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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남양주에서 마주한 쉼표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1년 09월 호

눈부신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던 어느 날 남양주로 향했다. 잔잔한 물결 위에 부서지는 햇살을 조금 더 눈에 담고 싶어 오래도록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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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일상이 지겹게 느껴지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우리에겐 잠시 숨을 곳이 필요하다. 남양주는 복잡한 무언가를 잠시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도피처를 마련해준다. 서울에서 남양주로 달리다 보면 북한강이 펼쳐지고 강 어귀에 자리한 카페에 내려 ‘물멍’ 하다 보면 금세 에너지가 충전된다.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언제나 좋은 곳. 남양주에는 뷰가 멋진 카페 이외에도 마음을 채워주는 장소들이 여럿 존재한다. 헛헛한 마음을 안고 온 여행자들에게 삶의 무게는 덜어주고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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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일부가 되다, 녹화

자연의 색으로 녹색화되다는 뜻의 녹화(綠化). 잔디밭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마저 달라지는 듯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휘감는 녹화만의 향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음악 덕분일까. 녹화는 그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자연의 일부가 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숲속에 발걸음한 듯 흙과 풀의 기운을 담뿍 머금은 향은 조향사와 함께 만든 녹화 고유의 향이다. 여자 화장실, 남자 화장실에 각기 다른 향이 나도록 한 세심함도 인상적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녹화는 나무, 돌 등 자연의 재료로 꾸민 편안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유기농을 지향하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 구성도 돋보인다. 유리잔 대신 다완에 담아 내어주는 미숫가루는 마트나 가공 공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부 처리된 곡물 가루가 아닌 방앗간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다. 쑥 파운드 케이크를 비롯한 디저트는 글루텐 프리로 위에 올린 아이스크림도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키토 제품이다. 최대한 자연 친화적인 것을 추구하는 녹화에서는 테이크아웃을 할 때 죄책감을 덜 가져도 된다. 플라스틱이 아닌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용기에 음료를 담아주기 때문이다. 지역의 농가와 상생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 지금도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location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171
tel
0507-1320-2505
info
운영시간 매일 11:00~22:00 | 가격 말차 8000원 미숫가루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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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을 품은 문화 공간, 서호미술관

남양주에서는 카페 투어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은 서호미술관은 북한강변에 자리한 문화 복합 전시 공간이다. 인사동에서 ‘갤러리 서호’를 운영하던 홍정주 관장이 문을 연 곳으로 1층에서 전시를 감상하고 2층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서호(The Seoho)’에서 식사까지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코스다. 6월 18일~8월 30일 권신홍, 모어킹, 알타임 죠, 애니쿤, 조이킴 작가가 참여한 展이 열리기도 했다. 북한강 곁에 자리한 서호미술관은 풍광이 특히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전시를 감상하고 나와 한옥으로 지은 ‘서호서숙’으로 향하는 길. 작품들이 놓인 잔디밭 너머로 보이는 강의 경치가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2018년 지은 서호서숙은 홍정주 관장의 할아버지가 남긴 수많은 서적을 보관하기 위한 곳이다. 작가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내년 2~3월경에는 작가들이 이곳에 머물며 오픈 스튜디오로 작업하는 과정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location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344
tel
031-592-1865
info
운영시간 매일 10:00~18:00(설날, 추석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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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옷을 입은 담쟁이 카페, 대너리스

북한강 옆 도로를 따라 남양주로 달리다 보면 담쟁이덩굴이 휘감고 있는 건물이 눈에 띈다. 팀 버튼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중세의 고성 같은 이곳은 카페 대너리스다. 여름에는 더욱 울창해지고 가을에는 붉게 물드는 담쟁이덩굴 덕분에 사계절 언제 찾아도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일명 담쟁이 카페라고도 불리는 대너리스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외관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이들이 많다. 북한강 바로 옆에 자리한 대너리스에서 보는 리버 뷰는 더욱 특별하다. 앤티크한 가구와 소품들이 어우러진 내부 곳곳에 난 커다란 창 주위를 담쟁이덩굴이 액자 프레임처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창가 자리는 책을 읽기에도, ‘물멍’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강 바로 옆에는 운치 있는 야외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꽃과 나무들 사이에 있는 자리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다 보면 근심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평화로운 에너지가 충전된다. 시그너처 메뉴는 솔티드 밀크티로 얼그레이티를 캐러멜 시럽과 함께 10시간 정도 우린 후 소금 가니시를 올려 낸다. 여름 시즌에는 갈증이 단번에 가시는 석류레몬에이드와 부산 카페 수원지에서 담은 수제청으로 만든 패션망고에이드를 만날 수 있다. 대너리스에서 직접 만드는 빵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담당 셰프의 추천 메뉴는 옥수수빵 어니언스위트콘. 고소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주소 전화번호
location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914
tel
031-521-9700
info
운영시간 월~금요일 10:00~22:00, 토~일요일 08:00~22:00 | 가격 패션망고에이드 9000원, 석류레몬에이드 9000원, 망고 크림 크루아상 9000원, 어니언 스위트콘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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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커피를 만나는 커피 박물관, 왈츠와 닥터만

몇 년을 주기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사이에서 오랜 세월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커피 왕국이 있다. 1996년 문을 연 왈츠와 닥터만이다. 왈츠와 닥터만은 최고급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이자 특별한 기념일에 생각나는 다이닝 레스토랑,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커피 박물관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스스로를 커피에 미쳐 있다고 할 정도로 커피에 인생을 바친 박종만 관장이 한땀 한땀 일군 공간이다. “왈츠와 닥터만을 연 지 26년이 지났어요. 근처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지만 운영하다가 문을 닫는 곳들이 많지요. 유럽의 유서 깊은 카페들처럼 왈츠와 닥터만은 100년 후에도 이 자리에 있는 게 바람이에요.”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장인정신이 담긴 커피를 만날 수 있지만 박 관장은 국내에서 좀체 맛보기 힘든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경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북한강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왈츠와 닥터만은 故 피천득 선생과 故 박완서 선생이 즐겨 찾기도 했다. 명사들이 사색에 잠기곤 했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겠다.
location
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로 856-37
tel
031-576-0020
info
운영시간 매일 11:00~22:00 |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2만원, 예멘 모카 마타리 1만7000원, 카페 로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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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김희성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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