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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Venezia

뜨거울수록 매력적인

베네치아의 여름

유럽 > 이탈리아 > 베니치아

발행 2022년 08월 호

모든 것이, 모든 사람들이 물 위에 떠다니는 도시 베네치아. 어느덧 이곳에서 다섯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어디에 살든 장단점이 있겠지만 분명한 건 베네치아는 그 삶 속으로 스며들수록 더욱 매료되는 도시라는 점이다. 특히 뜨거운 태양과 마주한 베네치아의 여름은 더욱 아름답고 생기가 넘친다. 팬데믹 이후 다시 활기를 되찾은 베네치아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축제 분위기로 가득한 베니스 비엔날레

베네치아는 4월 부활절을 기점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여행객으로 붐비는 관광도시가 되었다. 자가격리 조치와 PCR 검사의 해제로 여행의 허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관광업에 종사하던 우리 부부에게는 오래 기다려온 꿈같은 나날이다. 하루는 좁은 골목길에 가득 들어찬 관광객을 보면서 이 모든 상황이 혹시 꿈은 아닐까 볼을 꼬집어보기까지 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던 여러 번의 봉쇄를 겪으면서 이방인으로서 이탈리아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우리에게 경제 활동을 위한 수단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삶의 터전이었기에 쉽사리 떠날 순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될 여행을 꿈꾸며, 여행이 쉽지 않던 시기에도 쉬지 않고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모든 것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과 동시에 우리에게 허락되었던 모든 것을 언제든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함께 느끼고 있다. 그런 불안감이 있기에 오히려 지금 주어진 모든 것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리알토 다리에서 바라본 베네치아 전경.

다시 일상을 되찾은 베네치아는 그동안 잠시 멈췄던 전시,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온 섬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올해 열리는 이벤트 중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베니스 비엔날레였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과거 국영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던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열리는 본 전시, 지아르디니(Giardini) 공원에서 진행되는 국가관 전시, 그리고 베네치아 곳곳에서 펼쳐지는 병행 전시와 개인전까지, 전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미술 올림픽’이다. 올해로 59회를 맞이한 비엔날레는 팬데믹 여파로 인해 3년 만에 개최되었는데 이번에는 ‘꿈의 우유(Milk of Dreams)’라는 주제로 그 포문을 열었다.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이 자신의 두 아들을 위해 직접 쓴 동화책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인파로 활기가 넘치는 베네치아의 거리.

베니스 비엔날레는 크게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 전시와 국가별로 작가를 소개하는 국가관 전시로 구성된다.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 총감독의 기획 아래 옛 조선소를 개조한 아르세날레를 중심으로 열리는 본 전시에는 58개국에서 213명의 작가가 초청되었다. 이 중 여성 작가의 수가 무려 188명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127년 역사상 여성 작가가 남성 작가보다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실리아 알레마니는 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역사의 변두리에 남겨진 여성 예술가 및 운동가를 등장시켜 비판적 반성의 출발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미술 작품은 남성 작가, 그중에서도 백인 남성 작가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반해 여성은 상대적으로 존재감 없이 묻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이것을 깨닫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이 뜨끔한 질문을 던지며 베니스 비엔날레의 서막이 열렸다.
지아르디니 공원의 비엔날레 본전시관.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은 시몬 리(Simmone Leigh)와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가 받았다. 이들도 물론 여성, 심지어 흑인 여성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어느 해보다 여성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며 주목받고 있다. 한국 작가로는 떠오르는 여성 작가 정금형과 이미래가 초청되어 조각과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지아르디니 공원에는 비엔날레를 위해 설치된 국가관들이 모여 있는데, 마지막으로 개관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 국가관이다. 1993년 독일관의 대표 작가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백남준 작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모금에 앞장선 것이 계기가 되어 국가관 신설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올해 한국관은 이영철 큐레이터가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김윤철 작가의 신작 3점 등 ‘나선’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 7점으로 꾸며졌다. 비엔날레 기간 베네치아 곳곳에서는 다양한 형식의 병행 전시를 만날 수 있는데, 현지 미술관을 비롯해 이탈리아 귀족의 저택이었던 팔라초를 갤러리로 탈바꿈해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하종현을 비롯해 실험 미술의 선구자 이건용 등 대한민국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를 베네치아에서 관람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고 론디노네, 게오르그 바젤리츠, 애니쉬 카푸어, 안젤름 키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도 열리고 있다. 지금 베네치아는 발길 닿는 모든 곳이 그야말로 미술관인 셈이다.
  • 비엔날레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국관의 소니아 보이스 작품.
  •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된 김윤철 작가의 작품.

  • 에디터 최인실
  • 김혜지
  • 사진 김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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