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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부여고요하게 흐르는 부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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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부여 VS 뉴트로 부여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2년 01월 호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걸려 부여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자그마한 대합실이 반긴다. 겨울이라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했던 부여를 마주하며 연꽃을 떠올려본다. 은은한 향기와 차분한 멋을 품은 연이 이른 아침 만개하듯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사비(지금의 부여)에는 백제의 문화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강 너머 규암리는 어떨까. 한때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있었지만 청년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며 현재 부여에서 가장 희망찬 곳이 되었다. 만물이 잠시 휴식기를 가지는 겨울에도 약동하는 부여의 면면은 여행자에게 뜻밖의 행복을 선사한다.

백제 불교의 정수, 정림사지

정림사는 538년 백제 성왕이 현재의 부여인 사비로 도읍을 옮긴 직후 사비도성의 중심지에 건립한 백제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입구인 중문으로부터 탑, 금당, 강당이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배치된 ‘일탑식가람’ 배치 양식을 따르고 있어 백제 사비 때의 전형적인 사찰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건물은 없어지고 터만 남아 있으며, 절터 중앙의 정림사지5층석탑과 강당 내부의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정림사지를 지키고 있다. 특히 국보 제9호로 지정된 정림사지5층석탑은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익산의 미륵사지석탑과 함께 백제시대의 세련되고 기품 넘치는 불교 석탑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백제 불교문화를 더욱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정림사지 박물관으로 이동해보자. 역사유적지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버리고 지난 6월 리모델링 후 재개관했다. 미디어 아트, VR 체험 등 정림사지 축조와 발굴까지의 과정을 최첨단 기술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정림사지 축조에 사용된 기와를 만지면 지붕을 짓는 과정이 재생되는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요소로 가득하다.
location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tel
041-830-6836
info
어른 1500원, 청소년 900원, 어린이 700원

부여 여행의 백미, 부소산성 & 낙화암

부여의 부소산 자락에 축조된 부소산성은 평상시에는 왕궁의 후원 역할을 하다가 비상시에는 방어시설로 이용된 배후산성이다. 부소는 백제시대 말로 소나무를 뜻하는데, 지금도 부소산성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부소산성에 방문하면 가장 유명한 낙화암으로 곧장 직진하기보다, 완만한 경사의 소나무 숲길을 따라 백제시대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입구인 부소산문을 통과하면 백제의 세 충신을 모신 사당인 ‘삼충사’, 백제의 왕이 나랏일을 하거나 도성의 풍경을 감상했던 ‘영일루’, ‘반월루’ 등을 거쳐 낙화암 위 세워진 정자 ‘백화정’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이윽고 도달하는 약 40m 높이의 낙화암은 부소산성 나들이의 백미. 암벽 위에 서서 드넓은 백마강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백제의 삼천 궁녀가 꽃잎처럼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궁금하다면 고란사 나루터에서 황포돛배를 이용해보자. 배에 탑승한 약 20분 동안 아찔한 높이의 낙화암과 부여를 감싼 백마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location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31
tel
041-830-2884~6
info
어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1000원

사계절 풍경 담은 백제의 정원, 궁남지

부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정원이다. 634년 백제 무왕이 이곳에 연못을 파 도교에서 신선이 노는 산을 일컫는 ‘방장선산’을 상징하는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 당시 백제의 정원 조영 기술은 최고의 정원사였던 노자공을 대표로 하여 일본에 전해질 만큼 빼어난 수준을 자랑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당시의 방장선산이나 수로 등은 남아 있지 않지만, 연못 가운데 고고하게 들어선 포룡정을 중심으로 주변의 자연이 사계절 모습을 달리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백련, 홍련 등 다양한 종류의 연꽃이 만발하는 7월에는 궁남지 일대에서 부여서동연꽃축제가 개최된다. 연꽃은 오전 6시에서 12시 사이에만 꽃을 피우므로 활짝 핀 연꽃을 보려면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물가 주변의 버드나무와 연못 위의 연꽃이 장관을 이루는 궁남지는 낮에도 부여의 산책로로 으뜸이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밤이 되면 고즈넉한 매력이 배가 된다. 저물녘 방문해 궁남지의 낮과 밤 두 가지 매력을 모두 감상해보자.
location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자온길의 시작, 책방세간

옛날 나루터와 오일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갔던 규암마을은 1960년대 백제대교가 개통되며 강 건너로 생활권이 이동하면서 쇠락하게 되었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낡은 옛날 건물들로만 가득했던 이곳은 리빙 라이프 회사인 (주)세간이 주목하게 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마을을 젊은이들의 생기로 채우고자 세간이 선택한 첫 번째 문화 콘텐츠는 바로 서점 ‘책방세간’. 규암마을 중앙에 자리한 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는 대신 내부를 뉴트로하게 재해석했다. 담뱃갑 은박 속지를 연상시키는 홀로그램 벽면에는 전문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구성한 다양한 단행본과 독립 출판물이 빼곡히 꽂혀 있다. 전통 공예에 조예가 깊은 박경아 대표가 이끄는 세간의 아이코닉한 명소답게 공예와 디자인에 관련된 책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 책방세간의 책들은 모두 읽거나 구매가 가능하므로 서점 내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와 함께 편안한 독서를 즐겨보자.
location
충남 부여군 규암면 자온로 82
tel
041-834-8205

규암리에 피어난 한지공방, 로얄페이퍼하우스

백마강이 휘돌아가는 규암마을은 해방 이후까지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나루터와 오일장으로 인해 부여에서 가장 번성한 곳이었다. 1968년 부여읍 동남리와 규암면 규암리를 잇는 백제대교가 개통하자 마을의 경제권은 부여읍으로 이동했고, 자연스레 규암마을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속절없는 시간만 흐르며 침체된 이곳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청년 공예가들이 저마다의 공방을 세우기 시작했고, 한지공방 로얄페이퍼하우스 또한 그중 하나다. 규암마을의 오래된 폐가를 리모델링해 독채 스테이와 공방으로 꾸몄다. 공방 문을 열면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공간이지만, 박모아 대표의 솜씨가 담긴 한지 공예품으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부여 궁남지의 연꽃에서 모티프를 얻은 연잎 한지 모빌이 로얄페이퍼하우스의 시그너처 상품. 이 외에도 한지 가방, 한지 명함 케이스, 한지 트레이 등 한지를 재료로 한 다양한 공예 상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한지 공예품 구입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쉽다면 로얄페이퍼하우스 바로 옆 독채 스테이에서 진행하는 연잎 한지 모빌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연잎 한지 모빌 DIY 키트도 준비돼 있다.
location
충남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41번길 9-4
tel
070-7773-9690
info
연잎 한지 모빌 DIY 키트 2만5000원, 한지 에코백 2만원

  • 에디터 송주영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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