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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혼자여도 좋은 공간, 혼자이고 싶은 공간

Private Resting Place

아시아 > 대한민국 > 서울

발행 2021년 03월 호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길을 잃은 이들을 위한
소박한 위로의 공간. ‘행복한 고립’을 느낄 수 있는 서울 속 안식처 2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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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후암별채

하루 한 명, 오롯이 나만을 위한 도심 속 휴식 공간. 용산구 빌딩숲 뒤쪽에 위치한 후암동은 아직까지 여러 유형의 오래된 주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역이다. 2016년 이곳에 처음 둥지를 튼 도시공감협동조합건축사사무소(이하 도시공감)는 이 오래된 동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후암프로젝트(The Project HUAM)를 이어오고 있다. 일상의 공간을 하나씩 분리해 그 공간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더욱 온전히 느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후암주방, 후암서재, 후암거실, 후암별채, 후암가록 등 총 5개의 공간이 새롭게 태어났다. 그중 4번째 프로젝트인 후암별채는 후암시장 옆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60~70년 된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오롯이 한 사람만을 위한 소박한 안식처다. 좁지만 아늑한 공간엔 책상과 의자, 간단한 식기와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반신욕을 즐기며 여유롭게 음악을 듣거나, 흔들의자에 반쯤 누워 은은한 조명 아래 평소에 읽지 못했던 책을 꺼내 읽는다. 나른해지면 낮잠을 자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 사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막상 집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후암별채를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낯선 공간이 주는 의외의 평온함과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소중한 위로가 될지도 모르니.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35길 39, 1층
tel
010-6835-6552
info
운영시간 13:00~24:00(최소 5시간) 이용인원 1일 1명(미취학 아동의 경우에만 동반 가능. 비용 별도)
website
www.project-hu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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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외딴섬, 오제도

종로5가의 어느 뒷골목에 15년간 방치돼 있던 일본 가옥을 리모델링한 빈티지 카페가 생겼다. ‘시간을 되돌리는 문’이라는 글이 적힌 낡은 철문을 통과하면 외부와 단절된,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공간이 나타난다. 엔티크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아늑한 실내 분위기가 시선을 잡아끈다. 누군가의 손때가 짙게 밴 가구와 오래된 소품, 정성스레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썼을 손편지와 메모들이 예상치 못한 위로를 건네는 곳. 빈티지나 레트로라는 단어보다는 ‘인간적’이라는 표현이 더 와 닿는다. 오제도에는 구석구석 1인용 좌석이 꽤 많이 마련돼 있는데,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는 공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방이 꽉 막힌 1평 남짓한 골방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침침한 불빛 하나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사라지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기분이랄까. 펜을 들고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던 것도 사실이다.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이 많아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며 작업하기에도 좋다. 오제도의 인테리어는 단순히 빈티지한 분위기를 내기 위한 게 아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인문학을 팝니다’라는 디렉터의 철학이 담긴 문학적인 요소들이 세심하게 배치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영감을 주는 좋은 글귀와 사진 등 인문학적인 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고, 때때로 문학·예술 전시를 열기도 한다.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글을 쓰는 인문학도가 직접 디자인한 티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는 커피와 공간에 인문학을 담아내고 다양한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쉼터’를 만들고자 오제도를 기획했다고 한다. 소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평온을 누리고 싶다면 이 곳을 한번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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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민다엽
  • 사진 강정규(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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