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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NEWS

Feature

영화관으로 떠나는 랜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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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04월 호

CGV의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100% 현지 라이브 투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에디터가 직접 체험해봤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해외여행지의 생생한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니, 어디로든 떠나기 힘든 ‘이 시국’에 생각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지난 2월 28일 마이리얼트립과 가이드라이브, CGV는 세계 최초로 영화관에서 100% 생중계로 진행되는 랜선 가이드 투어를 선보였다. 사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랜선 투어가 소개된 지는 이미 꽤 지난 일이긴 하지만 영화관에서, 그것도 국내에서 가장 큰 영화관인 CGV에서 투어를 진행한다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지, 또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여행지의 모습은 얼마나 실감 날지, 에디터는 주말 저녁 CGV 송파점으로 향했다.
일단 예약은 일반적인 영화 예약과 별반 다르지 않다. CGV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원하는 좌석을 직접 지정하고 결제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팝콘이나 음료수 등 부대 서비스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이용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현장에서도 상영 중인 영화 목록에 포스터가 표시되며 상영 시간과 잔여 좌석을 확인한 후 셀프 티케팅을 통해 발권하면 된다. 단, 모든 CGV가 아닌 서울 내 일부 극장에서만 순차적으로 진행하니 사전에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게다가 매달 새로운 여행지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니 더욱 기대해볼 만하다.
가장 먼저 출시한 투어는 바로 ‘홍콩 신짱의 홍콩 백만불 야경 투어’. 홍콩에서만 20년째 활동 중인 베테랑 가이드를 따라 실제로 오프라인 야간 투어를 하듯 홍콩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게 된다. 사실 에디터는 홍콩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동안 수없이 접한 기사와 사진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여행담을 통해 지겹도록 홍콩을 접해왔지만, 어찌 된 이유에서일까 유독 홍콩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들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마치 신문물이라도 발견한 듯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자리에 앉아 투어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여기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입장은 필수다. 현지 가이드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함께 투어 중인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기 때문. 채팅방 매니저가 올려주는 추가 해설과 고급 정보도 제법 쏠쏠하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손을 흔들며 가이드가 등장하더니 본격적으로 투어가 시작된다. 여행자들의 천국 올드타운센트럴에서 출발해 힙스터의 성지 미드레벨을 둘러보고 황후상 광장, 홍콩의 금융 빌딩 숲 등을 지나 피크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피크 정상에 올라 홍콩의 야경을 감상하는 일정이다. 사진 촬영은 ‘적극 환영’, 간단한 대화나 휴대폰 사용도 가능한 점이 꽤 어색했지만, 다들 금방 적응하는 눈치다. 여행지마다 사진을 찍거나 간간히 웃음소리도 터져 나오는 등 실제 가이드 투어처럼 자유롭게 랜선 투어를 즐겼다. 홍콩 배우 장국영이 생을 마감한 만다린오리엔탈호텔 앞을 지날 땐 <영웅본색>의 주제가 ‘당년정(當年情)’을 들어보고, 영화 속 명소를 지날 때마다 한쪽에 이어폰을 낀 채 매니저가 채팅창에 올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살며시 감상하기도 했다. 베테랑 가이드가 전해주는 여행 꿀팁과 맛집 리스트도 휴대폰에 고이 저장해 놨다.
아무래도 기대가 컸던 탓일까. 가장 궁금했던 스크린 화질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간간히 연결이 끊기거나 화면이 뭉개지는 경우도 꽤 있었다. 몇 달 전쯤 컴퓨터 앞에서 캔맥주를 홀짝이며 라이브 랜선 투어의 첫 시작을 지켜봤던 에디터 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 많이 아쉬운 부분을 느꼈다. 아마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내심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홍콩의 현재 모습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다는 것과 이름은커녕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모여 한 곳을 바라보며 웃고 떠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던 건 분명하다. 아직 초기 단계임을 고려했을 때 점점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명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괴테는 “사람이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라고 했단다. 비록 완벽하진 않았으나 아주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온 듯 짧게나마 설렜다. 아마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겠지, 여행이 그리웠다고.
  • 에디터 민다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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