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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제주 동쪽 끝, 종달리

아시아 > 대한민국 > 제주

발행 2021년 04월 호

투명한 연초록색 바다가 넘실대고 그 옆으로 올레길이 지나간다. 소금기 마른 바닷바람이 불어대고 그것을 견뎌내는 잡초와 돌담, 당근밭이 있다. 옛날에는 소금밭도 있었다. 저 멀리 제주의 랜드마크인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우도부터 한라산, 서쪽 끝 바다까지 내려다보이는 오름 지미봉이 있다. 제주 동쪽 끝에 자리한 종달리 마을에는 오롯한 제주의 모든 것이 있다.

뭉근한 프랑스식 아침식사, 릴로 제주

종달리 마을에 자리 잡은 지 3년 차인 릴로 제주는 프랑스식 건강 브런치를 파는 샌드위치 가게다.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주인장이 잠깐 제주에 쉬러 왔다가 여기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브런치 가게를 열게 됐다. 프랑스 유학 시절 식당에서 일을 하고 여기저기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던 경험을 살렸다고 이야기한다. ‘건강’을 강조한 브런치 식당이다 보니 좋은 재료로 품이 많이 드는 방법을 고수하며 매장을 운영 중이다. 샌드위치를 비롯한 모든 메뉴에 들어가는 햄은 직접 소고기를 손질해 숙성시킨 다음 수비드 방식으로 익혀 만든다. 비스킷이나 빵에 발라 먹는 페이스트나 샐러드 소스도 모두 직접 연구하고 개발했다. 치킨수프도 대개는 닭을 삶아 살만 발라서 쓰지만 릴로 제주에서는 통닭을 장시간 고아 만든다. 건강한 메뉴의 정점을 찍는 바질이나 민트 등도 식당 안에서 기르며 필요할 때 그 자리에서 똑 떼어 손님에게 내어준다. 차를 발효시킨 건강 음료 콤부차도 직접 제조한다. 제주에서 자란 구기자와 레몬, 생강 등으로 만든 천연 탄산수는 입안 가득 청량감을 선사한다. 올해 1월부터는 배달도 시작했다. 아이가 있거나 자가용이 없고, 감기에 걸려서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여행 중 머무는 숙소에 조식이 없을 때 등 밖으로 나오기 힘든 손님들을 위해 다정한 마음으로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다.
location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 60-12
tel
010-4420-4945
info
릴로 브런치 박스 2만9000원, 제주감자수프 7000원, 바게트비프 8000원

종달리 마을의 터줏대감, 플레이스 엉물

어린 시절 빨래터였던 곳에 문을 연 카페 플레이스 엉물. ‘왓듸 엉물’이라는 나무 현판이 손님을 가장 먼저 맞는다. 제주 방언으로 ‘왓듸’는 장소, ‘엉물\'은 물이 나오는 바위를 뜻한다. 카페 터가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물인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곳이라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제주시에서 7년 동안 카페를 운영한 내공을 이곳에 집약했다. 주인장의 취향과 ‘제주스러운’ 것들을 차곡차곡 쌓다 보니 사랑받는 지금의 플레이스 엉물이 된 것. 종달리 마을에 오면 이곳부터 들를 만큼 여행자들에게 단골 카페가 되었지만, 누구보다 이곳을 자주 드나드는 건 바로 주민들. 특히 비가 와서 일이 없는 날이면 동네 이모 삼촌들이 카페를 찾는다. 제주산뿔소라 샐러드와 바게트 샌드위치 등 브런치 메뉴는 오후 3시까지 판매한다(바게트 샌드위치는 오후 3시 이후에도 가능). 모든 재료는 제주산. 건물 외관부터 메뉴까지 제주 토박이의 제주 사랑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location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756
tel
070-7787-1515
info
당근케이크 6500원, 종달소금커피 7000원

책이 주는 무한한 관용의 자국들, 카페 책자국

2014년 서울살이를 접고 제주로 이사 온 부부는 하도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종달리의 분위기와 지금의 자리에 매료돼 카페 책자국을 오픈했다. 문을 연 지 꼭 1년 8개월. 힘든 상황을 직격타로 맞았지만, 그래서 더욱 보람차다. 모두 함께 보내고 있는 지난한 시간, 카페 책자국이 여행자들과 도민들에게 큰 쉼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 벽을 책으로 가득 채운 작은 서재와 나지막이 앉아 좋아하는 문장을 되새길 수 있는 필사 공간에서 부부만의 코멘트가 다정하게 적혀 있는 책을 사기도 읽기도 하며 고소한 커피와 디저트까지 즐기다 보면 말 그대로 ‘힐링’이 따로 없다. 카페 책자국에서는 도서와 관련된 소소한 행사도 비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한번은 ‘독서 대회’를 열었는데, 대회 규칙은 이렇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등 책을 읽는 것 이외에 다른 동작을 하면 탈락이다. 또 작가를 초청한 강연도 여러 번 진행했다.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시사IN>의 나경희 기자, 오찬호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이 책방에서 독자들과 소통했다. 올해는 카페 책자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지만, 이곳에 오면 무한한 영감과 관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location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1길 117
tel
010-3701-1989
info
아메리카노 4000원, 또띠야허니망고 1만원, 한라봉피자 1만원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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