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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남아메리카 > 브라질

발행 2022년 08월 호

오지(奧地)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험한 지역을 일컫는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에서 평온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때론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원시 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행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낯설지만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난 오지 탐험 여행가가 들려준 경이로운 여행의 순간들.

여행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여행지가 하나씩 존재하듯 박명화 사진작가에게도 오랜 시간 향수로 기억되는 곳이 있다. 바로 중남미다. 지난 2005년에 떠난 10개월의 중남미 배낭여행이 시작이었다. 배낭여행 이후 중남미에 매력을 느낀 그녀는 지속적으로 중남미 곳곳을 여행하며 중남미 여성에 관한 사진과 영상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남미에 머무는 동안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고, 한국에서는 반대로 중남미 여행 관련 서적을 출간하거나 강의, 기고 등을 통해 중남미를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수많은 나라 중에 왜 중남미를 선택한 것일까.
“중남미 중에서도 브라질을 주로 여행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만의 버킷 리스트였던 곳이죠. 처음 10개월의 배낭여행을 떠날 때도 브라질을 여행하기 위해 간 거였어요. 그렇게 멕시코를 출발해 과테말라, 파나마, 콜롬비아 등 여러 나라를 거치며 중남미를 여행하고 그 과정에서 노하우가 생겼죠.”
막상 브라질에 도착했을 때는 한국의 80배에 달하는 면적을 보고 비현실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시 브라질은 아마존처럼 밀림으로 뒤덮인 곳이 많았고 여행 인프라가 지금보다 덜 발달된 시기였기 때문. 여행에 어려움을 느낀 박명화 사진작가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상파울루로 향했고 우연히 삼바 행렬을 본 후 삼바 축제에 매료되었다. 흑인 문화와 브라질 특유의 문화가 섞인 삼바에 빠진 그녀는 리우데자네이루로 향했다. 그곳에서 브라질 사람들과 함께 삼바 축제를 즐기고 붉게 물든 저녁의 이파네마 해변을 걸었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브라질 북동부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군도 중 하나인 페르난두 데 노로냐는 가장 손에 꼽는 오지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내륙에서 약 343km 정도 떨어져 있다 보니 현지인들도 여행할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죠. 다양하고 희귀한 생물들이 살고 있어 브라질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리며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산호초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이곳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섬 내 출산을 금지하고 원주민 외 다른 이들의 이민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요.”
현지인들도 엄두를 내지 못해 손사래 치는 여행지를 굳이 가려는 것은 단순히 환상에 젖은 감상 때문만이 아니다. 박명화 사진작가는 브라질의 숨겨진 오지 여행지에 대해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곳이라고 설명한다. 차로 2시간을 달리며 열대, 온대, 아열대 등 다양한 기후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샤파다 지아만치나, 25억 년 전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이나시우 산 등만 보아도 ‘브라질 안에 지구의 모든 기후대와 지리가 존재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풍경, 푸른 동굴 안에서 만나는 오싹한 스릴까지 브라질은 다른 행성에 다다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순간만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어 가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고 국내에서도 비행기로만 이동해야 할 만큼 큰 나라이다 보니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지 여행에서 만나는 해충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한 번 물리면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이 때문에 박명화 사진작가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약을 가져가기보다는 현지에서 비상약을 구매하기를 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또 떠나고 싶어요. 중남미는 저에게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문과 같은 곳이에요. 수십 년간 중남미의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다 보니 다른 대륙의 이야기가 궁금하더라고요. 다음 여행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역사 유적을 돌아보며 여행하고 싶어요.”
중남미를 수십 년간 여행해 이제는 다른 대륙으로 떠나보고 싶다지만 여전히 중남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은 열망도 남아 있는 박명화 사진작가. 다음 행보로 아마존 강에 버금가는 브라질 문화의 원천지 중 하나인 상프랑시스쿠 강과 그곳 여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 에디터 김영은
  • 사진 박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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