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 미국
발행 2022년 05월 호
탁 트인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질주하는 해외 여행지에서의 드라이브는 국내에서 미처 느끼지 못할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의 남부 해안을 따라 달리며 괌의 진짜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던 로드 트립의 기록.
괌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 드라이브다. 괌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후 관광객 편의를 위한 셔틀버스마저 멈춰 섰으니 렌터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괌은 제주도의 3분의 1 크기인 작은 섬이지만 특색 있는 장소가 많아 로드트립을 즐기기 좋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서 매력적인 풍경이 손짓한다.
괌 여행의 시작점은 투몬이다. 이 지역에 호텔과 리조트, 쇼핑몰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모여 있다. 투몬을 살짝 벗어나면 탁 트인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괌 북부는 군사시설이 있고 관광지가 거의 없어 거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일부 지역은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도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그에 반해 괌 남부는 해변을 따라 마을과 관광지 등이 모여 있어 볼거리가 많다. 괌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남부 지역이다. 하루를 꼬박 남부 여행에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드라이브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오면 잠시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야자수 그늘 아래 누워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청하거나 발걸음 닿는 대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지나간다. 이런 게 바로 휴양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행자의 특권이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매력적인 남부 해안을 자동차로 달렸다. 산허리를 꺾어 돌면 험준한 산세가 나타나고, 다시 언덕길을 넘어가면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길가에는 야자나무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셔터를 누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마음 같아서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파도 소리까지 모두 담아오고 싶었다. 아산에서 우마탁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해변 풍경이 압권이다. 관광 명소로 손꼽히는 전망대만 해도 5곳(아산 전망대, 셀라만 전망대, 세티만 전망대, 파라 이 라라히타 기념공원, 솔레다드 요새)에 이른다. 모든 전망대를 다 갈 필요는 없지만 한 곳만 간다면 솔레다드 요새를 추천한다.
투몬에서 1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2A 도로를 지나 2번 도로로 진입해 우마탁 마을을 지나면 오른쪽 언덕에 솔레다드 요새가 있다. 19세기 초 해안에 접근하는 적을 감시하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요새다. 전망 포인트에 서면 우마탁 마을과 바다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주변에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산이나 언덕을 오르지 않고, 차를 타고 편하게 전망 포인트 앞까지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림이 취미라면 이곳에 이젤을 세우고, 붓을 들어봐도 좋다. 나는 붓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타임랩스 모드를 맞춰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촬영하며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솔레다드 요새를 등지고 내려가면 우마탁 마을이 나온다. 우마탁은 작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포르투갈 출신 탐험가인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1519년 세계 일주에 나섰고, 1521년 3월 6일 괌 남부 해안 우마탁 마을에 도착했다. 배를 고치기 위해 들른 것이 계기가 되어 세상에 괌의 존재가 알려졌고, 이후 괌은 333년간 스페인 통치를 받았다. 마을 중심에 있는 산 디오니시오 성당만 보면 유럽의 어느 소도시에 온 것 같다. 500여 년 전 마젤란이 괌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괌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한갓지게 사색을 즐겼다.
괌 여행의 시작점은 투몬이다. 이 지역에 호텔과 리조트, 쇼핑몰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모여 있다. 투몬을 살짝 벗어나면 탁 트인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괌 북부는 군사시설이 있고 관광지가 거의 없어 거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일부 지역은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도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그에 반해 괌 남부는 해변을 따라 마을과 관광지 등이 모여 있어 볼거리가 많다. 괌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남부 지역이다. 하루를 꼬박 남부 여행에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드라이브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오면 잠시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야자수 그늘 아래 누워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청하거나 발걸음 닿는 대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지나간다. 이런 게 바로 휴양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행자의 특권이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매력적인 남부 해안을 자동차로 달렸다. 산허리를 꺾어 돌면 험준한 산세가 나타나고, 다시 언덕길을 넘어가면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길가에는 야자나무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셔터를 누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마음 같아서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파도 소리까지 모두 담아오고 싶었다. 아산에서 우마탁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해변 풍경이 압권이다. 관광 명소로 손꼽히는 전망대만 해도 5곳(아산 전망대, 셀라만 전망대, 세티만 전망대, 파라 이 라라히타 기념공원, 솔레다드 요새)에 이른다. 모든 전망대를 다 갈 필요는 없지만 한 곳만 간다면 솔레다드 요새를 추천한다.
투몬에서 1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2A 도로를 지나 2번 도로로 진입해 우마탁 마을을 지나면 오른쪽 언덕에 솔레다드 요새가 있다. 19세기 초 해안에 접근하는 적을 감시하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요새다. 전망 포인트에 서면 우마탁 마을과 바다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주변에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산이나 언덕을 오르지 않고, 차를 타고 편하게 전망 포인트 앞까지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림이 취미라면 이곳에 이젤을 세우고, 붓을 들어봐도 좋다. 나는 붓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타임랩스 모드를 맞춰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촬영하며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솔레다드 요새를 등지고 내려가면 우마탁 마을이 나온다. 우마탁은 작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포르투갈 출신 탐험가인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1519년 세계 일주에 나섰고, 1521년 3월 6일 괌 남부 해안 우마탁 마을에 도착했다. 배를 고치기 위해 들른 것이 계기가 되어 세상에 괌의 존재가 알려졌고, 이후 괌은 333년간 스페인 통치를 받았다. 마을 중심에 있는 산 디오니시오 성당만 보면 유럽의 어느 소도시에 온 것 같다. 500여 년 전 마젤란이 괌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괌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한갓지게 사색을 즐겼다.
이나라한 마을로 가는 길, 메리조 부두에 들렀다. 메리조 부두는 코코스 섬으로 향하는 배가 드나드는 곳이다. 주말에는 현지인들의 피크닉 장소로 인기가 많다. 관광객에게는 인생샷 명소로 알려져 사진을 찍으러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나무로 만들어진 접안시설 두 개가 전부지만 데크 끝에 걸터앉으면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남부 드라이브 마지막 코스는 이나라한 마을이다. 지난 2018년 한국 예술가들이 마을을 방문해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민들이 떠나고 남은 낡은 집 담벼락에 괌의 문화를 담은 벽화를 그려 넣었다. 꽃나무와 넝쿨식물이 벽화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냈다. 마을은 한가롭고 고요했으며 마치 영화 세트장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
마을 산책을 하고 자연 풀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부 투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나라한 자연 풀장이다. 화산활동과 해수 침식으로 형성된 지형인데 흘러내린 용암이 바닷물을 막아 자연적으로 풀장을 만들었다. 계단식 논처럼 움푹 파인 곳에 바닷물이 층층이 들어찼다. 바다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용암 지형이 방파제 역할을 해주어 안쪽으로는 수심이 얕고 잔잔하다. 3년 전만 해도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며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마을 산책을 하고 자연 풀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부 투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나라한 자연 풀장이다. 화산활동과 해수 침식으로 형성된 지형인데 흘러내린 용암이 바닷물을 막아 자연적으로 풀장을 만들었다. 계단식 논처럼 움푹 파인 곳에 바닷물이 층층이 들어찼다. 바다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용암 지형이 방파제 역할을 해주어 안쪽으로는 수심이 얕고 잔잔하다. 3년 전만 해도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며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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