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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NEWS

Interview

낯선 이방인을 꿈꾸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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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12월 호

싱어송라이터 조형우는 제약과 규범으로 이루어진 사회에 얽매여 안전하게 사는 삶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는 여행에서 그는, 완벽하게 낯선 이방인으로 변신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껍질을 깨고 제3의 방향성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때문이다.
루브르 광장의 거리의 악사. 빈티지한 배경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버스킹은 날것의 느낌이 충만한 현대 예술이다.

Q _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A _노래하고 곡 만드는 싱어송라이터 조형우입니다. 작곡가, 광고음악 감독을 병행하고 있어요.

Q _프로필을 살펴보니 실내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언제 음악을 시작했나요?
A _요즘 같은 시대에 꼭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 역시 음악은 유학생 시절부터 그저 너무 재미있어서 시작하게 됐고, 대학에서도 밴드부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게 되면서, 혼자서 곡 쓰고 기타도 치며 버스킹 위주로 아마추어 뮤지션부터 시작했고 2011년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을 통해 2013년에 프로 뮤지션으로 본격적인 데뷔를 했어요.

Q _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용감하게 도전한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_사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전공을 살려서 건축 디자이너가 되느냐, 건설사에 입사하느냐를 두고 동기들이 고민할 때 저는 단순하게 ‘음악을 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였는데, 마침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회가 찾아와 첫 도전을 하고, 심지어 결과도 나쁘지 않아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게 됐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현재 굉장히 만족스러운 상태입니다. 당연히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Q _첫 여행이 궁금해지네요.
A _2001년부터 2005년까지 영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사춘기 때 유학 생활을 한 셈이죠. 유학생 입장이니까 여행 경비 마련도 충분치 않고 미성년자라 가족들과 가끔 다니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어요. 그러다가 오롯이 나만의 여행을 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된 후 2011년, 방송 촬영차 프랑스와 영국을 방문했을 때 일정이 끝난 후 일주일 동안 혼자서 영국의 땅끝 마을 랜즈엔드를 돌아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기타 하나 달랑 들고 3박4일 일정으로 버스킹 여행을 했어요. 그때 땅끝에서 찍었던 사진을 최근 발표한 ‘Swim’ 앨범 커버로 디자인했어요. 제가 소속사에서 독립을 하면서 홀로서기로 발표했던 첫 싱글 앨범이었거든요. 저의 첫 시작과 첫 여행을 연결한 의미 있는 앨범 재킷이죠.
소속사로부터 독립한 후 발매한 첫 싱글 앨범 ‘Swim’의 커버가 된 첫 여행의 종착지 랜즈엔드. ‘이 섬의 끝에서부터 왼쪽으로 가면 뉴욕까지 몇 마일이다’라는 폿말이 있는데, 바다 건너 다른 대륙이 있다는 것을 명시한다. 그때 받은 영감으로 곡을 작업해 홀로서기의 첫 곡으로 수록하게 되었다.

Q _여행지에서 꼭 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나요?
A _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숙소 주변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 노트를 펼치고 음악을 들어요. 저는 도시의 낯선 이방인이 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펍에 가서 현지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관람해요. 그러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온몸을 휘감곤 하죠. 아마추어임에도 너무 프로 같은 그 실력에 감탄해서 더블린에서는 한 버스커에게 50유로를 주고 온 적도 있어요. 옆 테이블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이방인이 도시에 스며드는 순간을 기록해 나갑니다.

Q _음악으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구성이 재미있어요. 버스킹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
A _첫 여행이었던 영국 런던 시내에서부터 버스킹을 시작했어요. 템스 강이 흐르는 다리 위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라이브를 하면서 영상을 찍고 돌아다녔는데 너무 오래전이고 영상 찍는 스킬도 부족했던 시절이라 콘텐츠로 발전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추억만은 남아 있죠.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어요. 엑세터란 도시의 분수대 앞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노래를 한 적이 있는데 건너편에 있던 할아버지 몇 분이 저의 노래를 듣기 위해 제가 있는 쪽으로 오고 계신 거예요. 벌써 가는 거냐며 서운해하는 그분들께 비틀스의 ‘Let It Be’를 불러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어요. 카메라가 고장 났던 랜즈엔드에서는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고 기타 치면서 에너지 발산용으로 미친듯이 노래를 부르는데 주변을 찍고 있던 관광객 한 분께서 노래하는 제 모습이 너무 인상 깊다면서 제 사진을 찍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메일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낯선 사람과 연락처를 주고받았어요. 약속대로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사진 속 저는 추레하지만 여행지에서 느낀 그 순간의 감동은 새록새록 기억나더라고요.
런던 템스 강 골든 주빌리 브리지에서 시작한 첫 버스킹. 런던 특유의 우울한 날씨 속에서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노래를 불렀다. 나를 모르는 낯선 곳에서는 용감해진다.

Q _특히나 더블린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요.
A _제 음악의 원천은 아이리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데미안 라이스와 영화 <원스>의 음악 스타일을 너무 좋아해요. 더블린에 가면 호텔 1층 카페에서 <원스>의 글렌 핸사드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시가 아니에요. 명동만 한 더블린이라는 도시를 걷다 보면 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그 장면들이 지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그런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는 거죠.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루틴에 갇혀 있다 보면 창작 활동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이방인이 된, 약간은 불안한 상황과 안정적인 듯 안정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창작물이 탄생한다는 것을 10여 년간의 음악 생활을 하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여행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적당히 낯선 환경에 나를 내려놓으면 아이디어는 완성이 되죠.

Q _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A _남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여행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암묵적인 룰인데 사실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고 내가 만끽하는 그 순간을 느끼는 지점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면 힘든 과정을 거쳐 사진을 찍어야 하는 대상을 기다리다가 막상 가장 중요한 순간에 사진을 찍지 않아요. ‘이럴 때는 그냥 보고 있는 것이 더 의미 있다’라는 말이 나오죠. 여행의 순수한 목적이 무엇인지 깨닫고 순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에디터 임준연
  • 사진 권태헌(인물), 조형우(여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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