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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카페 향기 가득한 전주

아시아 > 대한민국 > 전주

발행 2022년 01월 호

한옥마을만 있는 뻔한 동네가 아니었다. 전주라는 이 도시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한옥마을에서 웨리단길과 객리단길, 그리고 아중호수까지. 여기서 더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까? 전주를 사랑한 이들이 골목 곳곳에 만들어낸 커피와 차 한 잔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주를 함축한 회고와 추억의 맛, 행원

오직 다방과 술집만이 예술가들을 맞이하던 1950~60년대의 전주, 복합 문화 공간 행원은 본래 정재계 인사들이 드나들던 고급 요정이었다. 그렇지만 예술인들에겐 늘 열린 문이었다. 그림 한 장 혹은 시 한 수만 지어 주고도 청년 예술가들은 중정을 ‘ㄷ’자로 감싼 행랑채에서 든든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인심 좋은 주인인 남전 허산옥 덕분이었다. 바로 그랬던 옛 기억은 세월이 지나 어느덧 희미해졌지만, 행원의 공간은 이제 여행자와 전주를 잇는 여행자 플랫폼이자 한옥 카페가 되어 전주가 품은 오랜 향수를 들려준다. 품격 있는 소리와 창, 그리고 가야금 연주는 이제 여행자를 위해 아낌없이 흐른다. 신발을 벗고 천천히 마루에 올라서면, 아름드리 철쭉나무 두 그루가 드리워진 중정을 볼 수 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은 계절이 오면 신부가 쓴 면사포처럼 화려하게 만개한 새하얀 철쭉 덕분에 톡톡한 포토존이 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에는 판소리 명창이 들려주는 소리 공연과 함께 국악 연주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location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3길 12
tel
063-284-6566
info
쌍화차 8000원, 수수부꾸미 7000원
website
인스타그램 @cafe.haengwon

한옥마을의 중심에서 맛보는 달콤함, 이르리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수많은 로컬과 여행자가 오가는 한옥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한옥 카페 이르리는 눈에 익으면서도 생경한 느낌을 무기로 했다. 외양은 고택이지만 안쪽에 탁 트인 중정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양하게 준비된 포토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하기에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페이스트리 시트로 구운 와플인 크로플 역시 본래도 잘 나가던 인기 브런치 아이템인데 카페 이르리에선 한 번 더 변주를 주었다. 바로 페이스트리 시트 대신 떡을 틀에 넣어 구운 ‘떡 크로플’이다. 구운 가래떡을 먹듯이 달콤한 꿀을 찍어 한 입 크게 먹어보자. 바삭한 겉면이 깨지며 부들부들한 떡의 참맛이 드러난다. 따뜻할 때 먹어야 떡 베이스가 딱딱하지 않고 더욱 촉촉하게 즐길 수 있으니 테이크아웃보다는 투고를 좀 더 추천한다. 디저트를 골랐다면 이제 페어링할 음료를 골라볼 때. 팬지 꽃을 생으로 넣어 우린 꽃차부터 석류 알맹이를 가득 올린 시원한 석류 에이드, 커피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location
전북 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69
tel
063-231-1528
info
그날에 라떼 7500원, 떡 크로플 8000원, 팬지 에이드 7500원
website
인스타그램 @ireuri_cafe.jeonjuhanok

동서양을 한데 담은 티 플레이스, 차미라미

전주한옥마을의 랜드마크, 경기전 근처에서 발견한 모던한 감각의 티하우스. 차미라미는 일본 유학파 출신의 박성웅 대표가 차(茶)의 대중화를 꿈꾸며 오픈한 가게다. 벨기에와 미국 대사관에서 헤드 셰프로 근무하기도 했던 박 대표는 예향의 도시로 오랜 명성을 이어온 전주 원도심 한복판에 커피 위주의 카페만 즐비한 상황에 의문을 품었다. 고루하지 않은, 품격 있는 취향의 전통차를 팔아보겠다고 작정한 그는 경기도 이천의 장인 공방에서 직접 공수한 도자기에 티를 담아 서양식 디저트 까눌레와 매칭했다. 갓 구워낸 까눌레를 한 입 먹어본 소감을 말하자면, 바삭한 겉표면을 깨물기 무섭게 달콤하면서도 눅진한 바닐라 크림이 입안에 확 퍼진다. 크림이 좀 뜨거우니 데이지 않도록 주의할 것. 한편 히비스커스와 시트러스, 사과를 함께 블렌딩한 차미라미의 시그너처 티 크림슨 펀치는 상큼한 맛 덕분에 아이스티로 인기가 좋다. 티와 푸드의 조화로운 페어링은 재료를 고를 때부터 맛을 안배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location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51 1층
tel
070-4300-4435
info
홍차류 6000원, 크림슨 펀치 6000원, 까눌레 3000원, 모나카 케이크 (론칭 예정)
website
인스타그램 @cha_mirami

소설가의 취향을 담은 공간의 멋, 카프카

신춘문예 등단 소설가인 강성훈 대표가 운영하는 서점 카프카는 말 그대로 공간 곳곳에 주인장인 그의 취향이 담뿍 배어 있다. 그런 느낌의 팔 할은 책방에 비치된 서적의 주를 이루는 ‘문학’ 위주의 컬렉션 덕분이 분명하다. 서점에서 진행되는 자발적인 로컬 모임만도 다섯 개. 여기다 이른 오전의 햇살이 가장 따스하게 드는 책방 자리 한쪽에는 좋아하는 시나 문장을 직접 필사할 수 있는 테이블도 있어 문학 마니아들의 마음도 단번에 잡았다. 최근에는 수공예로 핸드메이드 노트를 만드는 등 가죽공예 작업에 취미를 붙였다는 강 대표.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원두를 블렌딩하고 로스팅한 커피는 산미만 화려하게 강조하는 근래의 몇몇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계절마다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시즈널 블렌딩 티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쯤이면 베이커리 메뉴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에서 커피와 함께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디저트는 주인장이 셀렉해 진열해둔 책을 꺼내 읽는 것이니 아쉬워 말길.
location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32 2층
tel
010-2670-7853
info
핸드드립 커피 6000원, 스페셜티 4500원
website
인스타그램 @ bookstore_kafka

  • 에디터 김세원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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