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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raveler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던 여행의 순간

김동우·전은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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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07월 호

영화 속 풍경 같은 낯선 오지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밴라이프 덕분이다. 기이하게 솟은 선인장 숲과 수심이 드러나는 맑은 호수, 인생 최고의 단풍을 보기까지. 가슴이 쿵쾅거리며 반응했던 미국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초대한다.
01

애리조나 Arizona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애리조나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선인장이 모여 장관을 이루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최대 12m까지 자라는 선인장은 사와로(Saguaro)라고 부르는 애리조나의 대표적인 야생화다. 사람들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선인장이 자랄 수 있는 이 넓은 대지는 국토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이 통제하는 지역으로, 최대 14일까지 무료로 캠핑이 가능하다. 미국 서부에는 이런 곳이 많다. 애리조나 남부 지역에서는 소노란 사막 국립 천연 기념물과 사와로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몇 천 그루씩 줄지어 난 선인장 숲속에서는 규모가 큰 만큼 다른 여행객과 떨어져 프라이빗하게 차박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선인장 하나를 골라 주차하고 저녁으로 냉동 막창과 대창을 먹었어요. 이색적인 조합이죠? 서부영화에서나 봤던 대규모 선인장과 밴 지붕에서 맞이한 선인장 사이의 붉은 노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막내 강아지인 라이너스가 선인장 위에 변을 보면서 가시가 박히는 일이 생겨서 가시를 빼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나네요. 저희 모두 선인장 땅은 처음 방문했던 터라 벌어진 에피소드죠.”
location
Tucson, Arizona
02

4번 아이언 캠핑장 Forth Iron Campground

사계절이 없는 텍사스에서 15년을 산 부부에게 가을의 단풍을 보는 건 낯선 일이었다. 북동부의 메인 주로 이동하던 중 부부는 뉴햄프셔 주에서 인생 단풍을 만났다. 뉴잉글랜드로 불리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6개 주(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메인, 뉴햄프셔)가 있는데 뉴햄프셔 지역의 가을은 미국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풍성하고 화려한 단풍잎으로 장관을 이룬 숲이 보여 홀리듯이 들어간 곳은 부부 인생 15년 만에 잊고 있던 단풍의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 단풍의 절경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폐철로를 따라 쭉 이어졌는데 녹이 슬어 더 감성적인 뷰를 자아냈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줄지어 서 있는 단풍나무의 모습에 마치 아름다운 단풍 동굴을 지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단풍이 뭔지 모르는 강아지들은 신이 나 뛰어다니는 우리가 의아했을 거예요. 단풍나무 속에서 있는 강아지들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는데 땅 냄새만 맡으려고 하는 녀석들 때문에 비장의 무기인 간식을 꺼내야만 했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앞으로 몇 년간 단풍을 못 보더라도 사진을 보며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뉴잉글랜드 지역의 가을에 다시 방문해보고 싶어요.”
location
White Mountain National Forest, New Hampshire
03

타호 호수 Lake Tahoe

타호 호수에는 성수기인 여름을 피해 봄에 도착했는데 북미 최대의 고산지대 호수인 만큼 수온이 4°C 정도 되는 탓에 수영을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 대신 패들보드를 타며 호수를 만끽했다. 타호 호수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네바다 주 경계 지역에 인접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상업적으로 정수된 물보다도 깨끗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깊은 수심에도 바닥까지 비치는 투명하고 맑은 물을 경험할 수 있다. 면적도 만만치 않다. 호수는 멈추지 않고 3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한 바퀴를 돌 수 있는데 동서남북 모두 다른 느낌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부부는 호수의 동쪽이 가장 맑아 수영하거나 패들보드를 타기 좋은 스폿으로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시크릿 코브는 물놀이와 호수 풍경 등을 즐길 수 있는 누드 비치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라 주차법이 까다로워 차박지를 찾기 어려워요. 무료 주차 장소도 거의 없거든요. 처음으로 자다가 경찰한테 쫓겨나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호수가 너무나 매혹적이기 때문이에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짧게 느껴졌어요.”
location
Lake Tahoe, California
04

드라이 토르투가스 국립공원 Dry Tortugas National Park

미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드라이 토르투가스 국립공원은 부부의 밴라이프 여행 중 가장 비싼 비용이 들었던 곳이다.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섬에 위치해 있지만 드라이 토르투가스 국립공원은 관광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이다. 배와 경비행기 단 두 가지 방법으로만 출입이 가능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원은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서 110km 정도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해적선, 보물선 등이 조난당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섬 내 포트 제퍼슨이라는 요새는 미국에서 대리석으로 지은 건축물 중 가장 큰 요새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가장 가기 힘든 국립공원이라는 명성에 알맞게 부부가 가장 빠르게 예약할 수 있는 페리는 6개월 후였고, 가격이 비싸 그나마 인기가 적은 경비행기도 예약이 다 차 있었다. 그러던 중 가까스로 경비행기 좌석 2개를 예약해 부부는 2주치 생활비와 맞바꾼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 섬은 플로리다에서도 손에 꼽는 스노클링 스폿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여기에서 정말 잊지 못할 스노클링을 경험했답니다. 다만 아쉬운 건 경비행기 일정상 섬에 있는 시간이 2시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재미를 붙일 때쯤 비행기로 돌아가야 했어요. 배를 타고 들어오면 섬에서 캠핑을 할 수 있는데 다음에는 꼭 미리 예약해서 캠핑을 하며 매일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요. 이제껏 본 바다 중 감히 가장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맑고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천국 같은 곳이랍니다.”
location
Dry Tortugas National Park, Florida

  • 에디터 김영은
  • 사진 김동우, 전은샘(@vanboo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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