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벨기에
발행 2022년 07월 호
축제는 여행 중 어쩌다 마주하는 우연이 아니라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자 자극제가 되는 강렬한 힘을 지닌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느끼는 말초적인 즐거움도 있지만 축제에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삶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축제의 매력을 찾아 세계 곳곳으로 떠난 여행자가 들려준 아주 특별했던 그날의 여름 이야기.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페스티벌에서 디제잉하는 하드웰(Hardwell)의 영상을 보자마자 ‘어머! 여긴 꼭 가야 해!’라는 내적 환호가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월드 DJ 페스티벌, 일렉트로닉 댄스 축제 센세이션,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등 국내 인기 행사를 모두 섭렵한 자타 공인 축제 러버 크리에이터 방수진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 DJ 하드웰의 음악에 매료된 이후 국경을 넘나드는, 오로지 축제만을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가장 가보고 싶은 세계 뮤직 페스티벌 1순위로 손꼽히는 ‘투모로우랜드’는 벨기에의 소도시 붐(Boom)에서 열리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약자) 음악 축제다. 줄여서 ‘툼랜’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2005년 처음 시작된 축제의 인지도가 매년 높아지더니 2018년에는 무려 40만 명 이상이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레전드 DJ들의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EDM 축제의 성지다.지금은 너무나 손쉽게 툼랜의 정보나 후기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지만, 당시엔 공식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예매 절차와 티켓 가격의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그렇게 알음알음 정보를 모아 떠난 첫 축제가 2014년. 그 이후 세 차례나 더 툼랜을 다녀오며 가이드로 나서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축제에 박식해졌다. 페스티벌은 보통 7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는데, 축제 전날 전야제처럼 작은 파티가 열려서 전체 일정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개 금요일에 출국해서 행사를 즐기고, 남은 일정 동안 유럽을 여행하고 귀국하는 식이었다. 첫 투모로우랜드 페스티벌의 경험은 매우 강렬했다. 지금껏 가본 어떤 클럽이나 공연과는 비교할 수 없이 화려하고 즐거웠다. 축제 첫날 내년 방문을 미리 계획하게 만들 정도였다.

두 번째 방문인 2015년에는 확실히 더 여유롭게 행사를 누릴 수 있었다. 전에는 이용하지 못했던 시설이나 서비스를 활용했고 DJ의 무대도 알차게 즐겼다. 입구에서 티켓과 짐 검사를 마치고 행사장에 들어서면 동화 속 공간에 순간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규모의 축제 공간은 크게 무대 지역과 숙박시설 구역으로 나뉘었다. 열 개가 넘는 무대와 텐트 설치가 가능한 대여 공간, 여러 형태의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대형 숙박 존 ‘드림빌’이 들어서 있었다. 일단 숙소에 짐을 던져놓은 후부터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뛰어 놀면 그만이었다. 모두가 하나 되어 EDM에 취해 있는 곳이니까.
이번에는 의상에도 특별히 더 힘을 줬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에게 부탁해 한복 스타일의 페스티벌 룩을 맞춰 입었다. 범상치 않은 옷맵시는 외국인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었다. 자기 국가의 국기를 챙겨 가는 것은 투모로우랜드 페스티벌의 불문율. 어깨에 두른 태극기는 일행 찾기에 도움을 주었고 덤으로 똘똘 뭉치는 결속력까지 높였다. 아울러 숙소 앞 장식에도 유용하게 쓰이니 전천후 페스티벌 아이템일 수밖에.

공연은 보통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진행됐다. 쉬지 않고 열두 시간을 풀타임으로 노는 건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열 개가 넘는 무대의 DJ 공연을 모두 감상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페스티벌을 알차게 즐기려면 선택과 집중에 우선한 계획이 중요함을 배웠다. 지체 없이 이어지는 공연의 피로감 속에서도 관객들이 행복의 미소를 감출 수 없는 건 페스티벌에 온 전 세계 사람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DJ의 주문에 따라 함께 뛰고 소리 지르며 느끼는 음악으로 하나 된 기분이 에너지 부스터로 작용한 덕이다. 휴대폰 불빛이 만들어낸 물결이 툼랜의 밤을 찬란하게 수놓은 감동은 여전히 잊지 못할 추억이다. 어른이들의 꿈동산 툼랜의 다섯 번째 방문이 곧 실현될 것 같은 기분에 EDM의 비트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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