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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향기로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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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04월 호

여행이 매력적인 건 비단 멋진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꽃과 나무, 바다, 바람, 도시, 음식 등 지나치는 모든 것이 저마다의 향기를 뿜어낸다. 우리 기억 속에 매혹적인 향기로
추억될 수 있는 여행지 3곳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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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비탈길을 따라 수백 년간 대를 이어온 향수 명가들을 둘러볼 수 있다. ©PaysdeGrasse Touri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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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향기에 품은 향수의 도시, 그라스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을 따라 이탈리아 국경선까지 이어지는 코트다쥐르. 평화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해안도로의 강렬한 색채를 따라 달리다 보면 ‘향수의 도시’ 그라스(Grasse)를 만나게 된다. 칸에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높은 언덕에 자리한 이 작은 마을은 전 세계 향수 원료의 70%를 생산하는 향수의 도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배경지이기도 한 그라스는 ‘모든 향기의 로마’로도 불린다. 12세기 초 가죽세공의 중심지였던 그라스. 특유의 가죽 썩는 냄새로 진동했던 도시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가죽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억제하기 위해 갈리마르라는 가죽 장인이 가죽 장갑에 향을 입혔는데, 헨리 2세의 왕비였던 카트린 드 메디치가 이를 선물로 받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유행이 되어 순식간에 프랑스 궁정과 귀족 계층을 휩쓸었고, 가죽 장인들은 향기 나는 장갑을 생산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그라스는 점차 가죽 가공 대신 향수 생산에 집중하게 됐고, 오늘날까지 향수의 본고장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샤넬의 향수 ‘N°5’가 태어난 곳이자 로샤스, 디오르 등 전설적인 향수 브랜드의 원료가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된다.
그라스에서 자라는 라벤더, 장미, 오렌지, 미모사, 재스민 등은 향수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풍부한 일조량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높은 품질의 꽃을 재배할 수 있는 것. 특히 재스민은 그라스의 대표적인 꽃으로 매년 8월 재스민 축제도 연다. 향수 원료의 생산부터 추출에 이르기까지 그라스에는 향수와 관련된 모든 지식과 기술이 집약돼 있다. 실제로 유명 향수 브랜드에서는 장미와 재스민 재배장을 직접 운영하며 향수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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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건물의 고풍스런 분위기와 향기가 어우러져 한층 묘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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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작은 부티크 숍이 늘어선 그라스의 중심가. ©CA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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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향수 원료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될 정도. 그야말로 ‘향수의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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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원두 향 커피의 도시, 시애틀

‘커피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커피숍이 몰려 있는 시애틀.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시는 시애틀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닌 걸 알 수 있다. 사방에서 진동하는 고소한 원두 향이 기분 좋은 포근함을 전한다. 시애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스타벅스일 것이다. 시애틀은 스타벅스가 최초로 생긴 ‘스타벅스의 고향’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스타벅스가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로 등극하면서 시애틀은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선 꼭 한 번 들러야 할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먼저 가볼 만한 곳은 스타벅스 1호점이 위치한 파이크플레이스(Pike Place)다. 이곳은 1907년 8명의 농부가 뜻을 모아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초기에는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동네 시장이었는데, 1971년 스타벅스가 생겨난 이후로 미국 커피 문화의 1번지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 스타벅스의 시작은 작은 아라비카 원두 전문점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시애틀에는 아라비카 원두 전문점이 없었는데, 향이 좋고 부드러운 아라비카 원두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전문 경영인이 스타벅스를 인수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북미 시장을 넘어 현재는 전 세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표본이 됐다.
시애틀의 캐피톨힐에는 특별한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바로 로스팅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 앤 테이스팅 룸’. 커피 마니아라면 스타벅스 1호점과 함께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힌다. 작고 낡은 스타벅스 1호점과 달리 이곳은 박물관을 연상케 할 만큼 웅장한 외관을 자랑한다. 육중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커피 볶는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매장엔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는 장비가 있어 직접 로스팅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상위 3% 원두만 사용하며, 주문 시 원산지와 로스팅 정도, 추출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어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를 즐기기 좋고 커피 시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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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피톨힐에 위치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 앤 테이스팅 룸의 모습. ©정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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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크플레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꼭 커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가볼 만하다.
    ©정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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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유럽의 봄이 시작되는 곳 꽃의 도시, 리세

아름답게 핀 튤립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이동하면 세계 최대 꽃 축제가 펼쳐지는 리세(Lisse)에 도착하게 된다. 이 작은 마을에 있는 쾨켄호프(Keukenhof) 공원에서는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 정원이 펼쳐진다. 쾨켄호프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형형색색의 꽃으로 물들어 장관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9년부터 시작된 리세의 튤립축제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꽃 축제로 수백만 꽃송이가 뿜어내는 기분 좋은 꽃향기에 취해 도시를 거닐어볼 수 있다. 튤립 외에도 수선화, 히아신스, 카네이션, 프리지어, 장미 등 총 700여 종의 다양한 꽃이 만발해 지루할 틈이 없다. 쾨켄호프에 꽃이 피면 ‘유럽의 봄’이 시작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먼저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쾨켄호프 공원은 원래 요리에 사용할 각종 허브와 채소를 재배하거나 사냥을 위한 공간이었다가 19세기 중반 조경가 얀 다비트 조허르(Jan David Zocher)에 의해 영국식 정원으로 탈바꿈됐다. 수십 명에 이르는 정원사와 수백 명의 화훼 재배자를 비롯해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을 가꾸고 매년 가을부터 꽃을 식재해 12월까지 이어진다니 그 규모가 짐작조차 힘들다.
화훼정원 외에도 역사정원과 수상정원, 고목으로 가득한 자연 정원, 일본식 정원 등 다양한 테마로 조성돼 있다.
4개의 파빌리온에서는 꽃을 주제로 한 갤러리를 열고 곳곳에서 조각 전시회나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중 빌럼알렉산더르(Willem-Alexander)관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백합 쇼가 펼쳐지기도 하니 놓치지 말 것.
화려하게 장식한 수십 대의 꽃수레와 자동차가 도로를 행진하는 꽃차 퍼레이드는 축제의 하이라이트. 해변에서 시작해 마을을 관통해 퀘켄호프 공원까지 약 40킬로미터를 이동하며 해가 질 때까지 흥겨운 축제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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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쾨겐호프에서는 매년 3월~5월 세계에서 가장 큰 튤립 축제가 열린다. ©Keukenhof HOL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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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도 없이 펼쳐진 튤립 농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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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 ©Keukenhof HOLLAND

  • 에디터 민다엽
  • 사진 박산하, 정호진, 조두현, AB-ROAD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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