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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INTERVIEW

맥주를 사랑하는 여행작가의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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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11월 호

전 세계를 현지인처럼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의 쌀국수와 맥주를 즐기는 여행 루틴을 지닌 곽민지 작가를 만났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하며 시작한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은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좀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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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_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A _<걸어서 환장 속으로>, <원스 인 더블린>이라는 여행 에세이의 저자이자, 현재 예능 방송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서 본격 비혼 라이프 가시화 방송 <비혼세>의 진행자, ‘해방촌 비혼세’ 곽민지입니다.

Q _부캐릭터가 많으신 것 같아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라서 가능한 걸까요?
A _그렇죠. 말 그대로 프리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컨설팅을 해서 진행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골라 하는 자유로움의 특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재밌겠다, 해볼까?’ 하고 생각한 순간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는 쭉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한 번이 어렵지 해보니 쉽더라고요.

Q _안정적인 대기업을 그만둔 이유가 있을까요?
A _생각해보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것을 참지 못했던 성격이 아니었나 싶어요. 입사 후부터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한 막막함, 행복 추구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문했어요. GS칼텍스에서 투자예산, 융자예산 등을 담당하는 본부 기획팀에 있었는데, 2500억 정도를 다루는 부서였어요. 이 거대한 숫자로 자료를 만드는데,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는 한 칸도 담을 수 없다는 게 힘들었어요. 멋진 점이 많은 일이지만, 단지 저의 성향에 안 맞았던 거죠.

Q _그렇다면 지금의 캐릭터는 퇴사 후부터 지금까지의 프로필이 다져진 결과물이겠군요.
A _맞아요. 퇴직금을 들고 무작정 더블린으로 가서 3개월간 생활하는 일상을 블로그에 기재해, 책으로 엮어내기도 하며 꾸준하게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문을 두드렸던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닐 때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재미있는 주제로 차트를 만들어 사내 메일링 서비스 같은 것을 연재하기도 했죠. 그런 것들이 ‘작가’적인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의 연장선으로 지금의 여행작가, 방송작가가 된 거죠.

Q _직업군이 여행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A _예능작가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아야 해요. 새로운 것으로부터 자극도 많이 받고, 탐구해야 하죠.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움직여야 하는지는 무한한 소스가 됩니다. 그래서 그런 이들과 피부로 밀접하게 접하게 되는 여행을 자주 떠나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댄싱9>이란 프로그램을 할 때는 캐리어를 들고 출근해서 며칠을 밤새고 퇴근하기도 했을 정도로 바빴는데요. 끝나기만 하면, 당장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하겠다고 결심했죠. 항상 엔드라인에 여행을 목표로 정하고 그걸 위해 오늘도 밤새고 버티는 게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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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_다른 작가들의 상황도 비슷한가요?
A _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1년 전부터 티켓을 미리 끊어놓고 그 스케줄에 맞춰 일을 구한 적도 있어요. 1년 뒤에 갈 곳이 정해져 있으니 미리 팀에 양해를 부탁하죠. 이런 방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 작년부터 힘들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적이 처음이라 업무 루틴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Q _개인 홈페이지가 있어요. 마치 포트폴리오처럼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그동안의 작업물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딩고 트래블’에서의 경력까지 화려하더라고요.
A _2017년 즈음에 했던 ‘딩고 트래블’은 하루에 두 개씩 콘텐츠가 발행되는 제법 타이트한 업무였어요. 그때, 아시아권을 타깃으로 한 저가 항공사들이 차례로 오픈하면서 대학생들을 위한 저렴하고도 개성 넘치는 해외여행을 제안했어요.

Q _기억나는 기획, 주제가 있을까요?
A _‘비보이가 다녀온 33가지의 라오스’란 타이틀의 콘텐츠가 있어요. 당시 갬블러즈 크루의 비보이 킬(박인수)과 함께 떠난 라오스 여행인데, 33곳에서 33번 에어트랙 같은 동작을 교차 편집하고 여기저기에서 비보잉을 계속 해야 하는 콘셉트였어요. 그런데 날은 덥고, 비보잉 동작이 초고강도 근력 운동이니까 1분만 해도 너무 힘든데, 그분을 모시고 하루 종일, 10시간 정도 비보잉을 시킨 게 기억에 남아요. 특히 방비엥에서 유명한 술집 ‘사쿠라바’에서 비보잉을 해야 하는 미션을 잡고, 갖은 노력 끝내 섭외에 성공해 스테이지에서 비보잉을 하며 성황리에 끝났죠. 로컬의 라이브함이 고스란히 담긴 보람차고 결과물 좋은 콘텐츠였습니다.

Q _일과 취미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_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 여행에 대한 강의도 많이 하고, 컬럼도 쓰면서 콘텐츠를 구상하다 보면 그때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요. 언젠가부터 우리나라가 정보량이 방대해지면서 여행에 대해 훈수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저 역시 일정 부분에 기여했다고 생각해서 지금 굉장히 반성 중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메뉴가 있어도 먹지 않았을 유명한 음식을 현지 맛집이라니까 분위기에 휩쓸려서 먹게 된다면, 나중에 항상 후회로 남더라고요.

Q _여행을 많이 다니셨는데, 언제 처음 해외로 떠났나요?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A _얼추 꼽아보니 18개국을 다녀왔더라고요. 어학연수로 갔던 일본을 제외하고, 여행의 첫걸음은 4명의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간 스페인 마드리드였어요. 조그마한 아파트를 렌트해서 한 달 동안 유럽의 다른 지역들을 오가는 베이스캠프로 사용했죠. 유럽 노선에는 저가 항공 비행기가 많아서 파리, 포르투갈 등지로 여행을 했어요. 그 처음의 여행 습관이 지금까지 쭉 이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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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_‘살아보기’ 형식으로 여행한 지역은, 앞에 언급했던 아일랜드 더블린이 있어요. 퇴직 후 첫 번째로 선택한 지역이 더블린이라니 좀 신선했어요.
A _영화 <원스>를 감명 깊게 본 영향이 컸죠. 그리고 역시 호텔이 아닌 하우스 셰어를 했습니다. 더블린은 당시만 하더라도 너무 정보가 없는 곳이어서 밑바닥에 숨어 있던 도전 의식이 또 꿈틀거렸죠. 제가 일하던 역삼역 근처의 빌딩 숲을 벗어나, 도시의 경치와는 무관한 곳에서 나를 모르는 낯선 이들과 생활하듯이 여행하고 싶었던 이유가 커요. 장기 여정이라 영어권 나라여야 했는데, 영국이나 미국은 너무 대도시라 고민을 하다가 결정한 곳입니다.

Q _더블린에서의 일상은 어땠어요?
A _아일랜드의 수도라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요. 무엇보다 더블린에만 약 3000개의 펍이 있는 맥주의 도시예요. 음악과 맥주, 적당한 소도시이자 수도라서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는 완벽한 취향 저격의 여행지였어요. 영화 <원스>에서처럼, 더블린 길을 걸어가면 곳곳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재능 충만한 뮤지션들이 평범한 차림으로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꿈 같은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맥주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냈죠.

Q _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A _프랑스 파리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엔 내키지 않았어요. 지금 파리에 거주 중인 절친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을 때 가기 시작해서, 나중엔 유럽 출장이 있을 때마다 앞뒤로 시간을 붙여서 파리를 방문했어요.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가 됐죠. 파리에 가면 그 친구가 항상 내어주는 저만을 위한 방이 있어요. 에펠탑이 보이는 그 방에서 아침을 맞이하면, 친구가 가게 위치를 알려주며 빵을 사오라는 모닝 메시지를 테이블에 남겨요. 전, 그 빵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모닝 맥주를 한잔 걸치고, 친구와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아요. 시장도 보면서 산책하고, 마치 소소한 일상을 그림 그리듯이 경험하고 돌아옵니다. 태국도 정말 좋아해서 자주 가는 나라예요. 언제나 흥이 넘치고, 라이브 클럽에서는 태국 밴드들이 팝송을 커버하며 모두가 모여 떼창을 하고 춤을 춰요. 자연스럽게 옆 테이블과 합석하다 보면 곱게 메이크업했던 얼굴이 어느새 마스카라가 번져 괴기스럽게 되죠. 그 상태로 포장마차에서 쪼그리고 앉아 닭죽으로 해장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미리 예약해놓은 폴 댄스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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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임준연
  • 사진 사진 권태헌(인물), 곽민지(여행 사진)
  • 자료제공 장소제공 스페인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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