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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kraków

중세 폴란드를 마주하는 시간

폴란드 크라쿠프

유럽 > 폴란드 > 크라코브

발행 2022년 07월 호

흔히 폴란드 하면 바르샤바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17세기에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크라쿠프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수도였다. 중세시대 경제, 문화, 공업, 학문, 예술의 중심지였던 유서 깊은 도시, 크라쿠프는 제2차 세계대전을 관통하면서도 폴란드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건물이 파괴되지 않은 곳이다. 그런 영향으로 크라쿠프의 구시가지는 아직도 중세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우리에게 다소 낯설지만 한번 마주하면 한없이 매력적인 크라쿠프로 떠나는 시간 여행.

폴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크라쿠프는 유럽 내에서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도시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쟁의 아픔을 겪었지만 이곳의 건물은 폴란드의 다른 도시들처럼 크게 파괴되지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는 아직도 중세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런 크라쿠프에서는 누구나 시간 여행자가 될 수 있다.
크라쿠프를 여행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명소는 바로 성모 승천 교회와 그 주변에 펼쳐진 광장이다. 이곳이 스타레 미아스토(Stare Miasto)의 중심부다. 폴란드어로 스타레 미아스토는 영어로 치면 올드 타운, 즉 구시가지를 의미한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구분되는데 크라쿠프 역시 구시가지 주변으로 도심이 형성되어 있다. 중앙 광장에는 꽃이나 각종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광장 주변으로는 노천카페, 술집, 식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에 방문했던 폴란드의 날씨가 너무나 환상적이었던 탓에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가볍게 마시고 일정을 시작했다. 노천카페에서 잠시 여유를 부리는 사이에 관광객들이 탄 마차가 옆을 지나갔다. 중세시대였던 13세기 이전부터 조성된 이곳의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보통은 어떤 문화유산 하나를 특정해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시가지 전체가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위대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스타레 미아스토 구시가지의 중앙 광장과 뒤편에 보이는 성모 승천 교회.

리넥이라고 불리는 이 광장의 중심부에는 수키엔니체 직물 회관이 자리하고 있고 그 광장을 바라보며 성모 승천 교회가 우뚝 서 있다. 높이는 약 80m 정도다. 13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한 이 건물은 폴란드 고딕 양식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다. 단정한 외관과는 달리 교회당 내부는 화려함을 뽐낸다. 특히 교회 건물 내부의 장식 중에서 메인 제단은 폴란드 국보로 지정되었을 만큼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바이트 슈토스가 조각한 나무 제단으로 교회당의 아이코닉한 뷰포인트다. 화려한 채색이 돋보이는 교회 내부에는 기념비적인 다색 벽화도 있다. 벽화 중 일부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국민 화가인 얀 마테이코가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벽화는 1978년 크라쿠프 구시가지 전체와 더불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성모 승천 교회에는 365일 매시 정각이 되면 첨탑에서 나팔 소리가 들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두 첨탑 중에서 조금 더 높은 탑의 꼭대기에서 소리가 울린다. 이는 과거 몽골군이 말을 타고 크라쿠프를 침공했을 때 경보 나팔을 불다 몽골군의 화살을 맞고 전사한 나팔수를 추모하기 위한 의식이라고 한다. 나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긴박했던 그 순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과거의 여타 중세 유럽 도시들이 그렇듯 외부의 침입이 감지되면 가장 높은 탑에서 지켜보던 경비병이 소리를 내어 위기 상황을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 첨탑의 높이가 다른데 여기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어떤 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 두 첨탑은 오래전 어떤 형제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형제가 본격적으로 건축을 시작했을 때 형이 먼저 탑을 완성시키자 마을 사람들은 형을 향해 감탄과 칭찬을 보냈다. 그 뒤 동생이 형의 탑보다 더 높고 멋진 탑을 완성하자 사람들은 동생을 칭송했다. 이에 질투를 느낀 형은 동생을 죽이고 본인도 목숨을 끊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참고로 관광객이 교회당 내부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교회 바로 옆에 있는 티켓 판매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교회당 내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면 사진 촬영 비용까지 함께 결제해야 한다. 비용을 지불하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스티커를 옷에 붙여준다. 티켓을 구매한 후 교회 건물 옆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교회 건물에 입장료가 있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국보로 보호받고 있는 제단을 비롯해 내부의 화려한 장식과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하는 경험은 금액을 지불하고 들어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성모 승천 교회의 내부 모습. 단아한 외부의 모습과는 다르게 내부는 굉장히 화려하다.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하는 명소 중 하나는 바로 바벨 성이다. 크라쿠프 남쪽 비스와 강 상류에 있는 이 성은 9세기에 지어졌다. 성 안에 있는 황금색 돔으로 덮인 지그문트 예배당은 르네상스 양식의 산 보물 그 자체다. 예배당 내부에는 역대 폴란드 국왕들의 무덤, 석관 및 진귀한 보물들이 묻혀 있다. 성 내부에는 중세시대의 갑옷, 검, 예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랜 옛날 큰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이후 1502년부터 1536년까지 르네상스 양식으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성 전체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성 근처에는 녹지 공원이 있고 비스와 강 사이에 있는 잔디밭에는 현지인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성에 방문한다면 유명한 지그문트 종을 꼭 쳐보도록 하자.
무려 9세기에 건설된 바벨 성 전경.

  • 에디터 최인실
  • 김덮밥
  • 사진 김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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