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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Greece

변함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그리스

유럽 > 그리스 > 아테네

발행 2022년 01월 호

그리스도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루 평균 60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병원, 약국, 시장 외 공공장소는 방역 서류를 검사한 뒤 방문객 출입을 허용한다. 팬데믹 시국이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와중에도, 그리스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아테네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던 파르테논을 비롯해 유적지 복원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파르나소스의 산간 마을은 스키어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그리스는 그래도 여전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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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라, 신앙으로 올린 암벽 위 은둔지

칼람바카에는 공중에 떠 있는 수도원이라 일컫는 메테오라가 있다. 델피에서 칼람바카로 가는 대중교통은 오전 6시 45분 출발하는 버스가 유일하다. 주말에는 오후 3시 30분 출발하지만 주중에는 새벽에 출발한다. 직행은 아니다. 승합차가 델피 마을 광장에서 승객을 싣고 30분가량 달려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다시 2시간 달려 낯선 시골 마을 정류장에 도착했다.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트라킬라를 지나 칼람바카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만 5시간 넘게 탄다. 마을에 들어서자 하늘 높이 치솟은 암석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었다. 얼핏 보면 다른 행성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괴한 지형이었다. 이 지역은 2000만 년 전 물속에 잠겨 있었다. 화산이 터지고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바닷속 땅이 치솟아 올랐고, 바닷물은 지중해로 흘러나갔다. 해저 지형이 산맥으로 천지개벽한 거다. 솟아오를 때 칼람바카 지역은 바위 하나였다. 그 후 시간이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빙하기가 닥쳤다. 비가 쏟아지고 빙하가 흐르면서 지반이 깎여 나갔다. 바위가 파이고 갈라졌다. 억겁의 시간이 흐른 뒤 단단한 부위는 깎이고 버텨 바위 기둥으로 여기저기 솟았다. 14세기부터 그리스정교회 수도사들은 풀 하나 자라지 못하는 이 딱딱한 암벽을 타고 바위 기둥 위에 은둔처를 짓기 시작했다. 움푹 파인 크고 작은 동굴 사이를 사다리로 연결해 올랐다. 먼저 오른 수도자 2명은 다른 수도자를 그물에 담아 끌어 올렸다. 교회와 거처를 짓는데 필요한 돌, 회반죽, 지붕은 사다리로 올리거나 손으로 움직이는 크레인에 담아 옮겼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건축이었다. 암벽 정상 위에 건축 자재들을 옮겨 수도원을 세웠다니 신앙의 힘이 놀라울 따름이다. 수도원을 짓기 전에도 암벽 곳곳에 파인 크고 작은 동굴에 수도자들이 3일간 물만 마시고 기도하며 몸과 정신을 정화했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은 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 벌을 받는 게 아닌가 싶어 동굴들을 ‘수도자의 감옥(prison of monks)’이라고 불렀다. 수도자들이 오랫동안 목숨을 걸고 극한의 작업을 마친 덕에 여기저기에서 메테오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풀 하나 자라지 못하는 암석 덩어리들이 무리를 지어 치솟은 이곳에 수도자와 수녀들이 기도하고 기거하는 신앙의 은둔처를 만들어낸 것이다. 바위산 정상이나 가파른 절벽에 붙어 있는 수도원이 14~16세기 24개나 세워졌다고 한다. 지금은 6개만 남았는데 4곳은 수도원이고 2곳은 수녀원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메테오라 중 한 곳인 트리니티 수도원을 촬영하고 ‘하늘에 떠 있는 수도원’이라 이름 붙이면서 칼람바카는 유명세를 탔다. 그 뒤 유네스코는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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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라가 있는 암석 바위 밑에 자리한 칼람바카 마을.

가장 오래된 수도원은 그레이트 메테오라이다. 규모도 가장 크다. 한때 수도자 80여 명이 기거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5명이 남았다. 해마다 관광객 300만 명 이상이 찾아와 번잡스러워지니 수도자들이 떠난 것이다. 트리니스 수도원은 86세 수도사 한 분이 지키고 있다. 그가 영면하면 박물관으로 운영될 듯하다. 누구나 6개 수도원 중 한 곳을 선택해 머물 수 있다고 한다. 루오소 수녀원은 수녀 15명이 기거하고 있다. 수녀들은 기도 외에도 비누와 양초 같은 수제품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가장 멋진 곳은 발람 수도원이다. 그레이트 메테오라에서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비잔틴 양식의 영향을 받은 둥근 아치 모양의 창이 교회 건물 옆 부속 건물과 연결되어 있고 그 앞으로는 감나무와 낙엽수를 심어 풍취를 더했다. 낙엽수의 잎이 여러 색으로 물들어 있고 정원에 꽃도 피었다. 정원 가장자리에는 곧게 자란 나무 한 그루가 꼿꼿이 서 있다. 천국 입구에 서 있는 정원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발람 수도원에서 올려다보면 그레이트 메테오라의 동남쪽 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발코니들이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와 있다. 발밑으로는 아찔한 높이를 뽐내며 땅으로 내리꽂히는 절벽이 조금은 섬찟하다.
수도자들이 이 험난한 곳에 수도원을 지은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님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던 이유가 첫 번째다. 하나님이 하늘에 있다고 생각했으니 높은 곳이라면 하나님의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잘 들을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속세에서 은둔하기 위해서다. 세속의 번잡함을 피해 오롯이 홀로 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접근이 어려운 곳에 은둔처를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도자들이 종교 탄압으로부터 신변의 안전을 위해 어떤 세력도 닿기 힘든 곳으로 도망간 이유다. 그리스는 오스만튀르크로부터 400년간 지배를 받았던 터라 종교를 지키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오스만튀르크 세력 아래 있던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유럽 일부가 이슬람으로 개종했지만 그리스인이 신앙을 지킬 수 있던 건 동방정교회 덕이다. 그들은 여러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도 신앙을 지켰고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 덕분에 1830년 오스만튀르크와 무장투쟁을 벌인 끝에 독립을 이뤄냈다. 그리스 국기에는 가로로 된 아홉 개의 줄이 있다. 이는 오스만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 당시의 구호인 ‘자유가 아니면 죽음’의 음절 9개를 뜻한다. 그리스인에게 있어 독립과 자유는 그토록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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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꽃들로 가득한 루오소 수녀원 정원.

하늘에 떠 있는 수도원

트리니티 수도원(Monastery of the Holy Trinity at Meteora)은 절벽 위에 솟은 암벽 부분을 꽉 채우고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얼핏 수도원을 위해 암석을 깎아놓은 듯한데 이 극적인 모습으로 인해 트리니티 수도원은 메테오라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영화 <007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를 여기서 촬영했다. 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이곳을 촬영하고 ‘하늘에 떠 있는 수도원’이라 명명한 사진을 게재하면서 메테오라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location
Kalabaka 422 00, Greece
tel
+30 2432 02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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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최인실
  • 이철현
  • 사진 이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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