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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06월 호
목적지 없이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맞고 돌아오는 일, 단순한 그 과정이 좋았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1년 가까이 자전거로 아메리카를 종단하고 있었다. 어떤 제약도 없이 마음껏 꿈꾸고 달리며 열망하는 것을 쫓았던 김훈호 작가. 그 경험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삶의 원동력이 됐다. 여행을 통해 배운 용기와 자유를 발판 삼아 현재 골드코스트에서 가구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자전거 여행자 김훈호 작가를 만났다.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페달을 밟는 자전거와 같다고.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기꺼이 감내한 자전거 여행자가 있다. 자전거로 무려 2만km를 달려 아메리카를 종단한 김훈호 작가다. 아메리카 15개국 종단 전에도 그는 스페인 순례길 500km를 걸었고, 동유럽 10개국 3500km를 자전거로 여행했다.
“단번에 2만 km 종단이 가능했던 건 아니었다고 봐요. 대학생 시절 마지막 여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친구들과 떠났던 자전거 유럽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몽골 자전거 횡단과 같은 작은 여행의 경험들이 없었다면 아메리카 종단 여행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단번에 2만 km 종단이 가능했던 건 아니었다고 봐요. 대학생 시절 마지막 여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친구들과 떠났던 자전거 유럽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몽골 자전거 횡단과 같은 작은 여행의 경험들이 없었다면 아메리카 종단 여행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김훈호 작가는 작은 여행의 경험을 발판 삼아 혼자만의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에 앞서 1년간의 경비로 정한 2000만원을 모으기 위해 무작정 자신이 다니던 학교 정문에서 바나나를 팔았다. ‘명지대 바나남’으로 불린 그를 도와 친구들이 매일 아침 바나나를 팔아주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찍는 친구들도 있었다. 큰 응원에 힘입었지만 사실상 많은 돈을 마련하진 못했다. 완벽한 실패였지만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그 실패의 경험으로 김훈호 작가는 국내 50개 기업에 ‘여행을 떠날 테니 도와달라’는 제안서를 내밀 용기를 얻었다. 그중 캐논데일 코리아, 툴레코리아 등 7개 회사에서 답이 왔고 필요한 경비를 가까스로 모아 김훈호 작가는 1년간의 아메리카 종단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은 설렘이나 기대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알래스카에 도착하자 주변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야생동물, 특히 곰이 많은 지역이라 혼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거나 텐트를 치고 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를 포기하고 비행기로 시애틀까지 넘어갈까 고민도 했지만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여행을 시작했다. 실제로 밖에서 들리는 야생동물 울음소리에 한숨도 못 자고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베어 스프레이를 들고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진짜 고비는 멕시코에서 벌어졌죠. 45˚C를 육박하는 날씨에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사막 지형을 지나는 게 정말 버거웠어요. 마침 여행한 지 세 달 정도 되었던 터라 외롭기도 했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뭐 한다고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지? 자전거를 바다에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멕시코 입국 직전까지 하루 평균 100km를 달려왔지만 슬럼프를 겪자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고 달려봤자 고작 30km, 50km 정도밖에 안 됐죠. 무기력해졌어요. 그러다 우연히 레이라는 프랑스인 친구를 만났어요. 낙천적인 레이는 지친 나를 일으키고 함께 3개월을 달려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없었다면 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여행은 설렘이나 기대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알래스카에 도착하자 주변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야생동물, 특히 곰이 많은 지역이라 혼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거나 텐트를 치고 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를 포기하고 비행기로 시애틀까지 넘어갈까 고민도 했지만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여행을 시작했다. 실제로 밖에서 들리는 야생동물 울음소리에 한숨도 못 자고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베어 스프레이를 들고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진짜 고비는 멕시코에서 벌어졌죠. 45˚C를 육박하는 날씨에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사막 지형을 지나는 게 정말 버거웠어요. 마침 여행한 지 세 달 정도 되었던 터라 외롭기도 했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뭐 한다고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지? 자전거를 바다에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멕시코 입국 직전까지 하루 평균 100km를 달려왔지만 슬럼프를 겪자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고 달려봤자 고작 30km, 50km 정도밖에 안 됐죠. 무기력해졌어요. 그러다 우연히 레이라는 프랑스인 친구를 만났어요. 낙천적인 레이는 지친 나를 일으키고 함께 3개월을 달려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없었다면 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김훈호 작가는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기억한다. 차가 달리는 도로에서 가장 약자인 자전거 여행자들을 도우려 애쓰는 사람들의 손길을 잊을 수 없다. 목표와 의미를 잃은 자신을 일으켜 다시 달리게 해준 레이처럼 멈춰 서서 음료를 건네고 이야기를 나누고 기꺼이 집으로 초대해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해주었다. 그 모든 생각지 못했던 환대와 배려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길 위의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또 김훈호 작가에게 다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것이 바로 김훈호 작가가 꼽는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최근 김훈호 작가는 자전거를 타기보다 요가와 테니스, 가구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어느덧 골드코스트에 산 지 1년이 되었다. 여행이 아닌 삶으로 말이다. 도시보다 자연이 좋아 바닷가 도시인 골드코스트를 선택했다. 무모한 열정으로 페달을 밟던 그때의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김훈호 작가가 궁금했다.
“저에게 여행이란 단어는 조금 무겁고 한편으로는 비장해요. 저는 여행을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이라는 지도에서 길을 잃었을 때 다음 이정표를 찾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나오는 여정인 거죠. 지금까지의 여행이 모두 그랬고요. 지금은 잠시 여행을 멈추고 골드코스트에서 ‘배우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있어요. 만약 지금의 삶으로부터 해방되고 싶거나 뚫고 나가야겠다는 열망이 생긴다면, 또 그런 긴 여행을 떠나겠죠. 열망을 따라 수많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잃어버린 길 위에서 내가 찾던 길을 찾으며 깨닫는 여행을 떠날 거예요.”
“저에게 여행이란 단어는 조금 무겁고 한편으로는 비장해요. 저는 여행을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이라는 지도에서 길을 잃었을 때 다음 이정표를 찾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나오는 여정인 거죠. 지금까지의 여행이 모두 그랬고요. 지금은 잠시 여행을 멈추고 골드코스트에서 ‘배우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있어요. 만약 지금의 삶으로부터 해방되고 싶거나 뚫고 나가야겠다는 열망이 생긴다면, 또 그런 긴 여행을 떠나겠죠. 열망을 따라 수많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잃어버린 길 위에서 내가 찾던 길을 찾으며 깨닫는 여행을 떠날 거예요.”

김훈호 작가의 자전거 여행기를 담은 저서 <젊음, 무엇이 있다>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자주 등장한다.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를 동경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여행했다. 김훈호 작가는 여행 속 조르바와 닮아 있던 그날의 공기와 사람들, 그리고 가장 자유로웠던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보물상자를 꺼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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