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 방문하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아야 소피아는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처음 지어진 이후 1000년간 교회로 사용되다가 1453년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면서 이슬람의 모스크가 됐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야 소피아의 아름다운 자태에 매료된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모스크를 지을 때 요구되는 몇 가지 필수 요소를 추가하는 대신 형태는 보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덕분에 아야 소피아 본당에 입성하면 교회로 사용되었던 당시의 그림과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면 한가운데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의 그림이 있는데, 주위에는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의 구절이 적힌 구조물이 붙어 있다. 다른 어떤 종교 건축에서도 보기 힘든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의 흔적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이다.

이스탄불의 아이코닉한 명소 블루 모스크 옆에 자리한 히포드롬 광장은 과거 로마시대 전차 경주와 검투사들의 경기가 열리던 곳이다. 당시에는 가로 117m, 세로 500m 크기의 경기장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3개의 기둥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집션 오벨리스크. 이집트 룩소르의 최대 유적지인 카르나크 신전에 있던 4개의 오벨리스크 중 하나를 터키가 전리품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나머지 3개는 각각 뉴욕, 런던, 파리에 위치하고 있다. 무려 3500년 전에 만들어진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지만 형태가 완전하게 보전되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탑에는 상형문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고, 기단에는 전차 경기를 관전하는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모습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이스티클랄 거리 한편에 자리한 성 안토니오 교회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큰 가톨릭 성당이다. 1725년 이스탄불에 거주하던 이탈리아인들에 의해 처음 지어졌으나 안타깝게 철거된 이후 1912년에 네오고딕 양식으로 다시 세워졌다. 성 안토니오 교회는 현재 이탈리안 사제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어, 영어, 터키어, 폴란드어로 미사가 진행된다.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 성모마리아상과 함께 이스탄불 한가운데 세워진 성당의 독특한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붐빈다. 성당 외부에는 요한 23세의 동상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을 당시의 고통이 느껴지는 듯한 비틀린 예수상이 자리하고 있다.

톱카프 궁전에 방문했다면 또 하나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도시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이다. 고고학 박물관, 고대 동양 박물관, 타일 키오스크 박물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 공간인 고고학 박물관에서 중요한 유적을 만나볼 수 있다. 수많은 유적 중 특히 점토판에 새겨진 우르남무 법전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류 최초의 법전으로 알려진 기원전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보다 300년가량 앞선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곳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기원전 4세기 헬레니즘 시대의 알렉산더 석관으로 대표되는 그리스, 헬레니즘 및 로마시대의 다양한 유물 등 고고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하루도 부족할 만한 귀중한 소장품으로 가득하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이스탄불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히는 갈라타 타워. 이토록 아름다운 갈라타 타워의 역사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15세기경 제노바인들이 비잔틴제국을 경계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당시에는 크리스테아 투리스(Christea Turris), 즉 그리스도의 탑이라고 불렸다. 십자군전쟁 당시 파괴됐다 14세기에 다시 세워진 이후 오스만제국을 거치는 동안 포로수용소, 기상 관측소로 쓰였는데 현재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뷰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꼭대기로 올라가는 동안 각 층마다 갈라타 타워 모형과 함께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이곳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망대에 다다르면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과 더불어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오스만제국의 화려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톱카프 궁전은 1462년부터 약 500년 동안 36명의 술탄 중 22명이 머문 곳이다. 톱카프라는 말은 터키어로 ‘대포의 문’을 의미한다. 당시에 보스포러스 해협 쪽에 대포가 놓여 있어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 톱카프 궁전은 처음 지어진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증축을 거듭해 오스만제국 전성기에는 70만m2에 달하는 넓이에 5000명이 넘는 사람이 궁전 안에 살았다고 한다. 마치 이스탄불 속 또 다른 도시가 건설된 것처럼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 톱카프 궁전은 4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제1 정원은 개방 공간, 제2 정원은 국가 행사를 치르는 장소, 제3 정원은 술탄의 집무실, 제4 정원은 술탄과 그의 가족이 거주하던 곳이다. 돌마바흐체 궁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약 380년간 술탄의 주요 거주지이자 행정 시설로 사용됐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