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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여행지의 추억

발행 2021년 11월 호

저마다의 이유로 떠난 여행길 위에서 들었던 노래. 일상에서 우연히 그 노래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여행지에서의 감상이 다시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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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언어 Valenti의 도시 시부야, BoA ‘Valenti’

지금은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2003년 3월, 인천공항에서 일하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며 다짐했던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전공과는 무관한 방송 공부를 하고 싶었던 나는 음악 PD가 되리라는 꿈에 부풀어 나리타 공항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공항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프리토킹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건 엄청난 착각이었다. 임시 숙소로 함께할 친구네 집을 찾아가는 것조차 녹록지 않았으니 말이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거대한 신주쿠의 전철과 지하철 노선 앞에서 1시간 이상을 헤맸던 나의 첫 도쿄 입성기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한류가 일본을 지배하기 이전에 발을 들였던 도쿄에서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심적으로 고생하던 어느 날, 나는 시부야 사거리의 횡단보도에서 무심코 올려다본 HMV의 모니터 전광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시아의 별 보아의 ‘Valenti’ 뮤직비디오가 도쿄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시부야 사거리의 대형 전광판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타국에서 만난 모니터 속의 자랑스러운 K-팝 가수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가슴에선 뭉클함이 솟구치고 눈물이 흘렀다. 주책 맞게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힘들고 지쳐 있던 어린 유학생 시절의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모니터 속 보아의 노래 ‘Valenti’는 그렇게 일본 유학 시절에 빛과 같은 희망과 치유를 선사해주었고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달콤쌉싸래,했던 도쿄살이의 추억이 떠오른다.
에디터 임준연

Slow, 속초, Sole ‘Slow’

싸늘하진 않지만 마냥 따스하지도 않아 미적지근하게 느껴지던 2018년의 가을, 나 자신에 대한 의문과 불안을 뒤로하고 속초로 향하는 첫발을 뗀 기억이 있다. 시작은 어처구니없었다. 간발의 차이로 늦어 표를 다시 끊어야 했고 갑작스레 하루 종일 내리는 비, 그나마 챙겨온 우산은 펼치자마자 망가져 바닥으로 전사했다. 카메라를 감싸고 모래 위를 걷는데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을 어루만지다 못해 때릴 정도였지만 다행히 내 기분을 망칠 이유는 되지 못했다. 보고 싶었던 드넓은 속초 바다가 나를 품어주니까. 바다를 보며 자랐고 그게 시시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난 바다가 좋다. 특히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는 더욱.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다음 날, 속초는 맑고 푸르른 바다를 내게 선물해주었다. 꽤나 거센 바닷바람이 머릿결과 옷깃을 흐트러지게 해도, 뜨거운 햇빛이 몸을 녹아내리게 해도 마냥 좋았다. 걷고 걷다 지쳐도 그냥. 표출되지 못한 열정이 마음속 화상을 입혔고 그 자국에 익숙해질 무렵, 자리를 잡고 이 노래를 들으며 바라본 바다가 내게 답을 주더라. ‘Take it slow, Go slow’.
에디터 김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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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잘 ‘산’ 척, 다이나믹 듀오, 첸 ‘기다렸다 가’

올해 나의 여행은 대부분 의미가 조금 남달랐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증폭시키기보다 오히려 가라앉히기 위한 여행이었다고나 할까. 최근 직업적인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쌓이면서 어떻게 해소할까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일단 어디든 가보자라고 생각하며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이왕이면 맑은 바다가 있는 곳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떠났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비바람이 몰아쳐 우산은 계속 뒤집혔고 제 기능을 점차 잃어가는 우산의 모습은 너무나 불안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감상이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내 안의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정처없이 숲길을 걷고, 모래를 밟다 보니 짧은 여행은 끝이 났다. 다시 서울에 돌아왔을 때, 여행을 곱씹어보았다. 나의 속도에 맞춰 지나온 시간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고, 입에 맴도는 바다 향에 목이 메었으며, 돌아오는 길 위에서 차갑고 따뜻했던 도시의 질감을 느꼈다고. 오늘 나 잘 살았다고 즐거웠다고 비로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여행은 그런 대로의 깨달음에 즐거움이 있었다고. ‘바람과 이 비가 지나갈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힘들 때 아프게 그냥 울어도 돼.’ 노랫말을 꼭 닮은 홀로 훌쩍 떠나는 여행이 이토록 의미 있는 일인지 몰랐다고.
공간 디자이너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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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송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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