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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군산을 산책하는 시간 여행자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1년 10월 호

이토록 생경한 풍경을 본 적 있을까. 근대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군산에 오면 누구나 시간 여행자가 된다.

1908년 개항기 군산을 만나다, 옛군산세관

도보를 따라 걸으며 근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장미동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옛군산세관이다. 민원인이 드나드는 현 군산세관을 코앞에 마주하고 있어 묘한 기분이 드는 곳.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구나 싶다. 1908년 한 독일인이 설계한 이곳은 벨기에에서 수입한 붉은 벽돌과 건축 자재로 지어졌다. 목조로 건축한 높은 층고의 내부, 기와 모양의 동판과 슬레이트를 올리고 첨탑을 세운 지붕이 인상적이다. 2018년 역사적, 학술적,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됐다. 옛군산세관은 1908년부터 1993년까지 85년간 사용되다 지금은 호남관세박물관이 되었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4-7
tel
063-730-8721

미술관이 된 은행, 군산근대미술관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1907년 조선에서 일곱 번째로 지어진 (구) 일본 제18은행의 지점이다. 일제강점기 초반 은행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지금은 군산 및 전북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본관에서는 일제 수탈사 사진전과 18은행 건물 역사 전시가 상시 열린다. 금고동에서는 역사의 아픔이 생생하게 서려 있는 일제강점기 금고를 볼 수 있다.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전시관도 있으니 꼭 들러보자.
location
전북 군산시 해망로 230 장기18은행
tel
063-446-9812

소설 <탁류> 속 그곳, 군산근대건축관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군산 내항을 바로 옆에 둔 장미동 거리를 따라 일제강점기 시절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다. 순종 3년 구 한국은행 설립 당시 군산출장소로 출발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군산항을 통해 반출되는 쌀 수익금을 예치하고 농지 매입을 위한 자금을 융자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금고가 채워지기까지 우리 민족은 헐벗고 굶주려야만 했다.’ 채만식의 <탁류>에도 당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1953년 한일은행 군산지점이 됐던 이곳은 1981년 개인이 매입한 이후 몇 번의 용도 변경과 증축, 화재로 인해 오랫동안 방치됐다. 2008년 군산시가 매입해 건물을 보수하고 2013년 근대건축관으로 개관했다. 금고로 사용되던 공간은 동아시아의 조선은행을 보여주는 전시실이 됐고 지점장실은 ‘유물로 보는 조선은행’을 주제로 잊지 말아야 할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증언한다. 지금도 근대건축관 내부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다. “나라를 잃었던 자들아 그날을 기억하라.-‘경술국치 100년은 100년 전에 끝난 치욕이 아닙니다. 100년 동안 겪어온 치욕입니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해망로 214
tel
063-446-9811

군산 시민들의 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장미갤러리

일제강점기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알 수 없던 이곳은 광복 이후 위락시설로 전락했다. 폐허로 방치되던 건물은 2013년 보수, 복원을 거쳐 군산 시민들의 예술 전시 공간으로 거듭났다.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되는 1층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전시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군산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9월 26일까지는 김윤임 작가의 <소풍가는 길>전이 진행된다. 언뜻 장미갤러리의 ‘장미’가 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갤러리가 위치한 장미동에서 따왔다. 장미(藏米)는 수탈한 쌀의 곳간이라는 뜻. 호남 지역의 식량 반출 기지로 활용됐던 군산항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된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해망로 232
tel
063-445-9813

뚜벅이 여행자들의 필수 관문, 해망굴

1926년은 식민지 수탈 기지가 된 군산이 무역 호황을 누리던 때다. 해망동과 중앙로를 연결하기 위해 당시 교통의 요충지였던 이곳에 반원형 터널을 만들었다. 6·25 전쟁 당시에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민군 지휘본부가 터널 안에 자리했다 연합군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해망굴에서부터 월명공원까지 길이 이어져 있어 트레킹을 하기 좋은 코스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해망동 100-21

수탈의 역사가 새겨진,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

근대 건축물을 구경하다 보면 바닷가에 위치한 진포해양테마공원을 만나게 된다. 물 위로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띄는데 이것이 바로 바닷물의 높이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뜬다리 부두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에서 수위에 상관없이 큰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곳 역시 일제 수탈의 역사를 증명한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내항2길 32

문화재가 된 중국집, 빈해원

근대 건축물이 즐비한 군산에는 문화재가 된 식당도 있다. 빈해원은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으로 1965년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은 2층 건물이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낡은 실내를 상상하고 갔다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인테리어에 놀라게 된다. 카운터 옆으로 난 문을 지나면 세로로 긴 홀이 나오는데 돔 형태의 천장 아래 1, 2층이 개방되어 있다. 양옆으로는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고 가운데는 여러 명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구조의 테이블이 있다. 근대 군산에 정착한 화교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 건축물로 2018년 8월 등록문화재 제723호로 지정됐다. 군산에는 짬뽕 특화 거리가 있을 정도로 맛있고 푸짐한 짬뽕으로 유명하다. 군산삼선짬뽕은 깔끔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 맛이 일품. 홍합과 오징어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달달한 소스가 매력적인 탕수육과 곁들여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동령길 57
tel
063-445-2429
info
짜장면 5000원, 물짜장 8500원, 군산삼선짬뽕 8500원, 탕수육(소) 1만4000원

<타짜> 평경장의 집,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일제강점기 군산의 유명한 포목상이자 대지주였던 히로쓰 기치사브로가 살았던 전통 일본식 목조 가옥으로 일명 ‘히로쓰 가옥’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흥동 일대는 당시 일본인 대지주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 일본인 지주의 생활양식과 동시에 수탈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일본식 주거 양식에 서양식 응접실, 한국식 온돌을 결합한 건축양식이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는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국가등록문화재 183호로 지정된 이곳은 영화 <타짜>에서 평경장의 집으로도 등장했다. 보존을 위해 예전처럼 가옥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실내 정원을 따라 집을 빙 둘러볼 수 있다. <장군의 아들>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구영1길 17
tel
063-454-3315

<8월의 크리스마스> 한석규의 사진관, 초원사진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안 본 사람도 초원사진관은 알 것이다.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 필름을 인화하러 주기적으로 사진관에 들러야 했던 이들에게는 향수를, 클라우드에 저장해두고 꺼내 보는 세대에게는 뉴트로한 인상을 주는 곳이다. 다양한 연령층이 두루 애정하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처음부터 사진관이 아니었던 이곳이 지금까지 초원사진관으로 남아 있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영화 촬영 당시 제작진은 세트 촬영을 하지 않기로 하고 전국의 사진관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잠시 쉬러 들어간 카페 창밖으로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해 주인의 허락을 받고 사진관으로 개조했다. 촬영 후 철거했지만 이후 군산시에서 복원해 군산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가 됐다. 영화 속 사진관 모습이 그대로 박제된 내부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흔히 유명 관광지가 되면 비싼 입장료를 받는 곳도 많지만 초원사진관은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니 편히 시간을 보내보자. TMI를 하나 덧붙이자면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배우 한석규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구영2길 12-1
tel
063-445-6879

<남자가 사랑할 때> 황정민의 로맨스가 피어나는 곳, 경암동 철길마을

아슬아슬 철길을 따라 걸으며 피어나는 로맨스. 군산에서는 로망이 현실이 된다. 1944년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가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2.5km의 철로를 깔았고 철길 주위로 집이 하나둘 늘어 동네가 형성된 곳. 대부분의 집은 추억의 간식을 판매하거나 옛날 교복을 대여해주는 가게가 됐다. 경암동 철길마을에 가보면 알겠지만 철로와 건물 사이의 거리가 매우 좁다. 2008년 7월, 운행이 중단됐지만 과거 하루 두 번 기차가 마을을 지날 때면 밖에서 말리던 고추를 안으로 들이고 강아지도 불러와야 했다고 한다.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 철길마을에 온 사람들은 추억의 교복을 빌려 입고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기곤 한다. 영화의 90%를 군산에서 촬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에도 등장한다. 황정민과 한혜진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철길을 걷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location
전북 군산시 경촌4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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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희성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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