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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NEWS

INTERVIEW

글을 짓는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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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09월 호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건축가가 있다. 그는 일을 하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건축가의 특권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글을 읽는 이에겐 특권이라기보다 성실함에 가까웠다. <건축가의 도시>를 쓴 이규빈 작가를 만나 그의 여행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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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의 철창 사이로 카메라 렌즈를 넣어 어렵게 담았던 사진.
다시 이곳을 찾아 기념관 지하에서 십자가를 마주했을 때 어쩌면 그를 다시 이곳으로 이끈 건
자유의지가 아니라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Q _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_30여 개국을 여행한 여행자, 그리고 일과 여행의 경계를 넘나들며 글을 쓰는 작가이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기도 한 9년 차 건축가입니다.

Q _브런치에 ‘젊은 건축가의 출장기’라는 글을 연재하면서 작가로 데뷔했죠.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나요?
A _대학생 때 처음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갔어요. 그때 건축과 도시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블로그를 개설했죠. 그때부터 계속 글은 써왔어요.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하고 꾸준히 연재하기도 하면서. 당시에는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주로 여행기를 썼어요. 그러다가 해외 출장이 잦던 2019년에 ‘출장기’를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번뜩였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본격적으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반년 만에 누적 조회수가 20만을 기록하면서 <건축가의 도시>라는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Q _‘여행기’보다 ‘출장기’라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 같아요.
A _그 지점이었어요. 당시에 글을 연재하기 전에 출장기라는 단어를 검색해봤어요. 없는 게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그 단어는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건축은 여행과 일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다 보니 제가 쓸 만한 이야기라 판단했어요.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고 아주 건축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 여행과 건축이 적절히 섞인 탁월한 주제였죠.

Q _출장을 다니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잖아요. 보통 어떤 식으로 계획을 세우는지 궁금해요.
A _출장을 가기 전에 미리 가보고 싶은 건축물들을 찾아보고 구글맵에 핀을 꽂아두고 준비해요. 시간이 나면 지도를 펼쳐 근처에 있는 곳부터 빠르게 다녀오곤 해요. 꽂아둔 핀들 중에 반도 채 못보고 돌아오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수가 없어서 이런 식으로 꽤 많은 여행을 했어요.

Q _여행과 건축의 상관관계는 내밀하잖아요. 어쩌면 우리가 건축물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A _대부분 그렇죠. 최고의 여행 메이트는 건축가라는 말처럼 보통 여행이라는 게 낯선 도시에서 접하지 못했던 건축물을 보는 게 큰 비중을 차지해요. 도시의 맥락이나 건축의 의미를 잘 아는 건축가와의 여행은 보다 풍부할 수밖에 없어서 그런 말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Q _건축물을 알고 떠나는 여행은 어떤가요?
A _사실 진실은 모두 현장에 있어요. 대부분 가이드북에 있는 건축물에 대한 설명으로도 충분해요. 공간을 경험한다는 건 3차원적이고 오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리 알고 간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니까. 제 경우엔 여행지에서의 순간보다 그곳을 벗어난 다음 몸에 체득된 공간감을 되새기며 음미하곤 해요.
Q _건축물을 감상할 때 어떤 관점으로 꿰뚫어 보는지 궁금해요.
A _글을 읽을 때 활자 그대로 읽을 수 있지만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유추할 때 더욱 흥미롭잖아요. 이처럼 건축도 표면적인 대상 자체만을 보기보다는 그 건물이 지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건축물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얽혀 있는 이야기 등 건물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고 관심을 갖게 되면 여러 번 봐도 재미있어요.

Q _여러 번 볼수록 인상 깊었던 건축물이 있다면요?
A _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자리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요. 2007년 배낭여행 중에 처음 가봤고 5년 후에 다시 갔어요. 잘 알겠지만 올해로 140년째 지어지고 있는 성당이에요. 두 번째 방문하기 전에 한 번 가본 곳이고 하도 유명해서 큰 기대 없이 성당을 찾았어요. 그런데 그 5년 사이에 깜짝 놀랄 정도로 정말 많이 달라진 거예요. ‘건축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건물은 이 문장 자체였어요. 제가 5년 동안 어른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동안 이 성당도 함께 진화하고 있었던 거예요. 언젠가 완성된 모습을 보면 감회가 더욱 남다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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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라노 대성당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광장의 풍경. 스케줄로 바쁜 일정에도 가끔은 이런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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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추모공원 그라운드제로의 배치도. 이곳에는 두 개의 정사각형 수반과 지하 전시실로 입장하기 위한 작은 건물 하나, 그리고 그 주위를 빼곡하게 메운 수백 그루의 나무들뿐이다. 주변에 빗금 쳐진 맨해튼의 고층 건물과 비교해보면 이 녹지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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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설계로 1882년 착공한 이래 아직까지도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공사비 대부분을 모금액으로 충당하고 소수의 인원이 전통적인 공법을 고수해 건설 중인 탓에 완공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Q _언제부터 여행을 좋아했나요?
A _본격적으로 여행을 한 건 대학생 때부터였어요.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해서 여행을 워낙 좋아했죠. 학기 중에는 이론을 열심히 배우고 방학마다 학기 중에 배운 건축 이론이 실제 도시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항상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을 할 때 건축물은 물론이고 사람이나 음식 등 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잖아요. 사람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이 건축의 시작이기 때문에 건축가에게 여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좋은 파트너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Q _가장 인상적인 도시는 어딘가요?
A _단연 서울을 꼽을 수 있죠. 외국의 다른 도시들을 보면 볼수록 서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도시는 없다고 느껴요. 이건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전 세계의 많은 건축가들이 서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과 욕망, 그리고 자본이 모이면 모일수록 도시는 다양한 색을 띨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에서 서울만큼 그 모든 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 없거든요. 뿐만 아니라 자연마저도 그래요.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이 있고, 도시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산들이 곳곳에 있으니까 전 세계에서 서울에 대한 관심도는 높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마도 다음 <건축가의 도시>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Q _가능성이 많은 도시라기에 서울은 건물들이 너무 빼곡하지 않나요?
A _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보면 공사하고 있는 곳이 많아요. 서울은 빨리빨리 건물을 짓고 부술 수가 있어요. 뉴욕 같은 경우에 신축을 하기 어려워요. 오래된 건물은 완전히 다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면에 있어서 건축가들에게 서울이 더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_서울을 다니다 보면 휠체어를 타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을 만나기 힘들어요. 그들을 소외하고 만든 건물들과 도로들이 대부분이라 사회적 약자들이 다니기 힘든 도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A _분명히 서울에도 그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초점을 맞추는 분들이 많지만 도시마다 관심사와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이슈인 것 같아요. 서울 같은 경우엔 부동산 이야기가 핵심이니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많죠. 사람들이 가진 욕구와 그것이 도시 건설에 얼마나 반영됐는가를 본다면 도시의 색깔이 확연히 달라져요. 물론 부족한 부분은 계속해서 보완해야죠.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고요. 도시마다 원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더 건축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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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건물, 자동차, 산, 강 등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는 덜한 것보단 더한 것이 많다. 수많은 욕망이 맞물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모습은 건축가에게 있어 늘 흥미롭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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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빈 작가.
    *촬영 협조: 씨벨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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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권태헌(인물), 이규빈(풍경, 도면)
  • 자료제공 씨벨(C-bell)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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