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프랑스 > 아이상프로방스
발행 2022년 06월 호
엑상프로방스는 ‘세잔의 도시’라 불릴 만큼 폴 세잔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남프랑스의 햇볕과 색채에 영감을 받아 수많은 작품을 남긴 폴 세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아트 투어는 엑상프로방스에서만 해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다. 남프랑스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엑상프로방스의 또 다른 상징은 바로 보랏빛 라벤더. 플라타너스 나무가 드리워진 거리, 투명한 분수 위로 걸리는 무지개,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나부끼는 라벤더 향은 여행의 추억을 더욱 향기롭게 만들어준다. 마음껏 칠링하기 좋은 남프랑스의 대자연을 만나는 낭만 여행지, 엑상프로방스의 테마 여행 코스.
향긋한 보랏빛 파도가 일렁이는 수도원, 세낭크 수도원 Abbaye de Sénanque
엑상프로방스까지 와서 라벤더 밭을 보지 않고 돌아간다면 앙꼬 없는 찐빵을 먹은 거나 다름없다. 특히 6월부터 7월은 라벤더가 만개하는 시기로 엑상프로방스 근교는 보랏빛 향기로 물들기 시작한다. 발랑솔, 알비옹, 클라파레드 등은 엑상프로방스 근교에서 라벤더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평야다. 그중 클라파레드 평야의 세낭크 수도원은 가장 인기가 좋은 관광지다. 12세기에 지어진 로마 건축양식의 세낭크 수도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토회 수도사들이 거주하며 수행을 하는 곳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든다. 수도원 안에서는 수도사들이 라벤더 밭을 경작해 만든 비누나 향초, 방향제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프로방스 지역의 관광 안내 사무소인 알프 드 오트 프로방스(www.tourism-alps-provence.com)에서는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 각 이동 수단에 적합한 ‘라벤더 루트’ 추천 리스트를 제공하니 참고해서 둘러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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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220 Gordes, France
와인과 예술문화가 있는 와이너리, 샤토 라 코스트 Château La Coste
프랑스 하면 단연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엑상프로방스의 북쪽으로 차량을 이용해 15분 정도 가면 정통 와인을 만나볼 수 있는 와이너리, 샤토 라 코스트가 있다. 이곳의 와이너리가 특별한 이유는 와이너리의 정체성인 와인 생산 외에도 현대미술, 건축, 와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많기 때문. 무려 60만 평에 이르는 이곳에서는 포도밭, 밤나무 숲, 올리브 밭 등이 수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진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투어를 하는 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되며 이곳에서 작업했던 현대 예술가들의 설치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 또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아트센터를 비롯해 프랑스의 건축 거장인 장 누벨이 설계한 와인 저장고도 워낙 유명하다. 이 모든 예술품을 돌아보는 투어가 끝난 뒤에는 레스토랑 안도 다다오에서 프로방스만의 음식과 샤토 라 코스트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그야말로 오감 만족에 이르는 와이너리인 셈. 샤토 라 코스트는 건축 명장의 작품과 천혜의 자연, 신선한 로제 와인까지 종합 선물 세트라 해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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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50 Route De La Cride, 13610 Le Puy-Sainte-Réparade, France
세잔의 시선이 닿은 그 끝에, 생트 빅투아르 산 Montagne Sainte Victoire
“자연은 표면보다 내부에 있다”고 말한 세잔은 정확한 묘사를 위해 사과가 썩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게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사과만큼이나 단골 소재가 있었으니 바로 생트 빅투아르 산이다. 무려 80점이 넘는 그의 작품에 등장할 정도다. 부슈 뒤론 지방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생트 빅투아르 산은 가벼운 산책부터 트레킹, 다양한 마운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발 1011m 높이의 산에 오르면 엑상프로방스가 한눈에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알프스 산맥과 지중해의 해안선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흙보다는 돌이 많은 구간으로 이어져 있어 트레킹 시 산악에 적합한 신발을 신길 권한다. 오르막을 따라 정상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고난이도 코스가 아니어서 오를 만하다. 물론 아틀리에 세잔에서도 생트 빅투아르 산이 보인다. 오래도록 산을 바라보고 수없이 그림을 그렸을 세잔의 시선을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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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26 Vauvenargues, France
폴 세잔과 그의 가족이 머물던 공간, 자 드 부팡 Jas de Bouffan
전원풍 주거지역인 자 드 부팡은 현재 역사적인 기념물로 등재되었다. 마을 중간에 위치한 커다란 정원 사이에는 바스티드 두 자 드 부팡 별장이 있다. 이곳이 바로 세잔의 가족이 40년간 살았던 곳으로 세잔이 20대 시절을 보내며 그림을 그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저택 내부의 벽에는 세잔이 직접 그린 그림이 있는데 이는 은행장이었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고 싶은 의지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가이드 투어로만 방문할 수 있으며 잦은 보수로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외관은 언제든 관람이 가능하다. 애써 방문했는데 문이 닫혀 아쉽다면 자 드 부팡을 대표하는 바자렐리 재단 미술관을 추천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빅토르 바자렐리의 옵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인상적인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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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s de Bouffan, Aix-en-Provence, France
세잔의 마지막 생애를 함께한 곳, 아틀리에 세잔 Atelier Cezanne
세잔이 1902년부터 생을 마감한 1906년까지 작업에 몰두했던 작은 규모의 아틀리에다. 아틀리에 세잔 또는 세잔 스튜디오라고 불리는데 이 자그마한 별장을 보러 수많은 이들이 라우브스 언덕을 방문한다. 옅은 핑크빛이 나는 2층 주택의 마당에는 올리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실내에는 눈부신 채광이 들어온다. 고즈넉한 그만의 공간이 비밀스럽고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이곳에는 세잔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오브제들과 정물화의 모형, 화구가 담긴 가방이나 작업복과 모자 등이 전시되어 있어 세잔의 흔적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박물관이자 부티크 서점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정기적으로 임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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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Av. Paul Cézanne, 13100 Aix-en-Provence, France
17세기 채석장의 새로운 해석, 비베뮈스 채석장 Carrières de Bibémus
비베뮈스 채석장은 엑상프로방스 동쪽 외곽의 생트 빅투아르 산 근처 솔밭에 위치해 있다. 철 성분으로 인해 오렌지빛이 감도는 괴암석이 곳곳을 메우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근처 작은 돌집에서 머물렀던 세잔은 이곳에서 사용이 중단된 채석장에 수십 년에 걸쳐 직접 화판을 설치하고 그림을 그렸다. 이미 버려진 채석장이지만 폴 세잔의 손을 통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 잎이 무성한 숲속 소나무와 올리브나무, 붉은 돌멩이, 고원 등은 폴 세잔의 그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세잔은 이곳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오두막을 만들었고 총 11점의 유화와 16점의 수채화를 남겼다. 현재는 레노베이션을 거쳐 2021년 완공됐고 여행객의 방문도 가능하다. 다만 가이드 투어 시에만 개방되고 무료 방문은 불가하니 참고할 것. 하지만 덕분에 늘 북적이는 세잔의 다른 관광지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다.
- location
- 3080 Chem. de Bibémus, 13100 Aix-en-Provence, France
- website
- www.cezanne-en-prov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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