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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Guam

괌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는 시간

남태평양

발행 2022년 05월 호

괌 여행이 재미있는 건 다양한 로컬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괌 원주민이었던 ‘차모로’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투어 액티비티와 오늘날 괌 로컬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새벽시장 쇼핑은 괌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시간이다. 괌을 좀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로컬 문화 여행 코스.

과거 스페인 사람들은 괌 원주민을 가리켜 ‘차모로(Chamorro)’라고 불렀다고 한다. 고귀한 계급을 뜻하는 말이다. 차모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온 말레이 폴리네시아(Malayo-polynesian) 계통의 사람들이라는 학설이 있는데 이는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부터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에 이르는 지역을 포함한다. 괌 여행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이런 로컬 문화 체험이다. 차모로 문화와 괌의 자연을 동시에 체험하고 싶다면 밸리 오브 더 라떼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탈로포포와 우굼 강줄기를 따라 카약을 타고 정글로 들어가거나 단체로 출발하는 리버 크루즈에 탑승한다. 뜨거운 햇빛이 이마를 달구는 시간을 보냈기에 고민 없이 리버 크루즈를 택했다. 30명 남짓 손님을 태운 리버 크루즈는 유유히 정글 속으로 빠져들었다.
배는 두 곳의 포인트에서 멈춰 섰다. 첫 번째 장소는 강 주변에 있는 농장이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5월 말부터 6월까지는 수박을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가이드는 정글에 서식하는 다양한 식물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는데 나무에 달린 길쭉한 노란 꽃이 N°5(샤넬 넘버 5)의 원료가 되는 꽃이라고 했다. 향기를 맡아보니 달큼하고 우아한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떨어진 꽃송이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더니 하루 종일 기분 좋은 향이 따라다녔다. 농장을 둘러본 후 다시 배를 타고 두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원주민 마을에 배가 멈췄다. 인상 좋은 차모로족 청년이 버선발로 나와 전통 악기를 불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잔디 마당으로 이동해 차모로 전통 가옥과 라떼 스톤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차모로 전통 가옥은 비를 피하기 위해 라떼 스톤 위에 높게 쌓아 지었으며 앞뒤가 뚫린 것이 특징이다. 기둥과 지붕이 꽤 견고해 보였다. 차모로족 청년은 코코넛 쇼를 선보였는데 익살맞은 진행 솜씨로 사람들의 배꼽을 뺐다. 코코넛을 갈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코코넛 밀크를 만드는 시범을 보였다. 자연스레 코코넛 판매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나의 예측은 정확히 빗나갔다.

정글 안쪽으로 이동해 점심 식사를 한 후 2부 순서로 레크리에이션이 열렸다. 차모로족 청년은 전통 방식으로 불을 피우는 방법을 보여줬다. 나무를 강하게 마찰시켜 불씨를 만드는 모습이 신기했다. 투어에 참여한 몇몇 사람들이 불 피우기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에게는 야자수 잎으로 만든 공예품을 나눠주었다. 마지막으로 괌 물소인 카라바오 타기 체험으로 투어가 끝났다. 3시간 남짓, 4000년 역사를 간직한 차모로족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비치 디녀쇼에 다녀왔다. 일몰 명소인 건 비치에 있는 공연장 겸 식당에 타오타오 타시(Tao Tao Tasi)라는 큰 간판이 붙어 있다. 타오타오 타시는 바다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갓 구운 바비큐와 달콤한 디저트를 다 먹을 때쯤 공연이 시작된다. 30여 명의 전문 배우가 무대에 올라 폴리네시안 댄스, 사모안 댄스, 불쇼 등을 선보인다. 태평양 섬으로 떠나는 차모로족의 여정을 그린 공연인데 음악과 조명, 의상 등 지금껏 봐왔던 디너쇼 중 최고였다. 웅장한 스케일과 괌 문화를 담고 있는 퍼포먼스 모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

다음 날 아침, 세수도 잊은 채 새벽시장 쇼핑에 나섰다. 진짜 로컬을 만나보고 싶다면 시장만큼 좋은 곳은 없다. 이는 괌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통하는 진리다. 데데도 시장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열린다. 투몬에서 3km 남짓 차로 5분 거리에 시장이 있어 부담 없이 다녀갈 수 있다. 아침 댓바람부터 푸드트럭에서 바비큐를 굽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하얀 연기와 바비큐 냄새가 주차장까지 진동했다. 괌 사람들이 바비큐를 사랑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진심일 줄은 몰랐다. 한국으로 치면 모닝 삽겹살 같은 것인가 보다. 데데도 시장은 건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광장에 임시 천막을 치고 물건을 판다. 직접 수확한 농산물, 갓 잡아 얼린 생선, 트로피컬 느낌 가득한 꽃과 화분, 알록달록한 옷, 간단한 생활용품 등이 주요 품목이다. 여행자 입장에서 쇼핑할 만한 아이템은 거의 없지만 조카에게 줄 꽃무늬 셔츠를 7달러에 득템했다.
새벽시장 구경의 마무리는 따호(Taho)와 함께 했다. 따호는 따뜻한 순두부에 시럽과 타피오카를 올려 만든 필리핀 음식이다. 럭셔리한 대형 쇼핑몰도 좋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시장 또한 매력적이다.

  • 에디터 최인실
  • 박은하(여행작가)
  • 사진 박은하(여행작가)
  • 자료제공 괌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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