해외 한 달 살이 실전에 뛰어드는 대신 여름에 제주도에서 딸과 한 달 살이를 미리 경험했다. 혼자서 딸을 태우고 운전하며 제주도를 현지인처럼 누비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고 해외 한 달 살이도 어렵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제주도 한 달 살이에서 돌아오자마자 블로그와 카페, 어학원 등을 통해 해외 한 달 살이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아이가 막 초등학교에 진학한 터라 영어라는 도구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여행을 통해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가 영어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현지 체험형 영어 캠프 광고를 발견하면서 한 달 살이 장소는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낙점됐다. 업무로 인해 늦게 합류한 남편을 제외하고, 모녀 3대는 그렇게 인도네시아에 발을 디뎠다.
이후 제주도 한 달 살이에서 돌아오자마자 블로그와 카페, 어학원 등을 통해 해외 한 달 살이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아이가 막 초등학교에 진학한 터라 영어라는 도구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여행을 통해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가 영어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현지 체험형 영어 캠프 광고를 발견하면서 한 달 살이 장소는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낙점됐다. 업무로 인해 늦게 합류한 남편을 제외하고, 모녀 3대는 그렇게 인도네시아에 발을 디뎠다.

여행지로서의 발리가 아닌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한 달 살이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아이가 영어캠프에 가 있는 동안엔 해안도시인 발리 사누르의 요가원에서 진행하는 요가 수업에 참여했다. 아이가 영어캠프에서 돌아오는 오후에는 발리의 동네 야시장인 신두 야시장이나 사누르 비치의 지니어스 카페를 자주 찾았다. 현지식을 즐기기엔 신두 야시장만 한 곳이 없었다. 인도네시아식 미트볼 ‘박소’와 꼬치 ‘사테이’도 저렴한 가격에 실컷 맛보고 중앙 광장 먹거리 테이블 주변 옷 가게에서 가격을 흥정하며 싼값에 옷을 사는 재미도 있었다. 카페로 불렸지만 음식점과 펍, 카페의 경계를 마구 넘나들던 지니어스 카페도 세 모녀의 최애 장소였다. 비건과 건강식을 지향하는 카페에선 어떤 요리를 주문해도 만족스러웠다. 사누르는 동쪽에 위치해 석양을 보기에 적합한 해변은 아니었지만 지니어스 카페에서는 사누르 비치의 그림 같은 일몰을 볼 수 있었다. 해변에 놓인 빈백에 몸을 뉘인 채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보낼 때면 행복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발리에서의 모든 날이 특별하고 소중했지만 누사페니다 섬에서의 스노클링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15년의 수영 경험을 뽐내며 물개처럼 헤엄쳐 바다 저 멀리 혼자 앞서 나아가버린 모친을 찾으며 애간장을 태운 기억도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즐거운 해프닝이 됐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치마 샤롱으로 몸을 두르고 연못에 들어가 물줄기가 나오는 석상 사이를 이동하며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는 의식을 치르던 성수 사원에서의 경험도 잊을 수 없다. 풋풋한 설렘과 새로움으로 가득하던 발리가 내 집 같은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던 느낌을 간직하며 다음 한 달 살이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키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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