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스페인
발행 2022년 09월 호
다른 나라나 도시 한 곳에 머물면서 현지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는 ‘한 달 살이’ 여행은 로컬 환경과 현지인의 일상을 더 가까이, 더 오래 눈에 담고 느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보통날의 일상도 여정이 될 수 있는 긴 여행. 떠나는 이유도, 구성원의 조합도 가지각색인 다섯 팀의 한 달 살이 이야기는 여행 곳곳에 보이는 쉼표와 숨 고르기 덕분에 여유와 편안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무려 37개 도시에서 서른일곱 번의 한 달 살이 경험을 가진, 그야말로 ‘한 달 살이의 마스터’라는 소개가 제격인 여행 블로거 장소라. 한 달 살이는 ‘내 여행 모습의 일부이자 여행의 또 다른 형태’라고 정의한다. 또 다른 한 달 살이를 위해 뉴욕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준 그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낸 한 달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멈췄던 여행은 2020년 6월 캐나다 로키산맥 캔모어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밴쿠버에서의 한 달 살이로 이어졌다. 경이로운 자연을 품은 밴쿠버의 매력에 빠져 한 달을 계획한 여행은 무려 13개월간 지속되기도 했다. 밴쿠버에 정착하는 것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떠나지 않으면 모를 넓고 큰 세상에 대한 샘솟는 호기심은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갈 때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년 가까이 만날 수 없었던 가족과 한국에서 상봉 후 서울과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재개했고 꾹꾹 눌러두었던 유럽을 향한 그리움에 이끌려 곧장 스페인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멈췄던 여행은 2020년 6월 캐나다 로키산맥 캔모어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밴쿠버에서의 한 달 살이로 이어졌다. 경이로운 자연을 품은 밴쿠버의 매력에 빠져 한 달을 계획한 여행은 무려 13개월간 지속되기도 했다. 밴쿠버에 정착하는 것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떠나지 않으면 모를 넓고 큰 세상에 대한 샘솟는 호기심은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갈 때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년 가까이 만날 수 없었던 가족과 한국에서 상봉 후 서울과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재개했고 꾹꾹 눌러두었던 유럽을 향한 그리움에 이끌려 곧장 스페인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골목의 곳곳을 탐험하며 낯선 도시의 풍경에 동화되고 익숙해지는 것은 한 달 살이의 묘미 중 하나. 숙소가 위치한 파세이그 데 그라시아(Passeig De Gràcia)는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거리에 나서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동네를 누비는 걸음 수가 하루하루 늘어날수록 괜찮은 슈퍼마켓이 어디에 있고 맛있는 과일을 파는 가게는 어디이며 또 추로스와 젤라토가 가장 맛있는 곳이 어디인지 속속들이 알게 됐다. 때로는 현지인이 가득한 브런치 카페에서 마신 차 맛에 반해 로컬 브랜드의 티 숍을 방문하면서 상점이 자리한 새로운 동네를 탐험할 기회가 저절로 생기곤 했다. 여행 시간이 짧아 아쉬워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 날 다시 찾아와 가보고 싶었던 곳에서 식사하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 카페 테라스에 앉아 갓 짠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동네 빵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옆 테이블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순간들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기온이 뚝 떨어져 쌀쌀한 날에는 피카소 미술관과 호안 미로 미술관을 방문해 카탈루냐 지방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한 달 살이 중인 도시나 동네의 풍경을 담은 작품을 만날 때면 괜히 더 반갑고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소소한 일상이 있는 로컬 생활을 즐기는 동시에 건축과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바르셀로나를 탐미하는 데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가우디의 걸작으로 꼽히는 카사 바트요를 비롯한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겼다. 스페인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엘 셀러 데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에서는 스페인 맛의 진수를 경험했다. 테이블에 오른 모든 음식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완벽한 음식만큼이나 놀라웠던 것은 레스토랑의 방문객을 대하는 태도였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면 으레 방문객에게 요청하는 드레스 코드조차 없었다. 세계 1위 레스토랑이 가질 법한 거드름이 존재하지 않아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에서 음식을 음미할 수 있었다.

매일 동네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운 여행 일과 중 하나였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 하굣길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와 개강을 맞이한 대학생 무리의 모습을 자주 마주했다. 느긋한 여유와 친절함이 몸에 밴 도시의 사회 구성원들 덕분에 바르셀로나에서 좋은 기억으로 채워지는 한 달을 선물 받았노라 회상한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깨달은 게 있다면 제게 친절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을 사랑하게 되진 않더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현지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봐요. 바르셀로나는 서로 간의 기본적인 예의가 지켜지고 배려가 넘치는 도시였어요.”
뉴욕에서의 한 달 살이가 끝난 요즘은 대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런던에서의 한 달 살이를 소망하며 오스트리아를 여행 중인 그녀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지, 그곳에선 어떤 여행을 일상처럼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뉴욕에서의 한 달 살이가 끝난 요즘은 대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런던에서의 한 달 살이를 소망하며 오스트리아를 여행 중인 그녀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지, 그곳에선 어떤 여행을 일상처럼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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