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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낯선 곳으로 향하는 힘

파키스탄

아시아

발행 2022년 08월 호

오지(奧地)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험한 지역을 일컫는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에서 평온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때론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원시 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행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낯설지만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난 오지 탐험 여행가가 들려준 경이로운 여행의 순간들.

오지 전문 사진가로 잘 알려진 유별남 작가는 본래 미술을 전공했다. 미술을 통해 사물을 감각적으로 바라보던 그의 시각은 30대를 지나면서 어느새 앵글 속 초점에 맞춰지고 있었다. 유별남 사진가가 미술을 전공할 당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출현하던 때였다.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고 표현하는 내용과 방법이 더욱 다양해진 포스트모더니즘은 자신을 표현하기 좋은 도구였던 사진에 정착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사진과 훌륭한 궁합을 자랑하는 여행은 유별남 사진가가 표현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보편적인 삶의 가치와 자연의 위대함을 담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유별남 사진가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바로 EBS 프로그램 <세계테마기행>이다. 파키스탄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그램에서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와 인연을 맺었다. <세계테마기행>에서는 요르단을 시작으로 남아프리카, 가이아나, 이집트, 아이슬란드, 몽골, 베트남, 파키스탄 등 다양한 오지 여행지를 다녀왔다. 일반인의 발길이 닿기 힘든 세계 곳곳의 숨은 오지를 다녀본 유별남 사진가의 첫 번째 오지 여행은 어디였을까. 그는 어린 시절 혼자 동네 뒷산을 올라가던 때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천진난만한 10살짜리 소년에게 자연 그대로의산은 별천지와 같았다. 깊은 숲속과 계곡을 지나 알 수 없는 곳에서 만난 신비로운 경험은 지금의 유별남 작가가 정글, 사막 등으로 향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그간 20여 개국 이상을 다녔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파키스탄입니다. 거대한 규모와 메마른 산악지대인 파키스탄 북부의 발티스탄 지역은 물도 없고 햇빛을 피할 곳도 없죠. 때론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무인지대를 넘어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보다 먼저 이곳을 지나친 나그네의 흔적이거나 어쩌면 이 척박한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르죠. 저는 그렇게 매번 자연이 보여주는 거친 풍광 속에 인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경험을 반복합니다.”

유별남 사진가는 여행을 갈 때마다 꼭 챙기는 것이 있다. 주머니칼, 부싯돌, 우의, 든든한 비상식량 등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써온 일기장과 카메라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일반 여행자와는 확연히 다른 꾸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지 여행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경이롭다 못해 때론 공포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오지 여행이지만 그럼에도 다시 찾고 싶은 곳도 있다.
“언젠가 몽골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드넓은 사막과 초원으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4000m가 넘는 거대한 산과 빙하가 존재합니다. 촬영 때문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급히 돌아왔던 기억이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산 아래 빙하 옆에서 야생화 차를 마시며 별 이불을 덮고 밤을 지새고 싶어요.”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은 오지가 과연 존재할까. 유별남 사진가는 그런 곳은 없을 거라 말한다. 과학의 발달로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단지 선뜻 가지 않을 뿐이라는 것. 단순히 매력적인 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지 가보고 싶다는 유별남 사진가. 그의 앵글에 담길 다음 여행지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 에디터 김영은
  • 사진 유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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