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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지에서 즐기는 짜릿한 쾌감

고요한 바닷속을 유영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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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2년 05월 호

여행을 사랑하는 운동 러버들은 그저 운동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운동과 친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낯선 여행지에서 즐기는 운동만큼 짜릿한 쾌감을 주는 것도 없다. 몸속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여행지에서의 설렘이 기분 좋은 텐션을 한껏 높여주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디서나 달리고, 바위를 오르고, 헤엄칠 수 있는 다섯 명의 운동 마니아들이 선택했던 특별한 여행지 이야기를 모았다.

고요한 바닷속을 유영하는 즐거움

“물을 참 좋아했는데, 물 공포증이 있었어요. 정말 아이러니죠.” 5년 차 프리다이버 엄지희는 뜻밖의 이유로 프리다이빙을 시작했다. 해외 출장으로 휴양지에 갈 때마다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는 게 너무 아쉬웠다. 로타 섬에서 용기를 내 스노클링을 했을 때는 숨이 막히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 당시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바로 프리다이빙이다. 수영이나 스쿠버다이빙이 아니라 프리다이빙을 선택한 것은 바닷속에 들어가 산소통에 의지하지 않고 물속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싶어서였다. 막상 프리다이빙을 해보니 수면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그 속에서 둘러보는 바다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텅 빈 바닷속에 혼자 떠 있는 순간은 너무나 황홀했다. 잠수하다가 문득 올려다본 수면에 햇빛이 떨어지는 잔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숨을 참고 있다는 생각마저 잊어버릴 만큼 평온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땐 더 오래 물소리를 들으며 바닷속을 헤엄칠 수 있다. 그렇게 고요한 물속에서 혼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 프리다이빙의 ‘찐’ 매력이다.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처음으로 나간 바다는 전기도 자주 끊기고 와이파이도 잘 안 터지는 필리핀의 오슬롭이었다. 매일 수말론 섬 근처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겼다. 아침에는 트레이닝하고, 낮에는 자유롭게 산호초 주변을 헤엄쳤다.
역시 ‘청물’이라고 할 만큼 맑고 시야가 깨끗했다. 산호 아래로 떨어지는 환한 빛줄기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난생처음 구명조끼도 없이 15m가 넘는 깊은 바다에서 혼자 떠 있었다. 남들은 하루 만에 따는 AIDA 레벨1 자격증도 이틀이 걸려서 발급받았지만 물 공포증을 극복한 것이 뿌듯했다.

그 후로 사이판, 하와이 등으로 프리다이빙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제주도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프리다이빙 여행을 떠나기 전 무엇보다 이퀄라이징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풀장에선 사다리에 거꾸로 매달려서 연습하고 물 밖에서도 연습했다. 프리다이빙은 수심을 타고 내려가기도 해서 귀에 가해지는 압을 풀어내는 연습이 필수다. 사실 연습 중에는 프렌젤(코를 막고 목의 근육을 들어 올려 공기압을 높이는 이퀄라이징)이 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바다에 들어가면 노력이 성과를 보여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사이판은 가이드북 취재 겸 떠난 여행이라 한 달 반쯤 머물며, 오전에는 취재하고 뜨거운 한낮에는 수영복 위에 티셔츠만 입고 핀을 챙겨서 바다로 프리다이빙을 하러 갔다. 가장 많이 갔던 곳은 관광객이 많지 않은 파우파우 비치였다. 얕지만 해가 질 무렵에도 바다가 잔잔해서 안전했다. 현지 여행사와 친해져서 그로토 동굴 투어를 할 때 몇 번 따라가서 동굴 프리다이빙을 했다. 함께하는 버디가 없었기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보트를 타고 마나가하 섬에서도 혼자 2~3m 수심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며 놀았다. 사이판을 떠나기 전 다이빙 투어를 신청해 산호초 너머 10m 이상 수심이 깊은 바다에 들어갔는데, 산호 안과 밖은 물색부터 온도, 그리고 풍경, 수심이 정말 달랐다. 올해는 버디와 함께 사이판에 가서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고 싶다. 서로의 실력을 아는 버디와 함께하는 프리다이빙만큼 평온하고 안심이 되는 일도 없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짧은 핀(오리발)을 가지고 갈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프리다이빙의 성지라 불리는 이집트 다합에 갈 것이다. 다합으로 떠나는 그날까지 이퀄라이징 트레이닝에 매진할 계획이다.

  • 에디터 우지경
  • 사진 엄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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