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프랑스 > 마르세이유
발행 2022년 06월 호
한국으로 치면 부산과 비슷한 마르세유는 수도인 파리 다음으로 중요한 프랑스의 제2의 도시로 꼽힌다. 지중해 최대의 항구도시인 마르세유의 역사는 기원전 600년경으로 올라간다. 2600여 년의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마르세유의 히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여행이 된다. 또한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쇠락해가는 도시에 가까웠던 구 항구의 재발견도 흥미롭다. 점차 새로운 건축물이 세워지고 다양한 콘셉트의 박물관과 콘셉트 스토어가 생기면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오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챕터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마르세유의 명소들을 모았다.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마르세유 대표 항구, 발롱 데 조프 항구 Port du Vallon des Auffes
발롱 데 조프는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스폿 중 하나다. 보통 구 항구(Vieux-Port, 비외포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밀조밀하게 정박한 요트와 이를 둘러싼 암벽 너머로 맛집과 호텔 등이 즐비하고 인근에는 이제 막 건져 올린 신선한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십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쇠락해가는 항구도시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새로운 콘셉트의 스토어가 생겨났고 자하 하디드, 노먼 포스터 같은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도시재생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축물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구 항구는 그렇게 새로움과 옛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목을 끌고 있다. 항구는 시시각각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활기찬 상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풍경이 인상적인 아침과 지중해 위로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며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석양이 지며 주황빛으로 변하는 항구의 얼굴은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다채롭다.
- location
- Mer Méditerranée, France
도시로 향하는 포문을 가진 요새, 생 니콜라 요새 Fort Saint Nicolas
마르세유의 항구에 있는 오래된 고성 중 하나. 보통 요새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지는데, 그에 반해 생 니콜라 요새는 다른 목적으로 세워졌다. 절대왕권을 목표로 했던 루이 14세가 마르세유를 장악한 후 반란을 우려해 두 개의 요새를 세웠는데 하나는 생 장 요새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생 니콜라 요새다. 루이 14세는 두 개의 요새를 통해 내란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그런 이유로 포문이 바다가 아닌 도시를 향하고 있는 것. 이후 19세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이곳은 감옥으로 사용됐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만큼은 아니어도 생 니콜라 요새에서도 마르세유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밤에는 조명이 켜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건너편 소피텔 호텔이 항상 여행객으로 붐비는 이유도 요새의 아름다운 야경 덕분이라고 한다. 요새 근처에는 성 빅토르 수도원과 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파로 궁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 location
- 1 Bd Charles Livon, 13007 Marseille, France
도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성당,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 Cathédrale Notre-Dame de la Garde
마르세유의 도심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웅장한 대성당으로 머리에 관을 쓰고 아기 예수를 안은 11m 높이의 황금색 마리아상이 서 있는 마르세유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다. 주요한 종교 건축물인 이곳은 마르세유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순례지로 꼽힌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은 16세기부터 존재해왔는데 당시에는 도시를 지키는 요새의 역할을 했다. 그러다 18세기부터 성당으로 변모해 공사가 이어졌다. 화려하게 채색된 대리석과 거대한 돔, 짧은 스트라이프 무늬는 신 비잔틴 양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프랑스의 다른 지역과는 다른 화려한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성당 내부의 화려함도 만만치 않다. 금색으로 치장한 천장에는 화려한 색감의 벽화가 그려져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마르세유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높이가 40여 m에 달하는 사각 종탑은 전망을 내려다보는 명소로 꼽힌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마르세유의 전경은 가히 환상적인데 빼곡히 들어선 건물뿐만 아니라 저 멀리 해안선까지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구 항구부터 광장과 작은 골목 사이사이까지 비추는 주황 불빛의 야경은 마르세유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 location
- Rue Fort du Sanctuaire, 13006 Marseille, France
요새에서 문명 박물관으로의 재탄생, 뮤셈 MuCEM
루이 14세가 지은 두 개의 요새 중 다른 하나인 생 장 요새는 유럽 문명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요새 자체를 리모델링한 것이 아니라 요새 옆으로 비슷한 크기의 건물이 들어섰고 요새와 뮤셈을 연결해 하나의 박물관으로 조성했다. ‘유럽과 지중해 문명 박물관(Musée des Civilisations de l\'Europe et de la Méditer ranée)’으로 줄여서 뮤셈(MuCEM)이라고 부른다. 박물관은 유럽 지중해 문명의 역사를 다루는 최초의 박물관으로 각종 패션쇼나 박람회, 컨벤션 등이 열리는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건물 표면은 어부의 그물을 연상시키는 철제로 만들어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것을 설계한 건축가가 바로 루디 리치오티다. 과거와 현대를 잇는 다리를 오가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다. 덕분에 생 장 요새로 넘어가기 쉬워 요새에서 진행하는 전시나 도시 전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다리가 있는 박물관의 옥상에는 그물망 같은 외벽 사이로 지중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가 있어 쉬어 가기에도 좋다.
- location
- 1 Esp. J4, 13002 Marseille, France
5m 깊이의 바닷속에 잠긴 박물관, 수중 박물관 Musée Subaquatique de Marseille
수년간 공사를 진행해온 마르세유의 수중 박물관이 지난 2020년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5m 깊이의 카탈랑 해안 아래 10여 점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이색적인 수중 박물관이다. 설립자인 앙토니 라카노는 마르세유를 방문하는 이들이 해저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동시에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개관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수중 박물관은 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설치한 미술 작품에서 산호가 자라고 인공 해초로 작용함으로써 서식지를 잃어가는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실제로 수중 박물관을 설치하기 위해 오래된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마르세유의 수중 박물관 또한 해안을 깨끗하게 보존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워졌다. 추후 스노클링, 다이빙, 수상 스포츠를 통해 만나볼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다.
- location
- Plage des Catalans, 13007 Marseille, France
- website
- www.musee-subaquatique.com
마르세유에서 가장 힙한 거리, 쿠르 줄리앙 Cours Julien
고색창연한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인 쿠르 줄리앙. 생 샤를 역에서 나와 시내 안쪽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마르세유에서 가장 핫하다는 쿠르 줄리앙을 만날 수 있다. 낡고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옷을 입혀 거리 곳곳을 장식한 그라피티와 노천카페, 공연장, 숍 등이 있어 구경거리가 많다. 이런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이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이어 들릴 정도다. 마치 뉴욕의 소호거리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그라피티가 이어진 언덕길 위의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쿠르 줄리앙 광장이 나온다. 작은 광장이지만 많은 이들이 줄지어 각종 카페와 바, 레스토랑을 즐긴다. 대부분 한낮에는 열지 않고 느지막한 오후부터 문을 여니 참고할 것.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쿠르 줄리앙 광장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칸티니 미술관에 들르는 것도 좋다. 날것 그대로의 그라피티와는 사뭇 결이 다른 칸티니 미술관의 고상한 분위기를 마주할 수 있어 더욱 이색적이다. 미술관에서는 19세기의 유명 현대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location
- Cr Julien, Marseille,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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