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 멕시코
발행 2022년 09월 호
다른 나라나 도시 한 곳에 머물면서 현지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는 ‘한 달 살이’ 여행은 로컬 환경과 현지인의 일상을 더 가까이, 더 오래 눈에 담고 느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보통날의 일상도 여정이 될 수 있는 긴 여행. 떠나는 이유도, 구성원의 조합도 가지각색인 다섯 팀의 한 달 살이 이야기는 여행 곳곳에 보이는 쉼표와 숨 고르기 덕분에 여유와 편안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주 3일은 게임방송국의 프리랜스 방송인으로, 주 4일은 동네 책방의 운영자로, 허브텃밭을 돌보는 7년 차 도시농부로 일하는 작가 김예는 <프리다 칼로 동네에서 한 달 살이>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대한한공의 기내 매거진 <모닝캄>에 실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사진에 완전히 압도당한 그날부터 멕시코를 마음에 품었다. 이후 미국 출장 말미에 10일 정도 멕시코시티를 홀로 여행하며 ‘죽은 자의 날’ 축제를 즐겼지만 100% 채워지지 않은 갈증은 멕시코를 다시 찾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방송국 일은 후배들과 일정을 조율할 수 있었지만, 책방을 한 달이나 비우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책방을 아끼는 사람들이 책방 월세를 나누어 내주고 책방지기 역할을 자처하며 그의 여행을 지지해주었다. 프리다 칼로를 만나는 한 달 여정이 드디어 실현된 순간이었다.

실내 난방을 하지 않는 멕시코의 12월 아침, 저녁은 꽤 쌀쌀했다. 아침이면 볕을 찾아 숙소 정원의 테이블을 요리조리 옮겨 다녔다. 햇살 샤워를 마치면 프리다 칼로 동네에만 있는 로컬 브랜드 카페 엘 하로초(Café El Jarocho)에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정겨운 동네 풍경을 담고 있는 초록색 벤치에 앉아 하루를 시작하는 동네 사람들과 다정한 눈인사를 나눴다. 아침 산책이 끝나면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오후의 동네 산책을 나섰다. 끝없이 이어진 골목을 거닐며 우연히 만난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도 사고, 책방에 들러 스페인어 그림책도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12월에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맥주 노체 에스페시알을 한 잔 가득 따라 멜론과 함께 먹으며 그림책을 보거나 스페인어로 된 책 <월든>을 필사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은 또 어떤 골목 풍경을 마주할지 설레며 말이다.

사실 미국 출장 후 홀로 멕시코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좋지 않았다. “위험한 곳이라며 여행을 말리기도 했죠.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 믿으며 아주 작은 걱정만 안고 떠났어요. 축제가 몰려 있는 연말 멕시코는 제게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요.”
매일 먹고 놀기만 할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밤새 축포를 터트리며 축제에 취해 있다가도 사람들은 아침이면 엘 하로초에 모여 커피를 마시고는 당연하다는 듯 그들의 본업에 복귀했다. 그리고 퇴근해서는 또다시 축제를 이어갔다.
멕시코 여행을 결심했을 당시 주변에서 보였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멕시코에서 만난 모든 멕시칸들은 따뜻하고 친절했다. 멕시코에 머무는 동안 단 한 번도 화를 내고 욕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심한 체기로 고생하던 때 집주인 릴리안이 준비해준 정성 어린 음식과 크리스마스 선물의 기억은 여전히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또 12월의 마지막 날, 이웃 세나이다의 집에서 새해 인사를 나누며 맛본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팡도르가 있던 밤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매일 먹고 놀기만 할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밤새 축포를 터트리며 축제에 취해 있다가도 사람들은 아침이면 엘 하로초에 모여 커피를 마시고는 당연하다는 듯 그들의 본업에 복귀했다. 그리고 퇴근해서는 또다시 축제를 이어갔다.
멕시코 여행을 결심했을 당시 주변에서 보였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멕시코에서 만난 모든 멕시칸들은 따뜻하고 친절했다. 멕시코에 머무는 동안 단 한 번도 화를 내고 욕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심한 체기로 고생하던 때 집주인 릴리안이 준비해준 정성 어린 음식과 크리스마스 선물의 기억은 여전히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또 12월의 마지막 날, 이웃 세나이다의 집에서 새해 인사를 나누며 맛본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팡도르가 있던 밤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며 스리랑카 여행에 마음을 내비친 김예 작가. 그가 쓴 <프리다 칼로 동네에서 한 달 살이>처럼 스리랑카 여행기를 서점에서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의 마음과 시선이 오롯이 담긴 스리랑카 한 달 살이도 멕시코에서의 한 달처럼 분명 따뜻하고 사랑스러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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