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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코카서스의 중심, 조지아를 찾아서

유럽

발행 2021년 10월 호

하필 실크로드가 지나가던 위치에 있던 조지아는 예부터 몽골제국, 페르시아제국, 오스만제국 등 주변 강대국의 꾸준한 견제를 받았다. 이후 러시아에 흡수되었고, 독립한 지 20년이 흘렀다. 오랫동안 유럽의 변방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여행지를 찾는 이들은 코카서스 지방의 중심 조지아를 주목하고 있다. 조지아에 오면 반드시 들르게 된다는 세 도시, 트빌리시, 카즈베기, 쿠타이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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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심장, 트빌리시

조지아를 찾은 여행자의 십중팔구는 수도 트빌리시(Tbilisi)로 들어온다. 조지아 동남부, 쿠라 강 유역에 잔뜩 웅크려 내려앉은 트빌리시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트빌리시는 현지어로 ‘따뜻한 장소’라는 뜻을 담고 있다. 트빌리시 구시가지를 등지고 쿠라 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우측 언덕에 교회가 하나 보인다. 5세기 무렵, 고르가사리 왕이 세운 메테키 교회다. 고르가사리 왕은 현재의 트빌리시를 건설한 영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트빌리시 사람들에게도 그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성당 옆 큼지막한 말에 오른 그의 동상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실제로 국왕을 알현하는 기분이 든다.
메테키 교회를 지나 오르막길을 따라 쭉 걸으면, 눈앞에 매머드급 규모의 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사메바(Sameba)라고 불리는 트빌리시 성삼위일체 대성당이다. 조지아 사람 대부분이 조지아 정교 신자다. 조지아는 4세기 무렵, 성녀 니노(St. Nino)를 통해 기독교를 받아들였고, 이후 트빌리시를 시작으로 조지아 전역으로 자연스레 전파됐다. 그래서 그런지 조지아 전역을 여행하다 보면, 조지아 정교회 성당과 수도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조지아 여행을 가리켜 ‘수도원 기행’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조지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 가운데 하나인데, 가톨릭이나 개신교가 아닌 동방정교를 믿는다. 조지아 사람들의 신앙심은 매우 두터운데, 길을 걷다가도 정교회의 십자가와 마주하면 멈춰 성호를 긋는다. 또 성당 내부에서는 벽에 걸린 성스러운 액자나 십자가마다 일일이 입을 맞추며 기도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지아 정교회의 오랜 역사를 비춰봤을 때, 트빌리시 성삼위일체 대성당은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건물이다. 당연히 트빌리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겠거니 하고 방문했다가 놀라는 여행자도 제법 많다. 트빌리시 성삼위일체 대성당은 ‘조지아 정교회 독립 15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4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혹자는 밀레니엄, 즉 ‘예수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성당의 역사는 매우 짧으나 자연스레 트빌리시를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 잡았다. 어쨌든 트빌리시를 상징하는 건물이 됐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정교회 성당’ 타이틀도 지녔으니 먼 훗날 유서 깊은 명소가 될 것이다.
트빌리시 구시가지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케이블카에 올라 전망대로 향하면 된다. 케이블카는 대략 5분 만에 여행자를 전망대로 데려다준다. 탐방로는 약 150m 정도 이어져 있다. 탐방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트빌리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난간이 자리하고, 왼쪽에는 기념품 가게가 이어진다. 산책로 끝에는 인자한 표정으로 트빌리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신의 동상이 있다. 트빌리시의 수호신이 있다면,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시내 어디서나 보인다는 여신의 동상을 가까이 마주하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겸허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올 때는 걷는 것을 추천한다. 전방에 트빌리시를 눈에 담으면서 내려오다 보면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략 20분 정도 걸어 자유광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도착했다. 쿠라 강변을 따라 걷고 있자니 독특한 건축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트빌리시 도심과 리케 공원 일대를 연결하고 있는 평화의 다리다. 강철과 유리 구조의 활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인데, 어둠이 내리면 알록달록한 LED 조명이 일제히 들어와 트빌리시 야경 명소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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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스위스, 카즈베기

아침 일찍 트빌리시에서 출발한 작은 버스는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북쪽의 카즈베기(Kazbegi)로 향하고 있다. 조지아에서는 대형 버스를 구경하기 어렵다. 현지인도 여행자도 모두 봉고차 정도 크기의 작은 버스, 마슈르카를 타고 다닌다. 재미있는 사실은 터미널에서 정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없다. 마슈르카에 승객이 모두 차야 기사는 비로소 시동을 건다. 그렇기에 조지아 여행은 어쩌면 기다림의 연속이다.
트빌리시를 뒤로한 마슈르카 버스는 눈부신 호수가 보이는 성채 앞에서 잠시 정차했다. 두 개의 성과 하나의 교회가 이어져 있는 아나누리 성채다. 16세기 무렵, 조지아 일대를 통치했던 영주 아라그비 가문이 세운 성채다. 성채 뒤쪽에 보이는 큼지막한 호수는 바로 진발리 호수. 카즈베기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호수의 푸른빛을 내려다보던 여행자들은 일제히 낮은 감탄사를 내뱉는다.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느림보 걸음을 하던 마슈르카는 트빌리시를 출발한 지 대략 4시간 만에 카즈베기에 도착했다. 카즈베기는 구소련 시절 쓰던 지명이다. 현재의 지명은 ‘스테판츠민다’지만, 여전히 여행자들은 카즈베기라는 지명을 선호한다. 코카서스 산맥의 줄기가 지나가는 곳답게 작은 카즈베기 마을 주변으로 험준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카즈베기 근처의 크바믈리 산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깃들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불의 신이던 프로메테우스가 이곳에서 쇠사슬에 묶였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문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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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조지아의 얼굴’로 통하는 게르게티 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의 정확한 명칭은 성삼위일체 대성당, 현지인들은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이라고도 부른다. 카즈베기 마을을 등지고 언덕 높은 곳에 자리한 대성당은 이 작은 마을의 상징이다. 14세기에 지어진 대성당은 조지아 사람들에게 매우 신성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예전부터 조지아에 각종 위기가 찾아왔을 때마다 국가의 보물을 보관하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여행자가 카즈베기를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는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서다. ‘보급형 스위스’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멋진 풍광 그리고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는 동네다. 그런 이유로 전 세계에서 장기 배낭 여행자들이 이 작은 마을에 모여든다. 카즈베기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인근 마을 주타(Juta)에서 시작하는 루트가 인기다. 트레킹에 참여하는 시간에 따라 왕복 8시간, 왕복 4시간, 왕복 2시간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주타 트레킹을 완벽하게 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출발해 차우키, 로쉬카를 다녀오는 11km 정도, 왕복 8시간 코스를 추천한다. 트레킹 코스의 난도는 낮지만, 해발고도 2000~3300m 수준을 걸어야 하기에 간혹 고산병이 찾아올 수 있으니 무리는 금물이다.
보통의 여행자는 왕복 2시간 코스로 주타 마을에서 시작해 피프스 시즌(Fifth Season) 봉우리 앞까지 다녀온다. 시종일관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걷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만하다. 봄에는 초록빛 초원이 펼쳐지고, 가을에는 황금빛 초원을 만나게 되는데, 언제 찾아도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대략 40분 정도 걸어왔다면 전방에 있는 거대한 봉우리와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피프스 시즌이다. 피프스 시즌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여행자 사이에서 왜 이곳이 ‘보급형 스위스’라는 별칭이 붙었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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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박진명
  • 이수호(여행작가)
  • 사진 이수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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